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관 : 왜 아직 안 갔어요!



탐정 : 당신들은 저 여자의 상대가 못 됩니다. 여기에 남아봤자 헛되이 목숨만 버릴 뿐이에요.



군관 : 그래서 더더욱 제가 남아있어야 하는 거에요. 도시 주민이 대피하지도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도망갈 수 있겠어요!



탐정 : 저 여자를 상대할 방법이 있습니다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가서 교수 조수의 시체를 라이헨바흐 폐허로 가져오세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군관 : 당신 혼자서 그녀를 상대하는 건 너무 위험해요.



탐정 :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 도시의 미래와 제 목숨이... 모두 당신 손에 달렸어요!






극장 보조 : 친한 동료라도 죽음을 눈앞에 두면 나약한 본모습을 보이기 마련이지.



극장 보조 : 동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어떤가, 탐정.



탐정 : 내가 당신이 극장주를 어쩔 수 없이 배신했다는 것을 이해해주거나, 좀 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서 당신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죄책감을 다소 희석해주길 바라는 모양이군.



극장 보조 : 닥쳐라! 네가 그 위선자에 대해 뭘 안다고! 네게 무슨 자격이 있다고 내게 손가락질을 한단 말이냐!



극장 보조 : 나는 뛰어난 배우가 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극장의 잡무 따위에 얽매인 채, 무대 뒤에 숨어 평범한 녀석들이 환호와 박수소리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어!



극장 보조 : 그 작자는 내 꿈을 빼앗아 갔다, 놈은 죽어 마땅해!






탐정 : 설사 이 도시의 모든 사람을 죽인다 할지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호다닥











극장 보조 : 저명하신 명탐정답군. 도망치는 속도조차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빠르니 말이야.



극장 보조 : 하지만 안타깝구나, 아무리 날쌘 쥐도 고양이의 발톱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지.



탐정 : 그 이상한 비유는 죽은 극장주가 가르쳐 준 건가?



극장 보조 : 하, 목숨을 걸고 도발을 하면 속이 후련한가?



극장 보조 :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울 거야. 내가 네 비명에 질릴 때까지, 저는 결코 쉽게 죽지 못할 테니까.




탐정 : 으악--!



극장 보조 : 정말 기분 좋은 소리군. 그 군관이 이 모습을 본다면 가슴 아파할까, 아니면 자신은 도망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길까?



탐정 : 후후...



극장 보조 : 아무래도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탐정 : 여기가 어딘지 아나?



극장 보조 : 여기는...



탐정 : 3년 전, 너처럼 이세계 신의 힘을 사용해 이 도시를 파괴하려는 녀석이 있었다.



탐정 : 하지만 완전히 실패했지. 너도 예외는 아니야...!




극장 보조 :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하다니,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라니까.



극장 보조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연달아 해결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극장 보조 : 너처럼 똑똑한 자도 진실의 일부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구나.



탐정 : '동행자의 신선한 피를 바치면, 끝없는 심연 속 어둠의 신이 마음으로 가장 갈망하는 힘을 내려준다'



탐정 : 나는 줄곧 생각했다, 극장주를 죽여 의식을 완성했던 그 순간,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장 갈망하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극장 보조 : ...



탐정 : 교수의 조수가 죽은 척했던 소프라노의 몸에서 불완전한 각인을 발견했지. 나도 이전까지는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어. 극장주의 검시 보고서를 보기 전까지 말이야.



탐정 : 그 화상 흔적... 후후... 네가 온 힘을 다해 숨기려 했던 그건, 아마 제물이 된 후 남은 각인이겠지.



탐정 : 그러면 여기서 문제, 소프라노와 익요, 마술사 모두 가짜 극본을 봤는데, 어째서 소프라노 몸에만 제물의 각인이 나타난 걸까?



탐정 : ...누군가 그녀에게 진짜 극본을 보여줘 그녀를 진짜 제물로 삼았지만,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의식은 실패한 거지.



탐정 : 시체 등 뒤에 남은 불완전한 각인과 진짜 극본의 대사와 같은 내용의 녹음 인형 대사가 바로 그 증거고.



극장 보조 : 웃기는구나. 소프라노가 이미 죽은 상태였다면, 이후 너희가 본 소프라노는 유령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탐정 : 너는 관중의 박수소리와 성원을 받게 되는 배우들이 부럽다고 말했었지. 만약 네가 연기자로 위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면, 분명 굉장히 기뻐했을 거야.




극장 보조 : ...



