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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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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진화체놈들을 잡느라 지친 육신에 주는, 한때의 짧은 유희.
-가급적이면 역, 열차 내부와 같은 안전한 곳에서의 이용을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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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좋은 점심, 그리고 좋은 밤 ㄷ▉▉▉▉▉
1: 겟탄
오는 길에 쉬는 시간 인파랑 겹쳐져서 존나 헤멨네 ㅅㅂ
2: 겟탄
사람들 헤집고 가다가 경비로봇한테 부딪혀서 머리에 멍도 들었고...뭐 그래도 핸드폰 안 깐건 다행인가
3: 해골세개
아 고생하셨습니다, 이쪽도 사람들 대부분 떠난 것 같습니다, 몇몇은 싸놓은 걸 꺼내는 것 같습니다만
4: 겟탄
근데 방랑자랑 멈멈미랑 수녀는 어디있음?
5: 해골세개
위로 올라간 것 같습니다, 아랫층에 제가 있을 때 여기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내리는 걸 보고 달려온 거라
6: 해골세개
도착했을 땐 이미 연구원들이 위로 올라갔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뭐 엎어지거나 한 흔적도 없었으니 마찰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7: 겟탄
여기보다 위에서 내려왔다 하면 그래도 금수저는 맞을 테니 그래도 마찰은 덜 하겠네
8: 겟탄
S급이랑 수녀가 끼어 있다면...경호도 걱정없고...기다리면 되는 거다 이거지? 존나 심심하겠네...초콜릿 먹을래?
9: 해골세개
딸 드리려고 산 거 아닙니까?
10: 겟탄
새끼, 그래도 같은 극단 여친 두고 있는 마당에 말 서운하게 할래? 당연히 그건 따로 사 놨지, 나도 맛봤으니까 얼른 먹어
11: 해골세개
감사히 받겠습...
12: 펜은총만큼강하다
잘 먹을게, 주역의 애인
13: 해골세개
...깜짝이야, 언제 오셨습니까?
13: 펜은총만큼강하다
주역, 네 여친이 내 일을 대신해주겠다고 해서 말야, 오늘 하루 정도는 시간이 남아돌게 되서 말이지
14: 펜은총만큼강하다
물론 뭐, 그렇다고 멋대로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경호 보조란 명목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15: 겟탄
결국 해골 옆에서 달라붙어 있겠다는 뜻 아냐?
16: 펜은총만큼강하다
임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게다가 달라붙어 있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유흥이 반드시 필요해
17: 펜은총만큼강하다
그렇게 진득하게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유흥이라면...역시 영화나 독서가 최고잖아?
18: 겟탄
게시판질만 해도 시간 금방 가더만, 아니면 뭐 게임이나 같이 할래?
19: 펜은총만큼강하다
할 때 불러, 그동안은...가장 완벽한 자세로 예술을 즐기고 싶으니까
20: 펜은총만큼강하다
그러니까 자...보여 줘, 여기
21: 해골세개
예?
22: 펜은총만큼강하다
내가 네 어깨에 기댈 테니 내 태블릿에 다운로드 된 잡지나 동영상을 재생해 줘, 아무거나 틀어도 상관 없어
23: 해골세개
핸드폰이면 모를까 태블릿이라서 팔 아픈디요...게다가 눈 감고 있으면 뭐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24: 펜은총만큼강하다
네가 읽어 줘, 네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최근의 지식들을 듣고 싶으니까
25: 겟탄
이욜, 낭만적이네 그래
26: 겟탄
다운로드 받아진 책들이 다 캐투스 미디어의 성인 잡지만 아니었다면
27: 해골세개
가뜩이나 태블릿이라서 사진들도 크게 나오는데 그걸 소리내서 읽으면 어그로 장난 아닐 거 아닙니까
28: 펜은총만큼강하다
수치심에 얽매여서야 낭만을 추구할 수 있겠어?
29: 해골세개
극단 분들은 조금은 그거에 얽매이셔도 괜찮으실 것 같은데...
30: 펜은총만큼강하다
그럼 야한 특집만 빼고 읽으면 될 일이잖아? 다른 특집도 많아, [진화체의 겁탈을 막기 위한 장비 10종], [고독한 뒷세계 기행록],
31: 펜은총만큼강하다
[세프테트리아 인터뷰: 아리오세의 몸 유연성 늘리기 비법]...[포디움 기술력 특집]...
32: 해골세개
마지막, 마지막이 좋겠다! 그러니까 제발 표지 사방에 보란 듯이 들지 말고 책 좀 내려줄래...요...?
