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날개가 피로 물들었다. 어째서 그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가?



피투성이 영광 - 호프만으로 적 3명 격파

승리의 기세 - 4턴 내 클리어









거만한 레나드 : 이제야 도착했군, 지원부대.



호프만 : 레나드 자작님, 베르나스 백작님,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제국 최전선 부대를 대상으로 한 섬멸전이 갑작스레 페가수스 선봉 부대의 돌파 전투로 바뀐 이유가 무엇입니까?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에이, 누가 알겠나. 우리는 전술과 전력 면에서 모두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겠군.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예전처럼 넓은 평원에 진을 치고, 원수 각하가 줄곧 생각한 대로 페가수스로 기습하며 공격을 시작했지.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하지만 오즈구스의 야만족 뒤쪽에서 돌연 사악한 불을 다루는 마법사들이 등장했다네. 페가수스의 날개는 순식간에 농담거리가 되어버렸어.



거만한 레나드 : 흥! 나와 베르나스 백작님의 군대가 조금만 더 재빨랐다면, 지금 포위당한 건 우리였을 거다!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용감한 호프만 교위, 서둘러 자네의 페가수스 전우를 구하러 가세나. 이 이상 지체한다면, 그들은 하늘나라에서나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걸세.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그리고 자네와 함께 전장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주게. 나와 병사들은 심신이 모두 지쳐서 더는 싸울 여력이 없거든.



호프만 : 이해합니다, 베르나스 백작님. 우선 정보를 제공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군영에 돌아가시면, 저를 대신해 원수 각하께 이곳의 전황을 전해주십시오.



탐욕스러운 베르나스 : 기꺼이 그러지, 페가수스 기사여.



부관 메르시 : '누가 알겠나?' 라니! 병사들의 옷소매를 보지 않았다면 '티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말이 전장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모를 뻔했습니다!



부관 메르시 : 전황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뻔하군요.



호프만 : 분노는 전장의 적을 위해 남겨둬라, 메르시. 지금 상황은 어떻지?






부관 메르시 : 영주들이 제공한 정보대로입니다. 화염 마법사의 불벼락 아래에서 우리 페가수스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부관 메르시 : 선봉 부대에서 내쳐진 게 정말 다행이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저기서 불벼락을 맞는 건 우리였을 테니까요.



호프만 : 메르시, 한순간의 요행으로 자신의 선량함을 흐리지 말도록.



호프만 : 지금 저 전장에 우리 병력으로 지원을 가봤자, 저 마법사들에게 불쌍한 땔감 몇 개를 더 던져주는 꼴에 불과하다.



부관 메르시 : 제길, 한쪽은 원수의 질책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쪽은 사지가 기다리고 있다니... 더 나은 상황은 없는 겁니까?



호프만 : 패배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더 나은 전장이 있고, 그곳이라면 패배에 더 나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지. 독특한 지형과 예상하기 힘든 미끼를 이용한다면...



부관 메르시 : 독특한 지형이라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황금 평원을 벗어나겠다는 말씀입니까? 게다가 미끼는...



왕국의 특사 : 세브릭의 이름으로! 페가수스 기사들이여, 셀스톤 원수의 명령이다!



호프만 : 이것 봐, 요행에 좋아할 거 없다고 그랬지? 우리는 저 불벼락을 결국 맞게 되어 있다니까.



호프만 : 메르시, 병사를 집결시켜라. 병사들에게 '원수'의 명령을 전해야겠다.









제국 병사 : 세브릭의 페가수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제 폐하의 대업을 달성할 날이 머지않았어.



제국 마법사 : 너무 좋아하지 말도록. 우리의 화염 마법이 없다면 당신들은 페가수스의 말발굽도 구경 못 했을 테니. 이제 이 산길만 넘어가면 우리 제국의 영토니...



제국 마법사 : 조용히 하고 서둘러 진군합시다. 얼마 뒤에 있을 정복 전쟁 준비를 위해, 빨리 제도 요새로 돌아가 우리가 모은 정보를 공주님께 보고해야 합니다!





제국 마법사 : 빌어먹을, 감히 페가수스가 제국의 국경 안까지 쫓아왔다 이거지? 마법을 써라, 녀석들의 날개를 몽땅 태워버려!








제국 병사 : 아니, 잠깐! 추락하는 페가수스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잖아!?



제국 마법사 : 뭐라고!? 정보와는 전혀 다르잖아!? 그 고리타분한 기사 놈들이 소중한 페가수스를 미끼로 썼다는 건가!?



제국 마법사 : 제길, 마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때에 공격이라도 받았다가는...




호프만 : 세브릭의 고귀한 페가수스 기사들이여, 명을 받들라! 저 사악한 야만족을 모두 쓸어버려라!



부관 메르시 : 성공입니다! 호프만 대장님, 계획이 완전히 주효했습니다. 다만 원수 각하께서 이렇게 대담한 책략을 받아들일지는... 호프만 대장님?



호프만 : 걱정 마라, 메르시... 전력을 다해 싸워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승리다!









부관 메르시 : 대장님, 잔존 병력 편성도 마무리했고, 적의 시신도 모두 확인했습니다. 우리의 승리입니다.



호프만 : 그래... 다행이군!



왕국의 특사 : 호프만 교위... 아니, 반역자 호프만! 네가 감히 원수의 명령을 거짓으로 전달하고, 멋대로 제국 영토로 진군한 탓에 황금 평원에 고립된 기사들이 모두 전사했다!



