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전개 막장 될 것 같아서 버렸었는데. 걍 쳐박아두기엔 아까워서 놔둠.

설정도 엉성하구 그래서.



0.

탄저균이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까?


예. 그거 맞습니다. 피부에 검게 염증이 올라오는 그거 말입니다. 치사율도 매우 높고요. 워낙 난리였으니 기자 양반도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탄저균은 정말 끈질깁니다. 편모가 없어서 기침 같은 증상으론 전염이 힘들지만, 대신 죽고 남은 시체가 땅을 오염시킵니다. 불로 태우고 난리를 쳐도 땅에 남은 포자가 제독팀을 괴롭힙니다. 하다 못해 시베리아에선 땅이 얼어붙어도 살아남습니다. 다시 녹으면 그 땅에 고스란히 포자가 남는거지요. 왠만한 소독약으론 죽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것들은 탄저병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놈들의 몸은 불 속에서 구워진 것처럼 검습니다. 우리가 놈들을 죽이고 비로소 진짜 시체가 되면, 그 자리는 이제부터 오염지대입니다. 탄저병과 다른 점은, 그 환자들이 저흴 공격했다는 겁니다.


환자들이 달려들었고, 다 썩어가는 이빨을 들이 밀며 저흴 사냥하려고 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보는 좀비들은 물면 감염된다고 하던데, 얘네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먹으려고 죽이는겁니다. 어느날 팀원이 없어지면 그 다음날엔 그 자리에 뼈만 남아있지요.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 그 정도 숫자까지 환자가 불어 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에 그 균에 노출된 지역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노출 지역의 밖에 있었고, 동시에 전장으로 투입되기 위해서 어설픈 백신까지 받았으니 살 수 있었지만 말입니다.



1.

밤새 내린 비에 녹아내린 진창이 발을 잡아끌었다. 죽어서 썩어가는 검은색의 진흙이 마치 그 위를 지나는 사람마저 지옥으로 쳐넣으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걸음을 방해했다.


그 땅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이 흙이 보통의 흙과 무어가 다르냐고 반문할 테지만. 이 땅에 묻힌 포자들로 수십 명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진아는 도저히 보통의 흙처럼 볼 수 없었다. 그 위를 생물 방호복 한 겹을 보험 삼아 겨우 지나가는 그녀에겐 걷는 것 자체가 위협이었다.


"3팀. 500미터만 더 전진하고 시가지 내에서 잠시 쉬자. 자기 방호복 외부에 노출된 곳 없는지 잘 확인하고, 몸에 이상 증상 생기면 보고하고 소총 버려라."


작전지역에 투입되고 나서 같은 소리만 5번째지만, 그녀로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진아는 7명짜리 팀을 통솔하는 갓 부임한 팀장이었고, 한 명 한 명의 전력이 너무 컸다.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전력을 잃을 순 없다고 곱씹으며, 진아는 자신의 방호복을 체크했다. 앞 뒤로 자신의 방호복을 체크하고는 무전으로 "이상 무"리며 보고해왔다. 목소리에는 피로가 한 껏 담겼다. 


개중에 다른 무전과 확실히 다른 보고가 섞였다.


[전방 300m, 환자 무리 다수.]


맨 앞에 섰던 사격조 소총수 이유민이 열상으로 적을 확인했다. 이유민은 열상 화면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흑백의 공간감 없는 화면으로 많은 열원이 움직였다. 밀집도는 높지 않았다.


[두 개 조로 산개. 나랑 기동조가 우측으로 100m만 기동한다. 사격조는 대기]


진아는 보고를 듣고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눈을 찌푸리며 방독면 너머를 보면, 검은색 무리가 반쯤 무너진 국도 위로 스멀스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쪽이 해발고도 면에서 비교적으로 우위에 있었고, 환자들이 있는 국도는 시가지로 진입하려면 꼭 거쳐야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교전에 진아는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3명이 각자 자신의 화기를 들고 진아를 따랐다, 남은 셋은 횡대로 엎드려서 대기했다. 다들 방아쇠울에 걸친 손가락이 긴장과 함께 떨기 시작했다.


두 팀이 갈라지고, 진아가 다시 한 번 무전을 날렸다.


"기관총은 가능한 한 정밀하게 쏠 수 있도록, 첫 사격은 사격조 유탄 한 발로 시작한다. 사격조가 먼저 사격을 시작하고, 관심이 사격조로 몰리면 기동조에서 쏜다. 확인했지?"