33: 펜은총만큼강하다
기꺼이, 어디 보자...오, 새로운 등반용 로프...거기에 원클릭으로 잠금되는 벽 고정 장치라...
34: 해골세개
이건...확실히 괜찮을지도요, 미개척 역이라던가 무너진 역 탐험할 땐 와이어에 의지하기 좀 힘들었던 경우가 많으니
3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이야, 그렇게 좋은 물건 협회엔 언제 보급되나 그래
36: 겟탄
>>35 안 뒤지고 살아있었네, 난 또 몇 주 동안 말이 없길래 결국 과로로 뒤졌거나 탈주 박았을 줄 알았는데
3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댓글도 간간히 달았거든 씨발아?! 어우...암튼 남부는 어때, 공기 깨끗해?
38: 겟탄
아니? 지상 공기도 서부가 더 낫던디 그건...아, 그 백화점 공사판이라 공기 깨끗한 줄도 모르겠구낰ㅋㅋㅋ
3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어우 혈압 올라, 간만에 생존인증 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사망진단서 끊을 것 같아..
40: 해골세개
거기에 수분 압축 패드...검색 패드가 부착된 건틀릿...냉각 기능이 달린 재킷에..
41: 해골세개
...총만 안 고장났어도 저런 거 하나쯤은 생각해 볼 수 있었을...아니구나, 가격 보니까 그래도 못 샀겠네
4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냉각기 달린 재킷은 꽤 끌리는데? 한 사흘 밤샌 채로 일하면 몸에 땀내 진짜 장난 아니잖아
4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지금 내가 저렇다는 건 아닌데 얼마 정도나 하냐?
44: 해골세개
링크 찾았다, 저기로 들어가시면 대충 가격 견적 나옵니다
4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빠른 포기, 저거 샀다간 은퇴해서 집에 컴퓨터도 못 놓겠네
46: 통신보안자모씀다
그거 말고는 또 없슴까?
47: 통신보안자모씀다
여기 서부 백화점에서 보는 게 늘 전선망하고 통신 장비밖에 없어서 저도 새 장비 좀 보고 싶슴다!
48: 겟탄
연체류 진화체 예방장치가 있긴 하네
4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 그걸 어떻게 예방한다는 겨, 뭐 모기 잡듯이 전자 모기장이라도 안에 비치되어 있나?
50: 해골세개
그건 아니고, 소금물 분사장치가 주변에 자동적으로 액체를 수증기처럼 분사하는 것 같습니다
5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아 그런 원리야? 하긴 연체류 진화체는 소금에 약하긴 하니까, 그런 거라면...아니다, 효과가 거의 없는데?
52: 겟탄
왜? 역의 끝 같은 곳에만 설치해 놔도 외부에서 오는 연체류는 싹 막을 수 있지 않아?
5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역의 경계엔 어차피 역의 거주민이건 고용된 방랑자건 경비가 상주해 있으니 굳이 필요가 없고
5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연체류는 기본적으로 읍슴한 곳이나 비좁은 곳에 사는데, 기기가 크면 정작 그런 곳에 놓질 못하고 작으면? 살 이유가 없고
5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마지막으로 그런 것들 보면 제약에서 파는 소금물 충전기나 그런 거 사서 충전해야 하지 않아? 가성비 사망이고
5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차라리 암염 조각 캐서 뿌려놓는 편이 더 효율적일 지경이다 야, 그건 곡괭이 값만 들면 그만일 테니
5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듣기엔 그럴듯하고 실속은 없네, 그냥 하던 대로 물총에 소금물 담아놓는 편이 훨씬 낫겠다
58: 해골세개
아, 이거 보니까 남부의 높으신 분들 자택에 설치하려고 만든 것 같은데요?
59: 해골세개
남부엔 거의 빌딩마냥 잘 꾸며져 있는 역들도 꽤 많으니까, 저 정도 기계는 아마 쥐덫 하나 사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데
6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아, 그럼 그런 용도겠네...가끔 빌딩 정문에 저런 거 설치해놓고 우린 안전하다 하면서 홍보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6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실제로 여러 명이 사는 건물일수록 저런 진화체가 침입하면 순식간에 번진다는 공포가 있으니 그거 안심시키는 용도인가
62: 겟탄
>>61 근데 차라리 그런 기기를 구입할 거면 그냥 방랑자들 몇 명 고용해서 앞에 세워놓는 게 맞지 않음?
