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

- 서클명 :  シロイルカ (흰돌고래)

- 성우 : 柚木つばめ (유즈키 츠바메)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살면서 비오는 날을 정말 좋아했다.

정확히는 비오는 날 나가는 거 보다는 그냥 주적하게 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게 좋았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꽤 인적 드문 골목에 위치했고 우리 동네는 도시 치고는 외각에 있던 터라 비가 오는 날이면 온 동네에 빗소리만 가득했다.

옛날에는 가끔 빗소리 ASMR을 들으며 잠들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소한 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잊고 살았던 거 같다.

그거랑 별개로 오랜만에 DL 사이트르 들어갔다. 그냥 변덕일 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동음이 듣고 싶었다.

최면이나 동음은 좋아하는 걸 오래 들을 수록 익숙해진다고 생각해서 꽤나 오래 잊고 지냈지만, 뭔가 쿨타임이 찬 느낌이 들어서 사이트를 돌아보다가 마주치고 말았다.


저 일러스트를.


언젠가 흰돌고래 작품이 좋다고 챈에다가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주딱인지 주딸딸인지 '그런 거 듣지 마라...' 라고 댓글을 남겼던 게 기억났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유사 뇌과학으로 최면에 걸릴듯하고 말듯한 뭔가가 있었는데 기억력이 나쁜 건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까먹었다.

문제는 저 서클의 일러스트이다.

저 서클의 일러스트는 그냥 지나치기 아쉽고 눈길을 끌 정도로 일러스트가 너무 좋다.

표지가 너무 좋다.

그냥 저걸 박아놓으면 지나가는 고추가 달린 남자라도 한 번쯤은 클릭하게 만드는 마성이 있다.

솔직히 이렇게 표지 일러스트가 매력적인데 어떻게 안 눌러보냐고


매력... 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 서클을 싫어하는 사람이면 표지 사기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솔직히 한 번 정도는 클릭하고 싶긴 하잖아.

작품 설명을 보면 어떤 작품인지 잘 설명되어있다. 고 생각한다. 사실 가끔 번역기 돌려서 보면 뭔 개소리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너무 많다.

일본어 리뷰를 찾아서 보려고 해도 여긴 워낙 매니악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그 매니악한 취향에 맞은 사람들이 진짜 Deep 하게 리뷰를 써주기 보다는 그냥 '취향에 맞습니다 / 최고입니다 / 여기에 내 쥬지가 강림하여 모든 걸 따먹고 3일동안 잠들었다.' 뭐 이런 식으로 리뷰를 적어 놔서 도움이 1정도는 되지만 5정도도 안 되는 느낌이라 작품 설명에 의지해야 하고... 그 만큼 잘 적어놓는다.

아니 적어도 다른 작품에는 잘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작품에 이끌린건 오롯 일러스트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걸 어떻게 참아.


뭐 여튼 작품 제목에 표현된 것은 마물 이라는 키워드에 무의식에 세겨진 모양이다.

이건 나중 이야기로 미뤄두고, 일러스트의 분위기와 제목만 봐서는 흔한 클리셰 아닌가?


- 출처 : https://x.com/piyopoyo8/status/1682746341968203776


줄거리 / 작품 특징

이성 친구와 함께 하교를 하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옷이 젖어버린 남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가서 비를 피하는 겸 서로 손도 잡고 옷도 벗고 시코시코도 해주고 펠라도 해주고 쥬지도 박고 물고빨고 하고 뭐 뻔한 이야기다.

특별한 스토리를 기대하진 않는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럼에도 이 작품만의 특징이 뭐냐? 하고 물어보면 세 가지를 뽑을 수 있다.


첫 번째, 전체적인 밸런스

비가 오는 날에 성우의 작고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듯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 작품의 배경은 비오는 날 좁은 곳에서 남여 둘이서 비를 피하는 내용이라 당연한 소리지만 빗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동인 음성에서는 환경음과 배우의 목소리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두 사운드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빗소리가 너무 클 경우에는 성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특히 미미나메일 경우 웅얼웅얼웅얼 츄릅챱챱하아 뭐 이런 식으로 극장에서 K-범죄영화에 나올 법한 효과음만 쥰니 크게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성우의 목소리가 너무 클 경우에는 이런 환경음을 쓸 이유가 절대로 없다.