그녀는 매 순간 명령을 최대한 자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세세한 것까지 신경썼다. 신병이 제일 많은 3팀 팀장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팀원들이 그녀의 단편적인 명령을 듣고 딱 떨어지게 행동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녀의 지시를 받는 팀원들도 공감하는 사항이었다.


진아가 보고있는 쌍안경 안으로 검은색 무리가 가득했다. 기동조 지정사수 임원후는 양각대를 젖은 돌 위에 걸쳤다. 그 옆으로 기동조장 이지민이 기관총 사수 박수진의 탄띠를 꺼냈다. 준비가 끝나고 지민이 방독면 너머로 외쳤다.


"기동조 준비 끝."
[사격조 준비 끝]
"사격 개시."


동시에 사격조도 준비를 끝냈다. 진아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팀 좌익에서 유탄이 날아올랐다. 2초쯤 지나 진아가 주시하던 무리 중앙에서 유탄이 폭발했다. 멀뚱이 서있던 환자들의 시신이 이리저리 날았다. 환자들이 죽을 때 터지는 포자가루가 환자 사이에서 밀도있게 흩뿌려졌다.


그걸 신호로 해서 기관총이 사격을 시작했다. 먼 거리에서 최대한 절제한 사격이 날아들어갔다. 맞는 족족 검은색 포자가 공기 중에 퍼지고, 멀뚱히 서있던 놈들이 돌변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진아가 그걸 확인하고 쌍안경 대신 돌격소총을 손에 들었다. 그녀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


"기동조 사격개시."


바로 옆에서 소음기로 억제된 총성이 터지고,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환자들은 서로 애매한 거리를 두고 달려왔다. 놈들은 국도의 가드레일을 기점으로 산개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인간의 화력에 어느정도 대응책을 가진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였다.


진아는 사격에 최대한 집중했다. 열화상 조준기의 십자선을 항상 목표물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흰색 유체가 주변으로 터져나가는게 화면으로 선명하게 비춰진다. 그녀가 느끼기엔 덜 역겨웠다.


수분간 터지던 총성이 멎고, 환자들은 땅에 드러누웠다. 그 위로 검은색 먼지가 등실둥실 바람에 흩날렸다. 보기만 해도 생명에 위협이 될 것 같은 가루다. 마치 봄철에 목을 억죄는 모래먼지와 같았다. 들이마쉬면 그대로 인간으로써 죽는다는게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팀원 모두 그 차이점을 인식하고있었다.


"삼거리에서 재집결한다."


수진이 탄띠를 주섬주섬 챙기고, 진아와 지민은 각자 탄알집을 확인했다. 거의 반절 아래로 줄어든 무게를 느끼며 파우치에 든 무거운 놈과 교환했다.


2.


음료취수관으로 준비한 선식을 마시며, 진아는 등에 맨 장거리통신기를 풀어놨다. 그 옆으로 GPS 수신기가 연결된 패드와 태양광 충전기를 늘어놨다. 그녀는 지금까지 얼마나  움직였고, 얼마나 타겟과 가까워졌는지 확인했다. 무거운 방호복으로 주요 환자집단과의 교전을 피하며 직선거리로 약 20km를 음직였다.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지도에 표시했다. 아무래도 불만족스러웠다.


결산을 끝내고서 사령부로 보낼 전문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수색한 루트, 특이사항, 그리고 교전으로 인한 탄약소모, 재보급 요청, 다음 대기지역, 목표까지의 거리. 최대한 추려내서 짧게 걸러낸 문장들이 준비된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문장들이 송수신모듈을 거쳐 암호화된다.


안테나를 최대한 '병원' 방향으로 맞추고, 무전기의 스위치를 올린다. 미약한 전파가 잡혔다. 먼저 호출부호를 문 팀의 전문, 누군가 사령부와 교신하고, 진아는 그 꼬리를 물기 위해  기다렸다.


전문은 길다. 진아가 아는 바로, 작전지역 안에는 적어도 2개 대대가 헬리본으로 투입되었다. 6사단 방역 담당구역인 약 50km×70km 내부로 이례적으로 많은 정찰병력이 진입했다. 광범위히고 밀도높은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항상 병력이 쪼들리는 '병원'에서 이 정도 자원을 투입해 대비하려고 한다면, 이 지역 안에 대규모 환자무리가 방역망 돌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반증하듯, 읍내에 방황하는 환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 내에는 몇 남아있을지 모르나, 밖에 나와있던 놈들은 대개 이미 우두머리를 찾았으니 방황할 이유가 없다. 놈들의 밀집도는 이례적으로 높을 것이였다.