6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진화체와 많이 엮었으니까 그분들 보기엔 진화체랑 똑같다 이거지, 또 그 사람들 말대로 감염 우려도 있고
6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렇게 세워 놔도 짐꾼이라던가 시다바리라던가 그런 거 시키거나 이상한 걸로 민원을 넣어 자르는 경우도 많아서
6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냥 효율적으로 생각해 봐도, 자야 하는 사람보단 소금물만 있으면 계속 동작할 수 있는 기계가 훨씬 낫긴 하잖아?
66: 통신보안자모씀다
아, 근데 사람이 나을 때도 가끔 있긴 함다, 초기에 변화한 사람을 잡는 덴 인간의 직감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슴까
67: 통신보안자모씀다
선배님 그 사건 아심까? 그 동부 근처의 호화 아파트가 지어졌던 역, 거기 통째로 격리되었던 사건 있잖슴까
68: 통신보안자모씀다
저희 통신반 분들도 그때 엄청 오래 갇혔다가 풀러나셔가지고 사례집에도 실린 걸로 암다
6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아, 그게 실렸구나...사례집은 보면 불쾌한 사진밖에 없어서 그냥 집에서 보일러 안 될 때 땔감으로 썼는데
70: 통신보안자모씀다
그것도 몇몇 방랑자들이 안에서 탈출해 보고를 하기 전까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고 하니...끔찍하지 않습니까?
7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끔찍하긴 하지, 특히 웃음소리가 꽤 끔찍했어, 어찌나 들었는지 노이로제 걸릴 정도였지
72: 통신보안자모씀다
잠깐, 앗...죄송함다 선배임, 저는 그때 계셨는 줄 알았다면...
7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신경쓸 거 없어, 내가 말한 일도 아니고 지금은 돛대만 남아 있다면 웃으면서 풀 수 있는 이야기야
7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웃는다...라, 후배님은 가장 크게 웃어본 게 언제였어?
75: 통신보안자모씀다
지난번에...선배님이 제 집에서 씻으시다 나오시다 비누 밟고 미끄러지셨을 때...
7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나도 그런 사소한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의외로 사람의 감정엔 어느 정도 한계치가 있더라고
7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걸 그때 그 진화체를 봤을 때 처음 깨달았어
7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처음 들었을 땐 간단한 복구 임무였어, 취객이 인터넷 선을 다 끊어 놓았으니 가서 새로 달라고, 욕 나오지?
7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런 거 하는 사람이 한번만 하고 말 일은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 주기적으로 감시하면서 설치해 줘야 하거든
8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설치를 하면? 또 끊어먹고, 또 달면? 또 자르러 오고, 그때 한 그 역만 스무 번 정도 오갔을 거야
8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하루에 두 번이나 왕복한 일도 있었거든? 그때 오죽 딱해 보였는지 간이 식당의 아주머니가 국수 먹고 가라고 했다니까?
8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때 먹고 이 쑤시러 거울을 봤는뎈ㅋㅋㅋ 진짜 와, 그때 왜 걱정했는지 보이더라, 사람이 피곤에 찌들어서는ㅋㅋㅋ
83: 통신보안자모씀다
한대 때려눕히지 그랬슴까, 그런 놈들 좀 맞아야 함다, 이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해야지
8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말은 고마운데 실제로 하지 마라? 말했던 대로 그 아파트에 살 정도면 어느 정도는 그래도 재산이 있단 소리거든
8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물론 규정이야 있지, 협회는 당신의 든든한 등불이다 뭐 그런 거, 근데 실제로 때리면 어떻겠어? 어떤 뒷일이 올 줄 알고
8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래서 그냥 뭐 몇 푼 더 받는 거에 감사하면서 계속 갔다 오고 갔다 오고 족뺑이치면서 있었어
8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근데 어느 날, 어느 날 거기 갔는데 냄새가 좀 이상한 냄새가 풍기더라?
8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매캐하면서 뭔가 맡으면 안 될 것 같은 냄새라 혹시 몰라서 방독면 뒤집어쓰고 작업하고 있었지
8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근데 사수가 부르더라고, 불러서 와 봤는데 통신망이 끊긴 흔적이 평소와는 다르대?
9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평소엔 신속하게 장난치려고 튈라고 날붙이 같은 걸로 깔끔하게 잘라놨다면...그때는 이빨 자국이 보이더라고?
