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브금 - 카잔의 고아들







게르만의 대이동기 게르만족이나 소빙기 방랑민족들 같은 꼬라지 말이야


생각해봐


설정상으로도 붕괴액이 2030년 상해에서 최초로 터졌지?


근데 그렇게 상해에서 터진 붕피액이 편서풍 타고 대관절 어디로 날아가겠냐?


어디긴 어디야. 황해너머 느그동네지 ^오^


암튼 상기한 이유 덕분에 한반도 남쪽에서는 인간 자체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여


생각해보면 꼴에 멀쩡한 꼴이라는 베오그라드도 격리구역 바깥에는 엘리드 돌아다니는 생지옥인데 할 말 다했지 뫄








그렇게 땅덩이는 좆망해도 꼴에 부자는 3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살아남긴 할거임


지식의 원천 나좆위키에서는 한국인들 중 붕괴액에 의한 직접 사상자만 수천만이라고 했던가


뫄 붕피액을 그나마 피한 생존자가 나온다면 아마도 상해에서 좀 떨어진 중부지방 쪽, 그중에서도 평소 화생방 대비가 빠방한 군부대에서 생존자가 많이 나오겠지


그나마 국군 주력부대와 수도권이 있는 수도권-강원도 지역 말이여


여하튼 이렇게 예고도 없이 덮친 붕피액 샤워를 피해 간신히 살아남은 국군 부대와 수도권 민간인 수백만이 단지 생존하기 위에 북진하는 것이 보고 싶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정든 고향을 버리고, 한마디의 기약도 없이, 북으로, 북으로, 그리고 또 북으로 피난처를 찾아서 떠나는 거여



...



그렇게 북으로 살기위해 북진하는 사람들 중에는 김포에서 원 주둔하던 X연대 장병들도 있겠지


일단 북진명령을 받기는 했는데 이게 평소에 명령받던 XX대 사령부 명령인지, 수도군단 명령인지, 아니면 청와대 명령인지도 모른채 무조건 북으로 북으로 가는거여


내무반에서 짐을 꾸리고, 들고갈 수 없는 장비는 모조리 파기하고, 뒤에는 한국에 남은 마지막 공권력인 군대만을 오매불망 바라보면서 따라오는 김포시 민간인들을 줄줄 달고....


다시는 보지 못할 한강을 건너,마찬가지로 다시는 보지 못할 가족이 있던 일산을 지나, 한때는 서로 으르렁댔지만 지금은 단지 그리울뿐인 땅개들이 지키던 파주 임진강을 지나, 


그리고 언젠가는 넘으리라 맹세했던, 하지만 이리 넘을줄은 그 누구도 몰랐던, 한맺힌 휴전선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그렇게 폐허가 된 남한 수도권을 지나 터덜터덜 북한으로 진입하는 X연대가 보고싶다



...






뫄 북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로 보이는 꼴은 폐허뿐이겠지


생각해보면 북한도 인구 태반이 갈려나가는건 마찬가지니 별 수 있겠남


그러다 선도하던 파주 X사단이 사리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드디어 북한군 잔당들과 마주하는 것이 보고싶다


수색대대를 앞세우고 북진의 선봉으로 나서던 X사단은, 붕괴액 구름에 가려서 기적적으로 항공정찰을 피한 조선인민군의 한타에 무방비상태로 걸려들고...


그대로 뒤따르던 민간인들과 함께 X사단 병력의 몇 배에 달하는 북한 전연군단에 포위되어 몰살당하는 처지가 될 거여


십수 킬로미터 뒤에서 뒤따르던 X연대를 비롯한 인근 한국군 부대들이 황급히 구원을 위해 달려가지만


그들이 본 것은 그들만치나 악에 받히고 모든 것에 굶주린 인민군들이 무방비 상태의 비전투인원과 민간인들을 유린하는 꼴...


그 광경을 본 한국군들이 들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이기지 못하고 약탈살인방화에 몰두하는 인민군을 무자비하게 갈아버리겠지


그 사태를 신호탄으로 피를 피로 씻어내는, 마치 제 3세계의 이름없는 니가저장소 오지에서나 벌어질 듯한 유혈낭자한 복수극이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나는 것이야



...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사람 죽어나가는 것이 과연 유혈사태에만 국한되는 일일까?