하지만 항공정찰로는 구체적인 본대가 발각되지 않았다. 4개월 전부터 발견된 '땅굴'의 가능성이 있다. 병원은 그걸 염두하고 우릴 투입했고, 우리는 그걸 찾아내야 한다.


작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팀이 무전을 끝내자 곧바로 꼬리를 물었다.


"아. 끝났다."


호출부호를 계속해서 송신하고, 4번째에 답신이 왔다. 감도 확인, 감도는 둘. 진아는 송수신모듈을 조작해 미리 작성한 전문을 날렸다.


잠시간 침묵, 별로 지나지 않아 3팀의 호출부호가 들리고, 확인부호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장문의 답신이 되돌아온다. 디지타이저 펜으로 태블릿 메모장에 숫자를 날린다. 이걸 다시 한글로 바꾸는게 한세월이였으나, 진아는 한줄 한줄 이어지는 전문에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송신 5743, 발신 4723>
<귀 통소는 즉각 해당 작전지역에서 철수해 6사단 도보수색대와 합류할 것. 7사단 방역망 현재 붕괴 위기. 해당 섹터 지역대는 4시간 전부터 통신 두절. 6사단 도보정찰대는 3시간 전에 전방으로 진출하였음. 위치: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일대. 7사단 방역망 조기 붕괴시 2차 방역망 설치 불가. 반드시 해당 방역망의 붕괴를 지연시켜야함. 방역철저>


마지막 문장이 끝났을 때, 진아는 이미 펼쳐놓았던 짐을 쓸어 담고 다시금 군장을 매고 있었다.


3.

팀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도보정찰대와 합류한 직후 1분의 휴식도 없이 보급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 3팀이 속한 6지역대 전반의 표정은 두려움과 걱정이 섞였다. 지역대장은 애써 바쁘게 행동하고 있지만, 그 또한 담배를 꼬나물고 담저을 억제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헬기 안에서, 지역대장이 빠르게 단편명령을 하달했다.


"우리는 그룹 알파로 지정된 대규모 환자 집단 후방에 급파된다. 주 공격축선은 19보병연대 담당 섹터이며, 우리 목적은 19연대 방역망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한 줄이는거다. 적 후방에 소단위로 집결한 환자들을 제압하고 증원을 막는게 우리 주 임무가 될거다."


그는 개략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시간이 없다는 투였지만, 사실 그 또한 현장 상황을 명확히 몰랐다. 상급부대의 명령은 지역대자으이 명령과 일치했다. 그가 전달받은건 이것 외엔 지도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그에겐 지도를 보고 떠올릴 수 있는 성공적인 계획은 하나 밖에 없었다.


"일단 증원을 막고 전장차단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청천면을 남북으로 가르는 달천의 약 7개의 다리를 일시적으로나마 무력화시켜야 한다. 적 환자의 추가 도강은 용납될 수 없다."


그는 비장했다. 각 팀의 소총수들은 눈을 감았다. 폭약을 많이 챙기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환자가 바글바글한 지역에서 다리를 7개 터트리는건 쉬운 일은 아니였다. 강우에 이은 강의 유속 증가는 모두에게 달갑지 않았다.


방호복의 무게에 짓눌린 분위기는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한층 더 무가워졌다. 치누크의 후방데크가 열리기 전까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4.


헬기가 떠나갔다. 그녀의 팀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기동했다. 지형도 생소하고 도상연구 한 번 진행해본적 없으나, 스마트폰 지도는 해답을 줬다. 그녀들이 걷는 골짜기 양 옆은 버려진 진지들이 자리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음습한 기운이 모두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 분위기가 무르익고, 골짜기를 벗어나 민가와 밭이 늘어선 좁은 평지에 들어섰다. 주변으로 산이 감싸는건 마찬가지였으나, 대신 시야가 훨씬 탁 트여졌다. 무전망에 적 발견 보고가 쏟아졌다.


"하천에 붙어서 소리 죽이고 이동한다. 나랑 각 조 조장들만 사격 허가. 사격시에 선보고 후 사격할 것. 적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은 놈들만 죽이고 지나가자."


