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화원은 저들의 요람이요, 거짓된 전장은 우리의 무덤일지니...



전면퇴각 - 아군 사망자 없음

싸우며 퇴각 - 호프만으로 적 2명 격파






왕국 변경



신병 메르시 : 호프만 중위님, 군관 학교 65기 졸업생 메르시, 금일부로 중위님의 종군 시종을 명받았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호프만 : 호오? 군관 학교 졸업생이라니, 분명 훌륭한 가문일텐데. 나같이 평범한 신분의 기사의 시종을 맡게 되어 미안할 따름이군.



신병 메르시 : 아닙니다, 중위님은 군관들 사이에서 유명하십니다. 젊은 나이에 군공으로 페가수스 기사단의 선봉대장을 맡지 않으셨습니까. 중위님의 시종이 되어 영광입니다.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오오, 이번 작전은 호프만 대장의 부대가 담당하는 건가. 용맹한 그대가 선봉을 맡는다면, 우리 영주들은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겠군.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그런데 부대에 초면인 자들이 여럿 보이는 것 같은데?



호프만 :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베르나스 백작님. 백작님의 활약 없이 어떻게 동부 평원이 안정될 수 있겠습니까.



호프만 : 여기 젊은이들은 페가수스 기사단이 모집한 신병입니다. 저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려면, 도적 토벌 같은 '쉬운 임무'는 필수불가결하지요.



거만한 레나드 : 이봐, 호프만. 신병 관리는 똑바로 해야 할 거야. 저들이 발목이라도 잡는다면 셀스톤 원수께 보고할 줄 알라고!



호프만 : 페가수스 기사의 명예를 걸고 확실히 관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길.



겁많은 몬테 : 출발 시간은 아직 인가요? 곧 있으면 정오가 될 텐데, 눈부심증이 재발할 것 같아서요...



호프만 : 걱정하지 마시죠, 몬테 훈작님.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정오 전에는 전투가 끝날 겁니다.





출정 도중



신병 메르시 : 호프만 대장님,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변경을 침입한 제국의 유랑 도적 따위를 상대하는 데 세 영주와 페가수스 기사가 함께 작전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까?



호프만 : 왕국에 대대로 내려오는 '도시 공약'에 따라, 도시의 영주는 세브릭 왕국이 외적을 토벌할 때 군대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호프만 : 때문에 이 황금 평원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죽는다면, 세 곳의 부대가 모여야 하지. 영원과 단결의 상징이라고 그러더군.



신병 메르시 : 하! 이렇게 많은 병력이라면 도적 소굴이 아니라 제국의 요새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호프만 : 그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신입. 장차 그대도 세브릭의 '작전 스타일'을 체험해 볼 기회가 잔뜩 있을 거다.



신병 메르시 : 대장님, 우리 부대의 행군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오는 동안 영주들의 부대를 본 적이 없는데, 그들이 오길 기다렸다가 같이 공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프만 : 출전 준비를 해라. 그들은 절대 오지 않는다.



신병 메르시 : 예? 하지만 출정 당시 분명 함께 협동 전술을 짰지 않습니까. 우리 페가수스 기사가 마음대로 출전했다가는 작전을 망치지 않겠습니까?



호프만 : 고대 전란의 시대 당시, '도시 공약'은 왕국을 유지하는 연결 고리였다.



호프만 : 하지만 전쟁이 잊힌 지금, 그것은 탐욕의 온상으로 썩어버린 지 오래다. 영주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왕국에 출전했다고 거짓 보고를 하고 왕성의 돈을 빼먹기만 하는 실정이지.



호프만 : 그들이 출전하길 바라는 것보다, 전투 전에 그들이 펼치는 쇼에서 보여주는 조악한 연기가 나아지길 기대하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일 거다.



신병 메르시 : 그러니까 우리의 병력만으로 모든 도적 소굴을 소탕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할 수는 있겠지만, 꽤 무리를 해야 할 것 같군요.



호프만 : 소수 정예로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거지. 안타까운 점은, 이게 거의 페가수스 기사의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호프만 : 페가수스 기사에게 명령한다. 둘씩 팀을 이뤄라. 한 팀은 앞에서 적을 유인하고, 나머지는 측면에서 기습한다!







신병 메르시 : 적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각 소대는 적을 기습하라!



호프만 : 이상하군, 산속에서 뭔가 야수의 기운이... 이런! 하피와 늑대 인간이다!



호프만 : 뭇산의 아인이 어째서 북부의 유랑 도적과 결탁한 거지? 게다가 이 숫자와 실력은 평범한 '용병'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인데...



호프만 : 빌어먹을,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페가수스 기사는 남쪽을 향해 집결한다, 돌파 대형을 갖춰라! 이곳에서 피해를 당할 수는 없다!









신병 메르시 : 호프만 대장님, 저희가 산 중턱에서 산기슭까지 내려오는 동안 영주들의 부대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습니다!



신병 메르시 : 아까 전투에서 한 부대만이라도 지원을 와줬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패배하진 않았을 텐데...



호프만 : 네 심정은 이해한다. 나 역시 너와 같은 심정이니까.



호프만 : 하지만 잠시 후 원수 각하에게 보고하러 갔을 때, 제멋대로 그 분노를 쏟아내지 않겠다고 약속해다오. 내가 처리할 테니, 모두 내게 맡겨주었으면 한다.



