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웅이 있었습니다.


그 영웅은 무척 강인한 남성으로, 용병 생활을 하며 남을 위해 잡다한 의뢰나 위험한 의뢰를 해결해주었습니다.


그는 점점 입소문을 타 유명인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습니다.



영웅도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중, 마을에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마을 근처 산에서 악명이 자자한 흑룡이 둥지를 틀었다는 얘기였습니다.


흑룡은 욕심이 그득한 폭군으로, 많은 재물을 바치지 않으면 마을이 재가 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모여 마을을 떠날지, 재물을 바쳐 목숨을 연명할지를 의논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주민 모두가 이주하기엔 너무 많고, 이주하는 것이 들키면 마을 주민 모두가 잿더미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이 재물을 바치자는 방향이 되어갈 즈음. 한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남성은 영웅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남성은 흑룡이 자리를 튼 둥지로 향했습니다. 그는 용을 쓰러트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를 신뢰하는 마을 주민들 조차 그것은 무모하다면서, 말리려 했으나 그는 단호했습니다.


이윽고 용의 거처에 까지 당도한 그는 거침없이 입구를 향해 걸어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흑룡이 위엄있는 자태로 앉아있었습니다.



" ……뭐냐, 인간. 재물을 바치러 왔다기엔 빈 손이로군. "


" …이야기가 하고 싶다. "


흑룡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어차피 마을을 내버려달라는 말을 하려는 거겠지, 라며 흑룡은 불을 쏘아내려 했습니다.


" 너에 대해 알고 싶다. "


" ……호오? "


의외의 발언에 흑룡도 호기심이 생긴 것인가, 영웅의 대화에 응해주었습니다.



그 후 영웅은 저녁이 되어 마을에 돌아왔습니다. 마을은 영웅의 귀환에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영웅은 용을 퇴치하지 못했다고 말해, 역시 재물을 바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실망한 기색이 보였으나, 애초에 재물을 바칠 예정이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대신. 많은 재물이 아니라 그저 술과 먹거리만 주면 된다는 영웅의 한마디에, 모두가 어리둥절했습니다.



영웅은 그 이후로 매일 같이 아침이 되면 둥지로 향하고, 저녁이 되면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호기심에 매번 영웅이 무엇을 하다 오는지 물었으나, 영웅은 그저 웃을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영웅 덕에 마을은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하루는 영웅이 둥지로 간 날, 마을에 왕국 기사단이 방문했습니다.


기사단은 흑룡이 왕국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을 듣고, 토벌을 위해 파견된 것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흑룡이 토벌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영웅에게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사단은 주민의 의견을 듣고는, 영웅이 흑룡의 앞잡이일 가능성이 있다며 즉시 토벌에 나섰습니다.



영웅은 어딘지 모를 스산함을 느껴 밖으로 나와보니, 기사단이 동굴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영웅이 무슨 일이냐며 묻자. 기사단장은 흑룡 토벌에 협력할 것인지를 물어, 아니라면 이 일에 빠지라고 명령했습니다.


영웅은 흑룡과 싸워선 안 된다고, 흑룡은 그렇게 사악한 용이 아니다며 항의했습니다.


기사단장은 확고한 그의 눈빛을 보며 순간 망설였으나, 이내 의구심을 없애고 영웅을 포함해 흑룡 토벌 작전을 시행합니다.



싸우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냐며 나타난 흑룡의 목소리에, 기사단장은 그곳을 향해 석궁을 발사합니다.


영웅은 다급히 흑룡을 향해 뛰어들었고, 그만 기사단장이 쏜 독이 묻은 화살에 맞고 맙니다.


그리고 기사단장은 놀랐습니다.


영웅이 감싼 흑룡이란 존재는, 다름아닌 용인이였으니까요.


흑룡은 쓰러진 영웅을 보며 당혹서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다, 기사단장을 향해 세로로 찢어진 눈을 희번뜩 떴습니다.


그러나 영웅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흑룡의 팔을 붙잡아 싸워선 안 된다고 제지했습니다.



영웅과 용이 처음 만난 날, 영웅이 본 것은 여자의 형상을 한 반라의 용이었습니다.


용은 사악할 거라고 생각한 영웅은, 자신을 퇴치하러 왔냐며 살짝 겁먹은 표정을 한 그녀의 모습에 연민을 느꼈습니다.


흑룡은 나서서 마을을 궤멸시키거나 재물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먼저 공격 받고, 반격을 하자 재물이 들어왔을 뿐.


공격을 자주 받아서 상처 입고 자리를 옮기다 자리를 잡은 곳이 이곳이라는 설명에 영웅은 이해했습니다.


모든 것이 오해였던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영웅과 용은 대화를 통해 사이가 좋아질 수 있었고, 용은 영웅의 모험담을 듣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매일 매일이 즐거웠으며, 밤이 되면 돌아가는 시간이 뭇내 아쉬웠습니다.


서로 장난도 치는 수준이 되어, 술기운에 농담삼아 언약으로 약혼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영웅은 입에서 피를 토했습니다. 몸에서 독이 돌고 있었습니다.


기사단장은 자신의 실책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그가 맞은 화살은 용도 치명상을 입는다는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독할 수단은 없었습니다.


흑룡은 죽어가는 그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웅은 그녀의 얼굴을 쓸어주었습니다.



기사단장은 무기를 내린 채 그들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흑룡이 발톱으로 공기를 갈라 기사단장의 어깨를 그었습니다.


기사단장은 개의치 않고 걸어갔습니다.


영웅의 제지에 흑룡은 더이상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미안하다. 내 실수다. 기사단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영웅은 용서했습니다.


기사단장은 흑룡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용의 피에는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어, 마시면 몸이 회복되지만 과다 섭취하면 용체화 현상이 일어나, 이를 버티지 못하면 사망한다고 합니다.


도박수이지만, 지금 시도할 수 있는 수단은 이것 밖에 없다는 말만을 남기고선 기사단장은 물러났습니다.



영웅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습니다.


흑룡은 그가 죽으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며 혀를 깨물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사단장의 상처가 회복되어 재복무를 할 즈음. 마을에는 영웅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듣기를, 검은 용 두 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소문이 기사단장의 귀에 닿아 작게 미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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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남주에게 피 맥여서라도 살리려는 슬픈 장면이 보고 싶었는데 개연성 맞추자니 번거롭네.


이제 이런 걸로 누가 써와ㅏ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