탐정 : 소프라노가 정말로 죽은 뒤, 내 의심을 피하기 위해 너는 그녀로 위장하고는 교수의 조수를 체포하는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어.



탐정 : 하지만 교수의 조수는 마지막 순간에 네 존재를 알아챘고, 너는 어쩔 수 없이 내 앞에서 그를 죽였다. 하지만 나도 당시에는 이 점을 마음에 두지 않았기에, 네게 사신을 소환할 기회를 주고 말았지.



나레이션 : 그녀는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맑은 박수 소리가 텅 빈 라이헨바흐 폐허에 울려 퍼졌다.



극장 보조 : 여태까지 네 능력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다만, 너는 계속해서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극장 보조 : 정확한 답을 맞힌 상으로, 유쾌한 죽음을 안겨주마!







탐정 : 이제야 왔군요. 하마터면 제 동상을 다시 세울 뻔했습니다.



극장 보조 : 후후, 저것들이 네 비장의 카드인가? 하이에나 따위가 얼마나 덤벼들던 사자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을... 어디 계속 발악해봐라!



마술사 조수 :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악마,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검요 : 검의 길을 걸고, 사악한 네 녀석을 베겠다!



극장 보조 : 이미 두 손에 동료의 피를 묻힌 녀석들 주제에, 정말 가소롭구나! 너희가 죽인 동료의 비명이 영원토록 귓가에 울려 퍼지리라!














극장 보조 : 승리의 서광에 근접한 기분은 어떻지?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언제나 정의가 이기는 극본 따위가 아니란다. 진짜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야!




극장 보조 : 네 녀석의 영혼과 육체를 사신께 제물로 바치겠다. 이는 너희가 되돌릴 수 없는 결말이니, 얌전히 죽음을 맞이해라!





사신 : 제멋대로인 신도 녀석...




탐정 : 조수의 시체는 가져왔습니까?



군관 : 예, 어쩌려고요?



탐정 : 노트에 적혀있던 이상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탐정 : 다시 몸을 만들 '그릇', 끝없는 심연에서 영혼을 불러오는 '사신의 책'.



탐정 : 예전에 몰락한 '멸망의 땅'에서, '죄인의 피'를 제물로 삼으면, 이미 사신이 된 교수를 저승에서 불러올 수 있을 겁니다.



탐정 : 이게 바로... 제가 준비한 마지막 비장의 카드죠!




탐정 : 설마하니 그 녀석의 힘을 빌릴 날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한 번 걸어보는 수밖에!




교수 : 나를 부활시킨 게 너였을 줄이야, 오늘이 무슨 만우절이라도 되는 건가?



탐정 : 생일 축하해, 교수! 어떤 의미로는 오늘이 분명 네 생일이니까.



교수 : 불경한 녀석 같으니, 나를 부활시키면 네게 감사인사라도 올릴 줄 알았더냐?



탐정 : 물론 아니지. 그저 마법만이 마법을 쓰러뜨릴 수 있으니, 사신은 또 다른 사신으로만 대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교수 : 그게 바로 네 목적이었군. 하지만 아무리 너라도 내가 부활하고 처음 하는 일이 네 녀석의 멱을 따는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겠지?





교수 : 역시, 심연의 힘에 미혹되어 무서운 혼돈의 존재를 불러내는 무지한 자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



탐정 : 임시 동맹이다!



탐정 : 너도 너 말고 다른 사신이 이 도시를 파괴하길 바라진 않을 거 아냐.



교수 : 지금 당장 무릎 꿇고 간청한다면, 네 제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탐정 : 아이고, 머리야. 내가 내 피로 널 부활시킨 건, 너랑 말싸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교수 : 그래서 내가 네 더러운 피를 소중히 여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가 내 계획을 막지만 않았어도, 이런 가짜 녀석 따윈 손 한 번 까딱하는 걸로 해결했을 거다!



탐정 : 예이, 예이, 존경하는 사신 나으리, 부디 당신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시지요.



교수 : 존경심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그 짜증 나는 낯짝하고는... 빌어먹을 녀석...



탐정 :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도 지금처럼 팔팔했으면 좋겠군.



교수 : 후후,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녀석들에게 누가 이 도시의 진짜 주인인지 똑똑히 가르쳐 줄 셈이다!



탐정 : 과거 인류는 너희의 힘을 빌어야만 연명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달라, 우리에겐 운명을 거머쥘 힘이 있다!



탐정 : 잘 봐라, 신의 자비가 아닌, 마법을 능가하는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