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34장 올라간 것은 결국 모이기 마련이니






방주 갑판



브렌다 : ...



비라쥬 : 포기해, 브렌다... 그 허망한 분노도 함께 내려놓고.



여자 용병 : 두목에게 가까이 가지 마!



브렌다 : 그만! 전투는... 여기까지다. 우리의 패배야. 용병단에 명령한다, 모두 갑판에서 철수하도록!



여자 용병 : 그러면 용기사 부대의 지휘권은 어떻게 하죠?



브렌다 : 이후의 일은 그들의 진짜 지휘관에게 맡긴다. 전투에서 패한 우리가 하는 반항 따윈, 아무 의미 없어.



매튜 : 드디어 무기를 내려놓고 우리와 대화를 할 생각이 든 거야, 브렌다 씨!?



브렌다 : ...너희와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마크렌 : 적어도 누가 너와 마리, 베르너를 죽이려 했는지는 말해줘야 할 거 아냐!



브렌다 : ...



브렌다 : 나도 몰라.



매튜 : 모른다니...!? 어째서!?



비라쥬 : 전투가 끝나고 만났을 당시, 자네는 마치 정신이 나가 있는 듯했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비라쥬 : 외상 후 인지 장해거나... 어쩌면 적의 마법 때문일 수도 있겠어.



마크렌 : 그러니까 어떤 고통스러운 사고 때문에 기억을 잃었다는 그런 걸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베르너도 비슷한 이유로 자신이 왕을 죽인 자라고 여겼었지...



마크렌 : 정말 잔인한 녀석인가 보군.



브렌다 : 아니... 내가 아는 건, 가엘파이스인이 혼돈의 신의 힘을 소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브렌다 : 우리 모두 그 힘에 휩쓸렸지만... 마지막에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



브렌다 : 그걸 겪은 자들은... 이제 더는 남아있지 않아. 내게 남은 기억이라고는... 땅에 널브러진 노람인의 유해... 그리고 마리와 베르너가 고통받던 흐릿한 기억뿐이야...



브렌다 : 그 기억을 되새길 때면... 으윽! 눈구덩이의 상처가 너무 아파오기 시작해! 이제는 텅 빈 상처일 뿐이지만, 아직도 피가 흐르는 듯하다고...



비라쥬 : 미안하네... 내가 당시 자네와 함께 있었다면, 어쩌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브렌다 :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당시 너도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었잖아. 어쨌든 네가 방주에 남는 조건으로 리코를 데려갈 수 있었으니...



비라쥬 : 그러고 보니 그 여자아이는 어떻게 되었지?



브렌다 : 그 아이의 상황은 더 심각해. 몸속에 혼돈의 힘을 품고 있던 그녀는... 정신이 완전히 붕괴하였어. 지금은 아마 플로렌티아가 탑 어딘가에 데려다 놓았을 거야.



매튜 : 무, 뭐야, 습격인가!?



여자 용병 : 두목! 탑 쪽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브렌다 : 제길... 엎친 데 덮친다더니...



비라쥬 : 리코가 저쪽에 갇혀 있다고 했었지... 어서 서두르지! 아무래도 방주를 노리는 건 성검 군단뿐만이 아닌 듯하네.



비라쥬 : 만약 누군가가 그 공주를 손에 넣는다면... 뒷일은 상상조차 가지 않을 거야.



매튜 : 리코리스 씨에게... 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야...










리코리스 : ...여, 여긴 어디지.



리코리스 : 맞아... 여기는 내 방, 내 집... 방주 엘리시움이지.



유리안 : 리코리스 씨, 저를 기억하십니까.



리코리스 : 유, 유리안...



리코리스 :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나요?



유리안 : 얼추 20년가량 될 겁니다. 사실, 마의 파동 때문에 깨어났다는 건 다소 의외이긴 합니다만.



리코리스 : 그럴 리가... 농담하시는 거죠?



유리안 : 제가...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하시나요?



유리안 : 뭐... 그렇게 극단적인 녀석이 아레스 폐하와 요아를 죽인 원흉인 당신을 처단하지 않은 건, 지금까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리코리스 : 그게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죠!? 오빠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리가 없잖아요!? 오빠! 어디 있어, 만나고 싶어, 오빠!



유리안 : 하하, 당신이 갑판 위에서 살육을 펼치던 모습을 본 건 저 혼자만이 아니랍니다. 당신에게 죽은 요아 녀석이야, 그레스덴의 주구였을 뿐이니 별로 안타깝지는 않았지만...



유리안 : 그래도 사랑하는 오빠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건, 우리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요!



리코리스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으아아아악!



유리안 : 오셨군요. 혼돈의 사자여, 계획대로 저 여자를 해방했습니다.



웨탐 : 이렇게 불필요한 자극을 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유리안 : 하하,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제가 예견한 운명은 거역할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 약간의 여흥을 더하면 더 즐겁지 않겠습니까?



유리안 : 게다가 저 여자의 애처로운 얼굴을 보니, 원망이 솟아오르더군요... 보호받고, 사랑받는 저 순진함... 정말 질투 나는 특권입니다.



웨탐 : 이제 저 여자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다... 적어도 지금의 저 여자는 아니겠지.



리코리스 : 다, 다가오지 마...