이 작품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 중에 하나로, 빗소리와 성우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적당하게 섞여서 들려온다.

정말로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자꾸만 속삭여주는 게 은근 기분 좋은 포인트 중에 하나.


빗소리가 시원하게 잘 들리기도 하고, 캐릭터가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데 명확하게 들려서 기분 좋다.

특히 벽에 걸려있는 에어컨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아래에서 동음을 들으면 비오는 날 기분을 적절하게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시원함을 제공한다.


두 번째, 의도적인 사운드 버그

이 새끼는 전체적으로 작품에 장난질을 하는 게 좋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중에서 뭔가 니 취향은 있겠지 싶은게 있는 건지 시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도적인 사운드 버그" 이다.

주로 여주인공이 에로한 단어를 뱉을 때마다 등장하는 사운드는 듣는 이로 하여금 팅글을 유발한다.


- 및챈 토막 상식 -

팅글이란?

동음, ASMR 등을 들을 때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근데

이게

시발

작품 설명에 적혀있지 않아.


지금 적는 도중에 내가 혹시 놓쳤나 싶어서 작품 개요 다시 읽고 왔다.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어.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


나랑 동년배인 및붕이들은 한 때 스펀지에서 초등학생들 인터넷 하지 말라고 뿌린 인터넷 괴담을 기억하는가?

대충 팥죽송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 모든 인터넷 괴담은 오히려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였고 나 역시 거기에 끌려서 인터넷 괴담을 많이 찾아봤고,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무서운 마우스 피하기', '캐롤송 거꾸로 듣기'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이 음성은 정확하게 캐롤송 거꾸로 듣기와 결이 유사하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정말 사운드가 버그난 것처럼 긁히고 깨진 목소리로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귀여워, 오●친, 오◎코, 좋아해, 맛있어 등등... 정확히 저 단어에서만 사운드가 깨진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동음을 잘 듣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 작품의 제목에 마물이 있지 않았나?', '내가 예상한 클리셰가 틀렸나? 난 시발 이 마물한테 잡아먹히는(Eating) 동음을 사버린 것인가?' 마지막 트랙을 들을 때까지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세 번째, 자체 배속

자, 마지막 특징이자 이 음성에 호불호가 제일 많이 갈릴 법한 특징이다.

이 동인 음성에는 특정 구간에 자체적인 배속이 걸려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한다.

우리가 동음을 듣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희는 모르지만 나는 귀에서 들리는 입체적인 사운드의 간지러움을 좋아한다.

아마 대부분이 그렇거나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중에서 미미나메를 듣는건 그 간지러움이 극대화 되기 때문이다.


입으로 귀를 오물거리거나, 혓바닥으로 핥거나 하는 사운드가 좋다.

좋다고.

공감해 시발.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왜 이런 말을 여기에 적었냐면

이 미친년은 배속이 걸리면 내 귀가 스크류바인줄 안다는 것이다.

배속 걸린 여주인공의 상상도


진짜 깜짝 놀랐다.

정확히 트랙2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나는 내가 설정을 잘못해서 배속이 걸린 줄 알았다.

적어도 그래야 했다.

이렇게 성우 목소리도 좋고, 빗소리도 좋고, 일러스트도 좋고, 분위기도 마음에 드는 곡이 자체적으로 이래서는 안 되었다.

시발.


근데 이게 정상 속도더라.

정말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나에게 절망을 선물해주려고 한 것인가?

왜 어째서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동음을 다 듣기 위해 정확히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전부 다 듣고 나서는 정말, 저 일러스트대로 귀엽고 에로한 소녀가 그저 나를 상냥하게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더 착잡해졌다.


모든 것은 순애이지만

사운드 버그와 배속으로 인해 마물이란 표현을 사용했구나 싶었다.


정말.

배속만 아니라면 기분 좋은 팅글을 선사하며 완벽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배속과 사운드 버그 기믹으로 인해 매니악한 사람이 아니라면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해 안타까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