3부 24장 모래 속에 파묻힌 심연






이역신의 흔적



유리안 : 과연 리오벡의 충견답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암살자로서는 가장 제격이죠.



지온 : 말씀하셨던 것과는 다르군요, 유리안 씨. 제거했어야 하는 목표물이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지 않습니까.



지온 : 엘리시움의 실력은 고작 이 정도 인가요?



유리안 : 충고하건대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다크 엘프 잡종.



유리안 : 당신들을 최후의 방책으로 삼은 건, 저 녀석들을 이곳에서 확실히 묻어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유리안 :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면 그걸로 족해요.



로스탐 : 저 녀석의 피부색은...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네 녀석은 란차의 수해에서 사는 다크 엘프들일 터.



로스탐 : 엘리시움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란차 녀석들 역시 페랄의 힘을 노리는 것인가!



엘마 : 엘리시움군이 용병 조직의 도움을 받는 걸로도 모자라 원주민과 협력하고 있다니요!?



엘마 : 플로렌티아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브렌다 : 정말 못 봐주겠군... 유리안, 나는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브렌다 : 란차인과 손을 잡은 사실을 플로렌티아가 알게 된다면 노발대발하지 않을까.



유리안 : 우리가 이곳에서 실패하는 게, 그녀를 더욱 분노하게 할 겁니다.



로스탐 : 건방진 녀석! 엘리시움이든 란차의 개든 상관없다! 페랄이 이미 되살아난 이상, 네 녀석에겐 다시 역전할 방법 따윈 없어!



리자 : 뭘 그리 주절대는 건지! 고작 다크 엘프 궁수 몇 명뿐이잖아. 우리는 성검 군단에 삼촌도 있어, 이미 많은 적을 꺾어왔다고! 너희라고 예외는 아니야!



유리안 : 그렇게 발버둥치시죠. 발버둥칠수록 그물은 더욱 죄어올 겁니다.



유리안 : 저도 말이 많았군요. 지온,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엘마 : 멈추세요, 유리안...!



엘마 : 방주로 돌아가지 마세요. 적어도... 적어도 자유롭게 살도록 시도라도 해보세요! 저는 당신이 두 손에 계속 피를 묻히는 걸 바라지 않아요!



엘마 : 다시 한 번...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제 말을 들어보세요!



유리안 : 하하... 너무 늦었습니다, 엘마.



유리안 : 아레스가 살아있었다면 많은 것들이 이리되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 또한 방주를 떠나지 않았겠죠.



유리안 :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늦었어요.



매튜 : 당신... 예전 엘리시움의 일원이었어?



엘마 : 예, 맞아요. 엘마라고 합니다. 저 또한 게이트 저 너머에서 엘리시움 계획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했었죠.



엘마 : 하지만 지금의 엘리시움은 더는 제가 목숨 바쳐 헌신하고 싶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엘마 : 지금 저는 엘리시움을 막기 위해, 옛 친구인 플로렌티아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유리안 : 정말 그에 상응하는 각오를 한 겁니까?




유리안 : 저로서는 정말 의심스럽군요. 플로렌티아는 이미 엘리시움 계획을 위해 자신이 희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했거든요.



유리안 : 마치 예전에 우리가 페랄에서 한 완벽한 준비처럼 말입니다.



로스탐 : 그게 무슨 소리냐! 이 사막은 네 녀석이 음모를 꾸미는 배경 같은 게 아니야!



유리안 : 마나의 신전이 부활했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츠루야 쪽에서 이미 충분한 마나를 가져온 이상, 이쪽의 수확이 줄어들더라도 큰 영향은 없으니까요.



유리안 : 이용가치도 없는 이 땅에서 로스탐 당신과, 플로렌티아가 신경 쓰는 저 소년을 묻어버릴 수만 있다면??



유리안 : 그걸로 충분한 거죠.



지온 : 말이 많군요, 유리안. 이제 끝을 내야 합니다.



유리안 : 준비는 끝난 겁니까?



지온 : 물론입니다.



매튜 : 무, 무슨 일이지!?



아멜다 : 발아래가, 무너진다!



로스탐 : ...폭약이다, 폭약으로 절벽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건가! 우리를 이역신의 흔적 아래로 떨어뜨릴 속셈이다!



리자 : 큰일이야——어떻게 좀 해봐! 매튜, 그레니어!



그레니어 : 이미 너무 늦었다구! 산 전체가 무너져내릴 거야!



유리안 : 저와 지온을 데리고 올라가세요, 브렌다!



매튜 : 으아아아!






절벽 뒷편



브렌다 : 미친... 너는 물론이고 네 동료까지 죽일지도 모르는 작전이었잖아.



지온 : 유리안 씨의 제안은 굉장히 효율적이었습니다. 리오벡 님께서도 찬성하셨었죠.



지온 : 제가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유리안 : 아하하! 마물의 독기에 삼켜져 썩어 문드러지는 게 저들에게 걸맞은 최후지 않겠습니까.



브렌다 : 그 엘마라는 여자는 과거에 널 돌봐줬다고 했었지.



브렌다 : 이게 바로 그것에 대한 보답인가?



유리안 : 외부인은... 엘리시움 일에 왈가왈부하지 마시죠.



브렌다 : 엘리시움은 무슨! 네 녀석들은 진작에 미쳐버린, 고집만 센 멍청이들이야!



유리안 : 하하하! 그러는 당신은 어떻죠? 과거 랑그릿사의 동료였던 주제에 그 맹세를 저버리고 저들에게 배신자라 불리고 있지 않습니까!