웨탐 : 네가 몸속에 품고 있는 것은... 바로 보젤의 힘이다!



웨탐 : 네게 다른 선택이라도 있나? 이 방주에 널 인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네가 몸을 기댈 곳이 또 있기라도 한가?



웨탐 : 혼돈에 몸을 맡겨라! 네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맡겨라! 그게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자들의... 유일한 탈출구일지니!



리코리스 : 내가... 오빠를 해쳤을 리 없어! 분명, 분명 뭔가 잘못된 걸 거야!



웨탐 : 후후... 오랜 봉인으로 기억마저 손상되기 시작했군.



유리안 : 기억을 회복하는 방법이라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는 제게 맡기시죠.



웨탐 : 그녀는 게이트의 열쇠다... 일개 인간 나부랭이인 네게 손을 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웨탐 : 여기는 알하자드를 써야겠군...




엘마 : 리코리스! 저 녀석의 유혹에 넘어가선 안 돼!



캐롤리안 : 유리안...!? 네가 어째서 저 녀석과 함께 있는 거지? 설마...



유리안 : 쯧. 상황 파악도 못 하는 멍청이에다가 곰팡내 나는 호인까지... 이것보다 거지 같고 역겨운 조합이 또 어디 있을까?



엘마 : 처음부터...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유리안 : 훗,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같이 불행한 왕자 따윈... 홍수에 삼켜져야 했었는데 말이죠! 그랬더라면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결말을 가져오지 않았을까요.



엘마 : 아니에요, 유리안. 저는 당신을 전투에 나서게 한 일을 말하는 거에요. 이것 때문에 아레스와 여러 차례 싸웠었는데...



엘마 : 피에 물든 당신의 표정은... 처음부터 굉장히 무서웠거든요.



엘마 :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세요... 목숨 걸고 당신을 구해주었던 노장군이 지금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셨을 거에요.



유리안 : 쯧, 진작에 제 곁을 떠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마음대로 그를 언급할 자격을 준 적은 없을 텐데요!



엘마 : 그는 당신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기 위해 목숨을 바쳤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와 맞바꿔 얻은 생명을 혼돈에 맡겼군요...



엘마 : 저는... 정말 화가 나는 걸요!



웨탐 : 그만. 옛이야기는 이걸로 충분하겠지?



웨탐 : 이제 알하자드에 피를 먹일 시간이다!




웨탐 : 여신의 비호가 없음에도... 꽤나 강하군.



엘마 : 악은 정의를 이길 수 없어... 이건 당연한 결과다. 여신의 힘에 기대지 않아도, 정의가 나와 함께하니까!



웨탐 : 그런가...



웨탐 : 그렇다면 네게 그 허울뿐인 정의가 얼마나 나약한지 보여주마!





엘마 : 으윽...!



웨탐 : 왜 그러지? 약간의 힘을 쓴 것만으로도 견디지 못하는 것 같군. 조금 전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간 거냐?



엘마 : 마검 알하자드...



웨탐 : 아레스가 살아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그라면 분명 마검의 힘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웨탐 : 하지만 그 남자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자신의 여동생에게 살해당했지... 영원히——사라진 거다!



웨탐 : 이제... 네 차례다!




리코리스 : 그럴 리가... 내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오빠를, 죽이다니...



엘마 : 리코...!



리코리스 : 말해줘요, 엘마 씨... 저는 그런 적 없죠, 그렇죠?



웨탐 : 하하하! 답을 들려줘라, 정의의 사도여!



엘마 : ...



리코리스 :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죠... 어째서! 엘마 씨!



엘마 : 잘 들어, 리코! ...그건 분명 네 몸속에 있는 마족의 농간이나 음모 때문일 거야... 그리고 나는 우리가 진짜 원흉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리코리스 : 아니... 아니야...!



리코리스 : 아니야!!!





웨탐 : 아무래도... 도와줄 필요없이 각성을 성공한 것 같군. 게다가 지난번처럼,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녀석의 덕을 보았어.



매튜 : 여기가 바로 폭발 지점이야!



브렌다 : 제길... 이미 늦었어. 저 여자가 다시... 그녀를 다시 봉인해야 해!



리코리스 : 네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인간!




플로렌티아 : 이 방주에선... 어느 누구든간에 제 지휘를 따라야 합니다.



플로렌티아 : 당신이라고 예외는 아니에요, 황제 시해자.



리코리스 : 가증스러운 것... 죽은 자를 쫓는 주제에 아직도 힘이 넘치는구나...



웨탐 : 저 미친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가자.



유리안 : 이야... 사령관 각하... 제가 아직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유리안 : 이런 말을 들으면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한 시도 칼자스의 원한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 언니에게 복수할 수 없다면... 다음 타겟은 바로 당신이야!



유리안 : 죽어라!





유리안 : 으윽... 이럴 수가... 이렇게 강해지다니... 대체 뭘 한 거냐... 으윽!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유리안 : 간발의 차이였는... 데...




플로렌티아 : 잘 보았나요? 이게 바로 반역자의 말로입니다, 엘마.



엘마 : 플로렌티아...



플로렌티아 : 방주를 떠난 지... 십여 년 만이던가요?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날 줄은 몰랐어요.



플로렌티아 : 이제 각오는 마치셨나요?



플로렌티아 : 저와 방주의 분노를 마주할 각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