[왕성으로부터 보급품이 도착하지 않아, 병사들이 굶고 있습니다. 그런 병사들이 출전하려 하지 않으니, 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군요.]



[저희 부대는 산 중턱에서 산사태에 가로막혔습니다. 매복으로 원수 각하의 위명에 흠집이 날 것이 걱정되어 먼저 퇴각했습니다.]



[눈병이 도져서 부대를 지휘할 수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원수 각하...]



왕국 원수 : 자네답지 않게 낙심한 모습이군, 호프만.



호프만 : 죄송합니다, 원수 각하. 도적의 소굴을 공략할 수 없었습니다.



왕국 원수 : 군관 학교의 교관이 자네에게 이 신병들을 그리 칭찬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다소 과장이었나 보군.



호프만 : 저들의 탓이 아닙니다, 원수 각하. 제가 그릇된 판단으로 잘못된 지시를 내렸습니다.



호프만 : 제국 경내의 유랑 도적 소굴에서 많은 수의 하피와 늑대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원군의 도움 없이, 저희 페가수스 기사만으로는 두 세력을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왕국 원수 : 뭇산의 아인이? 그들이 언제 오즈구스 녀석들과 결탁을 한 거지, 정말 이상하군...



거만한 레나드 : 이상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 반인반수의 괴물 녀석들이야 돈만 많이 준다면 누구에게라도 붙는 녀석들인걸요.



거만한 레나드 : 그보다는 위명이 쟁쟁한 페가수스 기사가 그런 하피와 똥강아지 몇 마리에 쫓겨 흙투성이 꼴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왕국 원수 : 어쨌든 간에 자네가 도적 토벌 같은 기본적인 작전마저 실패했다는 것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군.



왕국 원수 : 갑작스러운 역경 속에서 자네는 연합군의 작전과는 달리 홀로 전투를 시작해 제때 전황을 본대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작전에 실패하며 애꿎은 병사들의 희생만 초래했다.



왕국 원수 : 호프만 중위, 자네가 페가수스 기사의 선봉대장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만.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이런, 진정하시지요 원수 각하. 호프만 대장의 용맹이야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동부의 영주들도 호프만 대장과 함께라면 기꺼이 나설 것입니다.



왕국 원수 : 됐소. 자네의 지난 공을 참작하여, 당분간 그 책임을 물어 경기병 지원 부대로 발령, 추후 성과를 지켜보겠다.



호프만 : 원수 각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왕국 군영



신병 메르시 : 언제까지고 오지 않을 원군을 기다리지 않았고, 천리 밖의 본영에 긴박한 전황을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니요?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어딨을까요!?



호프만 : 실망했나, 신입.



신병 메르시 : 아닙니다, 대장님. 그저 이해 가지 않는 점이 있을 뿐입니다. 간단한 수고만 들이면 싸움을 끝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 겁니까?



호프만 : 이제 눈치챘나 신입? 한두 번 패한다고 해서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지는 않아. 하지만 자네가 그 전장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모든 것이 끝났겠지.



호프만 : 세상사 명확한 건 없어. 페가수스 기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명령과 전황 사이에서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럽게 죽음을 피하는 게 전부야.



신병 메르시 : 아니요, 호프만 중위님. 중위님 말씀은 우리의 신조와 상반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란 모름지기 용맹하고 영광을 위해 살고 영광을 위해 죽으며...



호프만 : 신입, 만약 자네가 자네의 전우처럼 그 거짓된 전장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자네의 희생은, 자네의 영광은 무엇과 바꿀 수 있겠나?



호프만 : 자네의 희생은 높은 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음모의 주석일 뿐이야. 그리고 자네의 영광은 그들의 더러운 계획과 치부를 감추는 천 쪼가리일 뿐이고!



신병 메르시 : 하지만,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우리는 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그들은 후방에서 다리 뻗고 쉬면서 전장을 장사로 치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호프만 : 황금색 화원은 그들의 요람이고, 먼지투성이 전장은 우리의 무덤이다. 불공평하다고?!



호프만 : 내가 동부 평원에서 본 유일한 '공평함'은 높이 치든 검으로 적의 목구멍을 꿰뚫었을 때, 죽음과 함께 찾아온 적막뿐이었다!



신병 메르시 : 호프만 중위님, 정말 무서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호프만 : 미안하다, 신입. 방금 말은 잊도록. 바닥을 기는 독사의 머릿속에는 진흙 속 위험밖에 없지. 오직 페가수스만이 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다.



호프만 : 뭇산의 백성과 오즈구스의 야만족이 결탁했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먼 곳에서 먹구름이 모여들고, 무서운 회오리바람이 황금 평원을 휩쓸겠군...



신병 메르시 : 그러면 대장님, 장차 우리는 어떻게 그 회오리바람을 막아야 하겠습니까? 페가수스 기사가 자랑으로 여기는 검과 방패 만으로요?



호프만 : 언제나 기사와 함께하는 파트너를 경시하지 말도록.



호프만 : 이것 하나는 장담하지. 만약 우리가 폭풍의 전날 밤을 맞이할 만큼 운이 좋다면, 손에 든 검과 방패가 분명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