9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일반적인 식도락의 개념에 인터넷 통신망이 들어가 있진 않잖아? 그래서 다들 말없이 전기 총을 장전했지
9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 생각도 했어. '드디어, 지난번 그 새끼처럼 합법적으로 조질 명분이 생겼구나.'
93: 해골세개
전기총 충전 최대로 땡기셨겠네
9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암, 평소라면 모기나 날벌레 지지면서 노는 총 그런 때 안 쓰면 언제 쓰겠냐
9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래도 일단 확실한 명분을 얻기 위해 보고는 했는데...그때 협회에 제약 직원도 와 있더라고?
9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협회 직원한테 보고를 끝냈는데 제약이 받더니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 라는 거야, 근데 지들이 왜 가나 싶긴 했는데
9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아무튼 우리는 한번도 들어간 적 없는 거주 공간에 들어갔음, 경비 시스템 삑삑 울리는 것도 무시하고
9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엘리베이터도 타 봤고, 거긴...와, 엘리베이터가 그렇게 큰 건 난 처음 봤어
9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렇게 본격적으로 거주 구역에 조용히 침입했는데...
10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안에서부터 뭔가 냄새가 더 독해지더라고? 방독면도 뚫고 올라올 정도로
10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게다가 바닥에 뭔가 자꾸 밟혀서 내려다봤는데, 이상한 버섯 같은 것도 있었고
10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살짝만 만져도 바스라지면서 사방에 포자를 뿌려대는 게, 아...이게 원인이구나 싶었지
10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진화체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오염물질같은 거, 뒷세계에선 간간히 팔기도 하거든? 그 중 하나겠구나 싶었지
10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걸 뭐 술에 담가 드셨든 아니면 종이에 말아 피우셨든 간에 계속 하시다가 결국엔 선을 넘으신 거지
10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렇게 서서히 올라가 봤는데 위는 더 심각하더라고? 갈수록 창문은 수많은 버섯들에게 덮여 있고, 조명도 꺼져 있고
10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결국 우리만으론 해결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철수하려고 했는데, 계단도 어느새 포자에 막혀 있었어
10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래, 아마도 그 건물을 덮어 버린 포자덩어리가 우리까지 삼켜 버리려고 작정한 거겠지
10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리고 그걸 기점으로 방문이 하나씩 열리더니, 거기에서 사람들이 기어 나오더라고
10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녹색, 보라색, 푸른색...꼭 형광 도료를 섞은 모래로 몸에 페인팅이라도 한 듯한 수많은 나체의 여성들이
11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긴 꼬리를 늘어트리는데, 또 그 꼬리의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옛날 줄담배같은 거랑 연결되어 있어
11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챙이 넓은 모자라고 생각했던 건 걸을 때마다 포자를 떨어트리며 주변을 오염시키는 버섯의 갓이었고
11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하도 즐긴 나머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급자족의 경지에 이르른 진화체라는 거지, 게다가 그런 게 여럿이고
11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더한 건 그때 당시 우리 팀엔 여자가 없었어, 그러니까 우린 걔네 입장에선 일용할 양식이었다 이 말이지
11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게다가 우리가 계-속 옷도 못 벗고 일을 계속했다고 했잖아? 뭐 우리야 못 느끼겠지만 걔네들 입장에선...돌기에 충분했단 거지
11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때 어디선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어, 그러면서 하나같이 다,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지
11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춤을 추긴 했는데 그건 마치...교태로운 춤이 아니라, 진화체의 오염성분에 몸이 지배당해 추는 춤 같기도 했어
11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옛날 퇴마 영화 같은 거 보면 몸이 막 꺾이면 안 되는 부분으로 꺾이잖아?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건 아는데, 그래도 소름돋더라
11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렇게 웃기만 하고 춤추기만 하니까 팀원들도 하나같이 다 공포나 당혹감에 뇌가 마비되어 가는데
11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 중에서 가장 왜소한 아이가 순식간에 나타나선 줄담배로 방독면의 끈 부분을 낚아채 뜯어버리더라고?
12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 양반도 선임 라인이라 나머지가 바로 진화체가 그 선임 넘어뜨리기 직전에 충전된 거 전부 갈겨버렸는데
12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온몸에서 포자가 사방으로 터지면서, 방독면 너머로도 그 역겨움이 밀려올 정도로 주변이 자욱해졌지
12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게다가 몇몇 포자엔 전류가 아직 남아 있어서 내 몸을 따끔하게 찌르고 가는 것도 있었고, 그때 직감했지
12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이것들은 우리 물건 안 먹힌다, 오히려 잘못하면 다같이 죽는다, 할 거라면 삽 같은 걸로 때려팼어야 했다.