진아는 교전을 꺼렸다. 기관총과 유탄을 쏴버리면 이 일대의 환자들이 죄다 그녀의 팀에게 달려들 것이다. 다른 팀에게는 호재겠으나, 그 숫자를 받아내고 탈출해낼 여력이 3팀에겐 없었다.


계속해서 내렸던 비의 영향으로 작은 하천이 매섭게 흐르고, 그 소리가 발소리를 잡아먹었다. 수위가 오른 하천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담구고, 자그마한 아치교 밑으로 월광을 피해 기동했다.


"전방 환자 하나. 사살하겠음."


둔탁한 약실 작동음이 울려퍼지고, 맨 앞에서 시체가 쓸려내려갔다. 잠시 멈췄던 발과 함께 그 작업을 세 번 더 반복하면서, 3팀은 다리로 움직였다.

+

다리는 가까웠다. 단편적으로 떨어진 목표는 덕평 1교와 운교였다. 두개의 교량을 폭파하기에 충분란 폭약도 있다. 진아는 자신의 군장 무게를 실감하며 폭약을 분배했다. 정확히는 사람을 분배했다.


"사격조가 단독으로 운교를 폭파하고, 나랑 기동조가 덕평 1교를 폭파한다. 합류지점은... 그래. 지촌사거리로 하자."


지도상으로 덕평 1교가 더 컸다. 동시에 덕평 1교는 49번 지방도가 지나갔다. 확실하게 폭파하고 큰 도로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다들 지쳐있었고, 따로 작전에 토를 달지 않았다. 폭파 담당인 각 조장도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엄밀하게는 말을 아꼈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팀이 두개로 갈라졌다. 진아를 비롯한 기동조는 남쪽으로, 사격조는 북쪽으로 갈라져 각자 목표로 향했다.




+




다리에 도착하자마자 진아는 당혹감을 느꼈다. 원래라면 다리를 건너고 폭파해야했으나, 그녀들이 너무 늦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이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시간이라도 맞추려면 지금이라도 다리를 터트려야했다.


어둠 속에서 강의 너비를 눈대중으로 측정하고, 비로 인해 불어난 유속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헤엄쳐 건너려면 북쪽으로 조금 흘러내려가야 할 것이다. 늘어난 행군거리를 가늠했다.


"여기서 터트리자. 도하는 수영해서 건너는 게 최선이야."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진아의 결론에 이지민은 납득하기 힘들어했다. 작전 투입 이후 거의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그녀는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애들 다 체력적으로 퍼졌습니다. 여기서 유속 빠른 강 수영으로 건너면 애들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방호복까지 입은 상태에서 맨몸도강은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개선돼서 활동하기 편하게 나왔어도 방독면에 물 들어가면 못 씁니다."
"그럼 벗어. 공기 중 포자에만 노출 안되면 돼."


진아에겐 이지민의 반론이 조금이라도 다리 폭파를 늦추려는 수작으로 보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환자 무리가 다 지나갈테고, 그 뒤에는 어쩔 수 없이 건너가야 할테니까. 하지만 지민의 눈에는 영웅심리에 미친 또라이로 밖에 안 보였다. 것도 작전투입 경험도 얼마 없는 초임 소위가.


진아는 자기가 직접 처리하려고 기동조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폭약을 달라고, 그걸 이지민이 가로막았다.


"폭약이랑 뇌관 줘. 내가 터트리게."
"벗으려면 혼자 벗으십쇼. 저흰 환자될 생각 없습니다."


분위기는 급속하게 냉각됐다. 기동조에서 가장 짬이 많은 중사가 초임 소위 팀장을 가로막았다. 진아가 갈등했다. 강경하게 나가야 하는가? 답은 빠르게 나온다. 그녀에겐 저 무리를 강바닥 밑으로 쳐넣는게 더 먼저였다. 도하는 여차하면 대안을 찾을 수 있을거다. 아마.


총구가 사람에게 향했다. 홀스터에서 뽑은 자동권총의 트리튬이 몸을 가로막는 이지민의 머리 위에 얹혀졌다.


"허. 이런 미친"


지민이 당황과 탄식을 내뱉고, 진아는 그녀를 압박했다.


"비켜. 대가리에 바람구멍 나고 싶어? 아님 명령불이행으로 군사재판 보내줄까? 골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