왕국의 특사 : 게다가 왕국의 가장 귀중한 페가수스를 미끼로 삼았다는 말도 들리더군! 이... 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호프만 : 특사님, 우리 군이 평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페가수스 부대는 전멸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저는 전황을 만회하고자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왕국의 특사 : 흥, 베르나스 백작에게서 거짓말하는 것만 배웠나 보군. 군영에 도착한 두 영주가 이미 진작에 전황을 보고했다.



왕국의 특사 : 네가 한 행위는 전혀 명예롭지 않다, 왕국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는 짓이야! 원수에게 너의 죄상을 보고하고, 너와 네 병사의 모든 것을 박탈하겠다!



부관 메르시 : 죽고 싶은 거냐!?




호프만 : 모두 물러나라!



호프만 : 원수 각하의 명령을 거짓으로 전달한 건 저의 독단적인 행위입니다. 부관과 병사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부디 원수 각하께 이를...



원수의 목소리 : 아니 이게 누구야! 누가 왔는지 보게나, 동부 평원의 영웅이 아닌가!



왕국 원수 : 지원 부대만으로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치열한 전투 끝에 제국의 정예 부대를 전멸시키다니! 호프만 이 사람아, 정말 잘했네!




호프만 : 원수 각하, 무언가 잘못 아시는 듯합니다. 저희가 물리친 자들은 그저 정찰 부대였을 뿐, 제국의 정예 같은 게...



왕국의 원수 : 이런, 너무 그리 겸손할 필요 없네, 호프만 교위... 아니지, 호프만 장군!



왕국의 원수 : 방금 결정된 사항이네. 이제부터 페가수스 기사단은 자네가 지휘하게나! 내 세브리아스에 자네의 공을 상세히 올리겠네, 분명 서훈식도 열릴 거야.



왕국의 원수 : 자, 어디 다시 한 번 보게나. 이런, 이런! 이 얼마나 늠름한 기사란 말인가,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 세브릭 병사의 모범이라 할 수 있지!






서훈식 후



부관 메르시 : 그 특사의 표정 보셨습니까? 웃음을 참느라 정말 혼났습니다.



호프만 : 후후, 호가호위하는 그런 종군 문관이라면 원수의 변덕 따윈 신경 쓰지 않을 텐데.



부관 메르시 : 그런데 장군님,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셀스톤 원수는 어째서 그렇게 태도를 바꾸고, 우리의 공훈으로 노래를 부르다시피 한 겁니까?



호프만 : 그는 동부 평원에서 치욕스러운 패배를 겪었지. 페가수스 선봉 부대가 심각한 피해를 보았어. 그렇게 이기적이고 음험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왕성에 보고할 무언가를 찾지 않겠나.



호프만 : 그가 세브리아스에 보내는 보고서 속 우리의 활약이 얼마나 큰 파란을 불러일으킬지 생각해보게.



부관 메르시 : 세브릭을 위해 그토록 많은 피를 흘렸건만, 결국 권모술수의 놀이판 위에 올라서야 한다는 게 정말 아이러니하군요.



부관 메르시 : 하지만 장군님께서 인정받으셔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이제야 겨우 장군님의 용기와 지혜에 어울리는 영광과 칭호를 받게 된 거 아닙니까.



호프만 : '피투성이 페가수스'... 그 음흉한 영주들은 칭호에도 비웃음을 섞어 놨더군.



호프만 : 그자들은 내게 페가수스와 기사들의 피가 묻어 있음을, 내가 페가수스 기사들의 멸시받을 행동을 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거야.



부관 메르시 : 정말 빌어먹을 좀벌레들입니다. 녀석들은 언젠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지요.



호프만 : 마음대로 지껄이라고 해. 비웃어도 좋고, 욕해도 좋아. 나는 그들의 수작질을 버티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직접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부관 메르시 : 그런데 장군, 억울하게 죽은 기사들과 페가수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페가수스 : 메르시, 선량함으로 자네의 두 눈을 흐리지 말게. 이유없는 자책을 짊어지지 마. 이 자리에서 말하건대,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몇 번이고 같은 결정을 내릴 거다.



호프만 : 그 선택의 교차로에서, 황금 평원의 꽃밭 언저리에서, 어떤 뜨거운 갈망이 내 심장을 불태우고 내 정신을 차지했지.



부관 메르시 : '승리'에 대한 갈망이겠지요.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부관 메르시 : 영광을 위해 사는 페가수스 기사는 너무 오랫동안 승리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호프만 : 이번 서훈식을 겪으니 어린 시절 처음 참가했던 서훈식 광경이 떠오르더군.



호프만 : 나이 든 리어 남작님은 내게 기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셨어. 그분은 애정을 담아 내 아버지를 기억해 주셨고, 눈물 어린 표정으로 나를 동정해주셨지.



호프만 : 정말 선량한 분이지 않나? 선량하지만 우둔하지. 안타까운 건, 그토록 좋은 사람이 자칫 높은 위치에 오르기라도 한다면, 마찬가지로 불쌍한 좀벌레가 된다는 거야.



부관 메르시 : 장군님, 우리는 이제 타인의 체스 말이 되는 것에 신물이 납니다. 세브릭의 현 상황도 불만이고요.



호프만 : 메르시, 우리는 체스 말이 아니야. 체스 말은 게임에 쓰이는 물건이지. 게임은 정신이 또렷한 자를 위한 거다.



호프만 : 그리고 동부 평원에서 발생한 일은... 몇몇 정신 나간 도박꾼들이 군대를 그들의 어리석은 도박의 판돈으로 여긴 것일 뿐이다!



부관 메르시 : 장군은 그들과 다르십니다. 장군의 곁이라면 전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저희는 장군을 따르고 싶습니다, 설사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호프만 : 그런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메르시. 그런 구차한 결말 따윈 내 계획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