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은 고증오류지만 이 양반은 이런 거 해도 된다


https://arca.live/b/military815/103954004?p=1

여기에 댓글 달려다 길어져서 글로 올림. 사실 언제 이걸 올려볼까 했는데 영화챈에 올릴까 어쩔까하다 말 나온 김에 여기 올림.

밀덕에게 고증은 중요하고 제작진이 고증에 세세하게 신경쓸 정도면 다른 면도 신경쓰기 마련이니 작품 질이 올라가게 됨. 그만큼 고증은 중요함.

문제는 이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이게 다 맞춰지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다 맞추긴 어려운 이유가 첫번째는 돈. 제작자가 갑부라서 돈 대준다고 해도 그 빈 살만도 돈지랄에 한계가 있다. 현대전 배경으로 하면 현용 군사장비 동원해야하고 과거 전쟁이면 과거 군사장비를 짭이나 CG로 만들던가 아니면 몇대 없는 귀중한 실물을 모셔오던가 해야함. 

두번째는 시간. 제작사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만들어서 언제 걸어야 이윤을 뽑겠다는 계산으로 제작하는데 그 기간 안에 고증 맞춘 연출하기 힘들면 패스해야함. 물론 리들리 스콧이나 조지 밀러 같은 거장 감독이면 제작자가 아이고 선생님 제발 기간 늘리는 거 조금만 하지만. 솔까 리들리 스콧은 뭐 제작자 시발아 어쩌라고 이게 좀 문제긴 함.


이 두개 문제 같은 경우가 바로 탑건 매버릭. F-18이 초저공으로 협곡 돌파하는 장면은 밀덕은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도 명장면이었지만 사실 미군이 저짓할 이유가 없다. 정 GPS 교란 지역이면 미 공군이 B-2 띄워서 벙커버스터 우르르 떨치고 핵 재처리 시설 있는 분지를 분지였던 것으로 만들면 되지. 아니면 F-22가 5세대 전투기 잡는 동안 해군 F-35가 고공으로 몰려가서 뚜까패놓고.

하지만 전자를 하면 당연히 영화가 안되고 후자로 하자니 F-22,35는 배우가 타고 비행하는 연기할 수가 없고(미국 법에 군용기 조종은 군인만 할 수 있고 따라서 탑건에선 복좌기에 타고 단좌기인 척 한다던가 복좌기에 앞 뒤 순서대로 타고 연기하는 방식으로 해야했음). 그렇다고 이걸 다 CG로 조질 수도 없으니 소수 F-18로 작전하는 모습이 나온 것.


세번째는 제일 중요한 게 관객의 시선. 

고증대로 나오면 다 좋을지도 몰라도 이걸 마냥 영화로 찍어서 보여주기엔 1,2번 문제 말고도 생각 외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블랙호크다운 보면 추락한 페이브호크를 소이탄으로 소각초리하지만 소이탄으로 그걸 처리하긴 너무 크고 실제로 소각 처리는 C-4 붙여서 했음. 근데 이게 별 거 아닌 거처럼 보여도 촬영 현장에서는 촬영 동선이라는 게 있어서 폭탄 설치&수류탄 투척이 거기서 거기 같아도 은근히 촬영각 잡는 게 까다로움. 폭탄 붙이고 전선 늘이고 어쩌고 하는 거 보다 수류탄 휙 던지고 나오는 게 더 간결하다는 거지. 이거 하루 내내 벌어진 일을 2,3시간 안에 잡아야 하는 영화라는 걸 생각해보면 무시할 게 못됨.

또 다른 면에서는 임팩트 측면.

영화 붉은10월에서 망명하려는 붉은10월호를 격침하기 위해 소련 대잠초계기가 어뢰를 투하하고 붉은10월은 이걸 회피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돌진해 어뢰가 활성화되기 전 들이받아 무력화시킨다. 이거 사실 말도 안되지만 관객들에겐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이 개쩌는 카리스마만빵퍼킹하드코어 함장으로 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음.

한가지 더 사례로 들면 영화 9중대. 영화에선 주둔지가 포위되어 전투 중 통신기가 박살나 철수 명령을 듣지 못해 주인공 빼고 전멸 당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거 없이 철수했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씬으로 전쟁의 허망함을 잘 나타내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뭐라하지 않는 편.

저기 챈러가 말한 강철비 그 장면은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북한도 미국 미사일 격추 생각으로 쏜 건 아니었던 거 같음. 막 미국이 공격할 찰나에 우연히 공갈용으로 쏜 핵폭발에 휘말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핵폭발의 임팩트 자체는 잘 전달됐음. 그만하면 감독이 주고 싶은 이미지는 제대로 나온 편임. 사실 이 영화 문제는 마지막에 그거(...)

물론 이정도 고증 희생은 해도될만큼 다른 면은 잘 맞추고 그만큼 관객 몰입하게 해줄 연출력도 중요함. 

물론 고증 조까 개쌈마이웨이하면서 명작 반열에 든 것도 있는데 이것도 그만큼 연출력, 각본, 연기가 잘 어우려져야 함. 


그런데 고증은 개판이고 연출도 개판이다? 







이꼴난다.

유튜브 있는 거 못찾았는데 극중 주인공 블랙이글일 때 개폼 잡는다고 관중 머리 위로 전투기 시동 끄고 떨구다 막판에 제로노트 기동 그지랄하는데 이거는 공군이 협찬하는 게 아니라 공군참모총장부터 막 입대한 이등병까지 불러다놓고 제작진 줄빠따 쌔려야해. 고 김도현 중령이 왜 탈출 기회 버리고 마지막까지 조종간 잡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런 망작은 OCN에도 안나오더라. 이거보다 더 오래된 진주만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고증도 최소한 밀덕 아닌 관객도 보면 납득할 정도는 맞춰야함. 시발 사방 천지에 혹한기 뛴 예비역들이 득시글한 나라에서 눈밭에 흑복 입고 매복하는 드라마가 왠 일이냐.


썰이 길었는데 좌우간 적당한 선에서 보는 게 중요해. 물론 그건 각자의 취양 나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