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푹신 신전




화이트 시시 : 으——아——아——엣취——! 뭐야 이건! 날씨는 아주 제멋대로에, 하필 이런 때에 통신 장치도 먹통이라니! 이래서야 물자 배분도 할 수 없잖아!



쥬그라 : 으음... 시시... 벌써 이런 시간이...



아멜다 : 노람 설산 봉우리에 있을 때보다 더 추운 거 같아, 테클을 걸 열정마저 식어버리겠는걸.



쥬그라 : 으음... 아멜다...



사그니 : 크흠... 저조차 견디기 힘든 추위군요...



쥬그라 : 사그니... 너마저...! 다들...



쥬그라 : 다들 이 몸에 매달려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두 손으로 털을 움켜쥐는 건 그만둬라!



사그니 : 죄송합니다, 쥬그라 씨... 촉감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쥬그라 : 너희가 손을 벌벌 떠는 바람에 벌써 털이 한 움큼은 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이 몸이 벌거숭이가 될지 모른다!



쥬그라 : 여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사그니, 당당한 사내인 네가 이 몸에 매달리다니,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란 말이냐!? 사내라면 사내답게 굴어야 하는 것을!



화이트 시시 : 이봐! 쥬그라, 돌아와! 어디 가는 거야!?



쥬그라 : 흥, 바깥 날씨가 얼마나 극단적이든,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든 상관없다. 이 몸은 성수로서 다른 사람과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지키러 가야 한다!



쥬그라 : 어쨌든 곧 있으면 축제가 시작하지 않느냐. 만에 하나 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지 못하기라도 하다면...



화이트 시시 : 저 녀석, 누가 영웅 행세해달라고 했느냐고...






푹신푹신 신전 밖



쥬그라 : 후우, 후우.... 정말 춥다... 아무래도 신당이 있는 부유섬도 완전히 눈에 덮여버린 것 같은데...



쥬그라 : 흥, 뭐가 영웅 행세라는 거냐! 어떤 위험이든 덤벼보라지! 이 몸은 여신의 성수인 것을!










쥬그라 : 으음... 여기에도 눈과 관련된 단서나 나쁜 녀석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군.



거룡의 울음 소리 : 크아아--!!!




이멜다 : 날 기다리고 있었나? '상서로운 용' 쥬그라.



쥬그라 : 가오오--! 네가 바로 눈을 부른 녀석이냐? 못된 녀석! 대체 우리 신전에 무슨 짓을 벌일 속셈이냐!?



이멜다 : 호오?



쥬그라 : 뭐, 뭐하는 거냐? 만약 싸우겠다면, 기꺼이 상대해주마!



이멜다 : 풋, 감히 너 혼자서 내게 도전하겠다고?



이멜다 :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애교 부리는 것밖에 모르는 녀석이 이렇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줄이야.



쥬그라 : 가오--! 누가 애교나 부리는 녀석이라는 거냐!?



이멜다 : 흥, 애교 부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지, 아니면 진짜 실력이 있는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지.



이멜다 : 그래서 혼자서 용감히 도전하는 것을 갸륵히 여겨서... 딱 세 번만 공격하도록 하겠다.




쥬그라 : 날 우습게 보지 마라!



이멜다 : 흥, 큰 소리는 내 공격을 모두 받아낸 뒤에나 치도록.



이멜다 : 네가 이긴다면 바로 얼음 봉쇄를 풀어주마.



이멜다 : 하지만 네가 진다면, 너와 이 부유섬의 모든 영웅은 내게 충성해야 한다. 어때?



쥬그라 : 충성이니 뭐니 하는 영문모를 소리는 집어치우고... 네 공격을 세 번 받아내면 아무 문제 없는 것 아니냐?



쥬그리 : 신전의 다른 사람과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지키는 건, 이 몸 하나로 충분하다! 덤벼라!



이멜다 : 그러면 각오해라. 사정따윈 봐주지 않을 테니.



쥬그라 : 덤벼라! 가오오--!






쥬그라 : 가오... 고작... 이 정도냐... 허풍만 센 녀석...



이멜다 : 흥, 겨우 첫 번째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건가?



쥬그라 : 이 몸은 아직... 버틸 수 있다, 다시 덤벼라...!






쥬그라 : 우우... 두 번째로군... 이제... 마지막...



이멜다 : 흥,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게 복종한다면 마지막 공격은 그만두지.



쥬그라 : 우우... 항복... 하라고...? 웃기지 마라... 이 몸은... 성수다...



이멜다 : 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이로군. 기억해두마. 하지만 지금은 만신창이로 내 정복을 받아들일 차례다!





??? : 더는 쥬그라를 해치게 두지 않겠어!



이멜다 : 해칠 생각 따윈 없다.



이멜다 : 그저 너희의 '상서로운 용' 친구가 용감하게 나와 도박을 했을 뿐이지.



화이트 시시 : 그런 이상한 도박 따위 납득할 수 없어!



아멜다 : 맞아요! 당신처럼 힘으로 정복하려고만 하는 나쁜 녀석에게 우리가 복종할 것 같나요!



소피아 : 강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로 모두를 포용하고, 그러면서도 위험한 순간에 먼저 나설 수 있는 용기...



아멜다 : 겉으로는 우리와 하하호호 떠들지만, 언제나 우리는 마음속으로 쥬그라야말로 상서로운 용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성수라고 생각해왔어요! 우리의 마음은 쥬그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구요!



사그니 : 사룡을 다루는 당신 같은 사람은, 결국 우리의 상서로운 용에게 패할 겁니다!



이멜다 : 상서로운 용이건, 사룡이건 상관없다. 도박은 도박, 승부는 정해진 거야.



쥬그라 : 이 몸은... 아직 지지 않았다...



소피아 : 쥬그라...



쥬그라 : 이 몸은...



쥬그라 : 아직 지지 않았단 말이다아!





이멜다 : 하하하, 그래, 알았다.



이멜다 : 너희가 쓰러지더라도 언제나 동료의 격려에 다시 일어나고——



이멜다 : 내가 정복한 세계가 상처와 얼음뿐인 이유도... 어쩌면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이멜다 : 이번 싸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하지만...



이멜다 : 정복자는 절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