브렌다 : 흥... 그야 나도 미쳤으니까.



브렌다 : 플로렌티아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고통에 닳아버린 고집 센 미치광이지...



지온 :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유리안 : 잠깐.



지온 : 무슨 일입니까.



유리안 : 당신의 부하를 데리고 내려가서 구덩이 아래를 살펴보세요.



유리안 : 다크 엘프는 이역신의 흔적에 고인 마물의 독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당신들은 마족의 피가 흐르는 잡종이니까요.



지온 : 부러진 검에 대한 일이라면 이미 부하들에게 지시해 두었습니다.



지온 : 매복 작전은 이미 끝났습니다. 더는 쓸 데 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유리안 : 흥, 그러면 마음대로 하시죠. 어쨌든 당신 일족의 이용가치는 사라졌으니.



지온 : 그러면 이만. 저는 주인님께 보고해야 해서.



유리안 : ...흐음, 심연에 내동댕이쳐지면 대체 어떻게 되려나?










그레니어 : 여, 여기는 대체 어디지... 여신의 궁전인가?




리자 : 내 생각에... 여신의 궁전에 이렇게 흙냄새가 가득하진 않을 것 같아.



아멜다 : 우린 어디에 있는 거지?



엠라 :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절벽 위 군요... 마족의 독기가 가득한 협곡 바로 위에요.



매튜 : 엘마 씨의 방패 덕분에 겨우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어.



리자 : 정말 고마워! 내 기도를 들은 여신께서 보내준 것마냥 나타났잖아. 후후.




엘마 : 여신...이요? 그때 저는 분명 믿음을 포기했습니다만.



엘마 : 아직 마음 놓을 때가 아니에요. 거기 사제 아가씨, 아멜다라고 했던가요.



엘마 : 우선 신관의 힘으로 독기를 날려주세요.



아멜다 : 아, 예! ...문제 없어요.





마크렌 : 이제 절벽 위까지 올라가야 하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서둘러 올라가자!




로스탐 : 뒤틀린 이단의 피조물... 녀석들도 우리를 눈치챈 건가?



엘마 : 제가 아멜다 씨를 지키겠어요. 다들 계속 나아가세요!









마물 : 크르르...!



엘마 : 저주받은 존재여, 더는 우리를 막지 마라!



아멜다 : 엘마 씨, 당신도 예전에 빛의 여신을 믿던 신자였군요! 그런데 어째서 여신의 힘으로 싸우지 않는 건가요?



엘마 : 당시 저는 엘리시움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제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신앙의 불꽃은 제가 방주를 떠나는 순간 완전히 꺼져버렸죠.



엘마 : 그 후, 저는 두 번 다시 신의 은총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신들이 알던, 신관으로서 싸우던 저는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저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모두를 지킬 수 있을 뿐입니다!



엘마 :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드릴게요.



엘마 : 매튜, 아멜다 씨를 지키는 걸 도와주세요. 그녀의 힘이 독기에 침식되면 안 돼요!









아멜다 : 성공이다... 여기라면 안전할 거야!



매튜 : 그런데 어째서... 여전히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거지.









마크렌 : 도착이다! 여기라면 이제 위로 올라갈 수...



엘리시움 비밀부대 : 과연 율리안님의 판단대로군... 아직 살아있었나?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마크렌 : 어떻게... 마지막 퇴로까지!



엘마 : 이대로라면 위험해요!




유리안 : 엘마... 당신은 여전히 따스하고 강인하군요. 플로렌티아가 방주의 대업을 짊어졌을 때, 당신은 교회를 이끌고 엘리시움 내부의 기둥이 되어주었죠.



엘마 : 하지만 저는 방주를 바꿀 수 없었어요. 어쩌면 처음부터 아레스의 방법을 막았어야 했을지도 모르지요!



엘마 :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짊어졌어요. 그리고 그의 집념이 우리로 하여금 그를 잃어버리게 한 거에요!



유리안 : 그래서 배신하기로 한 겁니까... 맹세를!



유리안 : 엘리시움을 배신한 거냐고요!




엘마 : 아악!



엘마 : 유리안... 더욱 강해졌군요... 더는 가르칠 게 없겠는데요.



매튜 : 더는 멋대로 굴게 두진 않겠다, 이 위험한 괴물!




유리안 : 호오... 당신이 바로 사령관이 신경쓰는 애송이입니까. 기백은 훌륭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지금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매튜 : 물론 말만으로는 운명을 바꿀 수 없지... 널 쓰러뜨리겠다!







유리안 :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애송이! 절망에 빠진 느낌이 어떤가요!



아멜다 : 매튜!



유리안 :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느낌이 어떻습니까... 당신처럼 동료와 함께 자라온 자라면 더욱 고통스러울 텐데요?



매튜 : 으윽... 설사 내가 없더라도 동료들은 내 소망을 이뤄줄 거야! 성검군단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아!



유리안 : 그런가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당신을 잃은 고통 속에 빠져드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둠 속에 묻히겠지요!





아멜다 : 매, 매튜??!







협곡 아래 심연



웨탐 : 이번에는 날 실망하게 하지 마라, 젤다.



젤다 : 주인... 나는 동요하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그 검을 회수할 거야.



웨탐 : 매튜... 또 다른 나여, 떨어져 나갔던 힘이여... 이제 내 몸속으로 돌아와라.



웨탐 : 혼돈의 사자라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