계속되는 전투와 강행군에 의한 피로와 고갈되는 비축물자로 의해 민간인들도 하나둘씩 픽픽 쓰러져 갈 것이여


원래는 방배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민방위 아재들이나 관리하던 예비역 대위 김군붕이의 가족도 그 마수는 못 피할진데


북진하는 예비군 부대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김군붕이네와 민간인들 역시 서서히 남에서 쫒아오는 죽음의 냄새를 맡겠지


김군붕이네는 나이서른 먹은 이대독자 김군붕이랑, 결혼한 군붕이 마누라랑, 한살배기 애기랑, 애기 봐줄라고 저 멀리 나주에서 올라온 군붕이 어멈으로 이뤄져 있는데


어느 죽음의 행렬이 안 그랬냐만은 처음에는 멀쩡히 차량도 있고 물자도 꽤 남아있고 해서 같이 가는 민간인 행렬두 별 문제 없이 쭉쭉 올라는 갔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 원체 천식끼가 있고 붕괴액 바람도 자주 쐬버려서 불안불안 하던 군붕이네 한살배기 애기가 오밤중에 자지러지게 켁켁대다가 꼴까닥 숨이 넘어가불어


같이 가던 민간인 행렬에서는 그게 첫 사망자니까 아주 그냥 대통곡이 나.


살아남은 방배동 주민 기 수백여명이 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끅끅대거나 침울해져서 얼마 안 남은 술만 쭉쭉 들이키고 있고...


애엄마들은 다 자기 애기 삼도천 넘어간 마냥 다 군붕이네 마누라 곁에 둘러앉아서 위로해주고...


저 멀리 전남 나주에서 삼대독자 하나 간수하겠다고 올라온 칠십일년생 나줏댁 할멈은 아주 그냥 대성통곡을 하는거야


김군붕이도 낳은 이후로는 맨 물고빨고 아주그냥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이 죽어뿔었으니까


장교 까오고 뭐고 눈탱이 밤탱이 될때까정 울어제끼고는, 손재주 좋은 윤하사랑 같이 관짝도 짜서 애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데...


이 군붕이 애 죽은 이후로도 계속 이 방배동 민간인 행렬에서 일이 점점 심각해져가






기름이 떨어져가지고 차량을 버리게 되고, 애들이 항생제가 없어가지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고, 심지어는 군붕이네 어무이까지 열이 오르고 헛소리를 시작해


아야... 그 군붕이... 느 아들 그, 갑붕이 있잖냐잉... 갸가 저 산허리서 자꾸 불르는갑다... 잉....


아이 엄니 자꾸 그 헛소리 마쇼잉. 갑붕이 금마 저 윤하사랑 나랑 둘이 관짝 짜갛고 그 해주 길바닥에다 묻은거 못 보셨소?


아야... 나가 갑붕이 간수를 잘몬해가꼬... 갸가 나가 원망시론갑다... 잉... 갸가 자꾸 부르는디... 나가 우짷것냐잉... 군붕아... 니 어매 먼저 간다잉.... 꼴까닥


하고 나줏댁도 결국에 마지막 숨을 넘기는 거여


그렇게 김군붕이는 한살배기 갑붕이 다음으로 어무이까지 줄초상을 치르는데


사람들 분위기가 처음에 애기 갑붕이 죽을때랑은 다른거야


워낙 노약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일도 제대로 풀리는 꼬라지가 없으니까 다들 누구 죽었다고 신경 써줄 분위기가 아니겠지


그래서 애기 죽을때랑은 다르게 관도 못 짜고 삽으로 땅이나 얕게 파서 대충 눈흙으로 어무이 덮고 길 떠나는 김군붕이가 보고싶다


그러고도 또 군붕이네 행렬은 살기는 해야 하니까 북으로, 북으로 계속 가서, 잿더미뿐이 안 남은 평양도 넘고, 시베리아 한파로 죄다 얼어붙은 청천강도 건너고, 드디어 압록강변에 닿겠지






그러다가 군붕이는 친정엄니 죽고는 말수도 없어지고 머리도 산발하고 다니던 군붕이네 마누라가 사라진 걸 알아채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밥때도 지나고 저녁놀이 깔리는 와중에도 나타나지를 않는 군붕이에게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걸 보고 싶다


이 시발... 씨발... 원체 집구녕 바깥으로도 나가덜 않던 여자가 씨이팔... 하면서 불길한 상상을 애써 외면하며 근처를 샅샅이 뒤지던 군붕이의 예상은 현실이 되고...



...





웬 버려진 마을 눈 덮인 당산나무에 목을 맨 마누라가 군붕이 앞에 떡하니 나타나는 거야


북으로 가는 길에서 애기 죽고, 어무이 죽고, 마지막으로 절대로 안 떠날것만 같던 마누라도 황천으로 떠나버린 군붕이...


그런 군붕이가, 머릿속에는 하얗게 질린 공백만이 남겨진 대위 김군붕이가, 마치 소련 붕괴 이후 쥐뿔도 남지 않은 카잔의 고아들이 그러했듯이,


아연실색한 표정도 짓지 못하고 무표정으로 터덜터덜 돌아서 걸어나가는 것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