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게시가 바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건들 거리면서 손을 탁탁 털면서 바의 왼쪽 끝 자리에 털석 앉는다.


"마스터, 여기 진과 토닉을 섞은 것을 주세요."


그는 늘 같은 것만 주문한다.


모두가 잠에 들 11시, 히게시는 이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마스터가 투명한 유리잔에 진과 토닉을 넣고 얼음을 부은다음 스푼으로 음료를 휘저었다.


그러자 기포가 세차게 올라오면서 얼음을 둥 띄웠다.


마스터는 유리잔의 입을 대는 부분에 레몬을 가니쉬로 꽂아넣고는 히게시의 앞에 음료가 든 잔을 내려놓았다.


"여기 주문한 음료 나왔습니다."


"땡큐, 마스터."


생긋 웃으면서 히게시가 진 토닉을 홀짝이자 바의 문에 달린 종이 따르릉 하고 다시 울렸다.


"히게시~!"


금발의 구릿빛 피부를 가진 여자가 히게시의 이름을 부르며 바에 들어왔다.


"미키, 여기야 여기!"


바의 왼쪽 끝에 앉은 히게시가 손을 번쩍 들면서 여자를 불렀다.


미키는 히게시가 앉은 자리로 쪼르르 달려가서 히게시의 무릎 위에 앉았다.


"보고 싶었어~"


미키가 히게시를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웃으면서 반가움을 나타냈다.


그러자 히게시도 옆으로 돌아보면서 손을 뻗어 여자의 유방(乳房)을 희롱하듯이 주물렀다.


"나도 보고싶었어 미키~!"


완전히 장난감 공을 손에 쥔 어린아이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여자도 싫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나가면서 약한 신음 소리를 흘렸다. 


"하으응…, 또 그러기야?"


여자가 토로하듯이 풀어진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며 말하자 히게시도 이제 되었다는 듯이 유방을 탁 하고 약하게 치고는 빙긋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매일 하던건데 뭘."


히게시는 진토닉을 홀짝이면서 웃었다.


그리고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여자의 자세가 풀어지자 여자가 메고 있던 크로스 백도 조금 느슨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여자는 뭔가가 기억났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진 크로스 백을 끌어올려 지퍼를 열었다.


"아, 그렇지 오늘은 1억엔이야."


여자는 가방에서 돈 다발을 꺼냈다.


다발로 묶인 돈에는 유키치가 그려져 있었다.


"뭐야, 오늘은 적네?"


히게시는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듯한 목소리로 여자에게 되물었다.


"그게 오늘은 주택시장이 주춤했다고 고타로 아저씨가 그러길래…,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미키는 잘 모르는 눈치로 자신이 들은 걸 그대로 전달했다.


히게시는 다급하게 바의 안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마스터! 오늘 자 신문 있어요?"


마스터는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의 뒤에 있는 서랍의 두 번째 칸을 열어 오늘 나온 신문을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히게시가 앉아있는 책상 앞에 신문을 내려놓자 그 안에는 큼지막한 글자들이 대문짝만하게 '부동산 붕괴하나?'라는 헤드라인이 걸려있었다.


빠른 속도로 글을 읽은 히게시는 낙담한 듯이 신문을 힘없이 내려놨다.


"젠장."


그런 태도에 미키는 히게시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래? 뭐가 안됐어?"


그러자 히게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미키에게 대답했다.


"아냐, 신경쓰지 마."


그러고는 히게시는 홀짝이던 진토닉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강렬한 탄산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짜릿한 충격을 선사했다.


"크아아…."


히게시가 탄식하듯이 신음을 흘리면서 마셨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오늘은 원래 수익의 3분의 1밖에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발로 노랗게 염색한 그는 이시대의 평범한 젊은 청년, 혹은 약간은 비겁한 반항아처럼 보이겠지만 그는 사실 부동산 중개업자다.


부자들 사이의 집 거래를 중개해주고 거기에서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미키도 미키의 부모님의 주택을 중매해주다가 만나게 된 사이였다.


미키와 자주 만나고 서로 사랑을 나누고 몸도 섞었다.


그런 사이지만 정식으로 사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게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연애 방식이다.


그렇기에 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를 펼친다.


어제는 미키와 몸을 섞었지만 오늘은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히게시는 누군가에게 굶주려있다.


진 토닉이 한잔 크게 들어가니 취기도 올라 자신감도 넘치는 상태였다.


오늘 돈을 크게 잃은 슬픔을 미키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미키의 뒤 쪽으로 한 여자가 보였다.


안경을 낀 채로 옆에 잭다니엘과 콜라를 섞어놓은 음료가 든 잔을 두고 소설책을 펼쳐 읽고있다,


히게시는 눈을 위 아래로 굴리며 그녀를 훓어봤다.


좁게 들어간 어깨에 크게 튀어나온 흉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그러나 자신을 과시하듯이 튀어나온 엉덩이.


대놓고 바라본다면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외모였다.


아마 성격이 크게 문제가 없다면 남친이 있을 법한 외모였다.


그렇게 히게시는 혀를 입 주위로 놀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가는데...


라는 내용의 네토라레 보고 음성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