12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뒷주머니에 묶어 둔 걸 꺼내 뻗은 손에 잡히는 거 아무거나 때려패면서, 자욱한 포자를 뚫고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어
12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끝에 뭔가 단단한 게 닿자 바로 삽을 내려쳤지, 물론 그게 유리창이 아닐 수도 있었어, 그냥 포자 덮인 벽일 수도 있었지
12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근데도 그냥 들어가기 전에 봤던 전경을 토대로 짐작해 내려쳤을 뿐이야, 그거 아니면 수가 더는 없기도 했고
12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다행이, 와장창 깨지면서 달라붙어 있던 포자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잠시 햇빛과 바람이 섞였고, 내 눈도 트였어
12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근데 어라? 주변은 이미 다 그것들에 붙잡혀 있더라고, 나 빼고 모든 팀원이 다 거기에 묶여 있었어
12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몇 명은 뒤에서 끌어안은 진화체를 떨쳐내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꼬리에 연결된 담뱃대에서 흘러나오는 포자를 빨아들이다
13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마침내 결국 그 버섯 진화체들과 똑같이 하하하, 하는 광소를 터트리며 눈물 몇 방울을 떨어트리곤 그대로 벽에 빨려들어갔고
13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몇 명은 이미 정신을 놔 버렸는지 못된 진화체놈, 내가 죽여주마 라면서 몸을 흔들고 있었는데
13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걔 딴에는 진짜 사냥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진화체가 그의 귓속에 꼬리를 꽂아 주입한 포자에서 일어난 환각이었거든?
13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결국 걔는 완전히 미쳐선 진짜로 잡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고...진화체는 그걸 즐기고 있었지
13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것 말고도 우리 팀원 중 하나의 수통을 집어 들이킨 뒤 혀로 흘려보내, 포자가 진하게 응축된 액기스를 먹이는 경우도 있었고
13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가장 어이없던 건, 가장 먼저 덤벼든 왜소한 녀석이었어, 그 녀석은 그나마 웃는 거 말고 말을 할수 있더라고?
13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다 함께 이어져 버리자, 라는 말 같은 걸 중얼거리면서 담뱃대를 붓 삼아선 남자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
13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몸에 달라붙어 있던 색색깔의 포자를 물감 삼아서 말야, 그때마다 덮쳐진 선임의 반응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었어
13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분홍색 포자를 칠할 때엔 사랑스럽다는 듯 자기가 먼저 진화체와 연결된 채로 허리를 흔들었고
13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붉은색 포자를 칠할 때엔 반대로 넘어뜨려 죽여버릴 듯이 진화체의 목을 졸랐지, 졸린 채로 흥분하는 건 좀 무서웠지만
14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푸른색을 칠할 땐 자기 너무 힘들었다, 라면서 우울해져 버리고...그런 게 계속되다 결국 그 끝을 맺더라고?
14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그림과 방금 새긴 그림, 서로의 몸을 밀착시켜서 그림을 합치고, 뿜어져 나온 하얀 도료로 코팅한 거지
14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렇게 선임과 둘은 숨을 몰아쉬다가...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어, 새로 덧대 그릴 작품을 위해
14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러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라고? 웃는 걸 멈추지 않은 채로, 짝을 다 구했으니까 너는 보내 줄게- 라고.
14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치만 조심해, 다른 층의 친구들은 아직 짝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라고 말야
14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리고서는 내 동료들을 데리고 사라졌어, 걔네들이 가지고 있던 가방만을 남겨둔 채로, 어디 살아봐라-라는 거겠지
14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래서 그곳의 화장실에 가서, 식수를 간간히 공급받으며 몇일을 버텼어, 다행이도 화장실 오는 진화체는 없었고
14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아래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 뭔가 큰 게 끌리는 소리 같은 게 들려오기도 해서 두려움과 희망을 품은 때도 있었지
14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러다 일주일 쯤 됐을 때, 그것들이 왔어, 협회의 방랑자가 아닌 제약에서 보낸 1인 기동 슈트, 워커라 불리는 것들.
14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안에 남자가 타고 있는지 아니면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몰려와서는 순식간에 제압해 버더라고? 정말 순식간에.
14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우리가 그렇게 그 안에서 보냈던 악몽같은 경험, 내가 질기게 살고자 노력했던 그 모든 것이, 별볼일 없다는 듯.
14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들 중 하나가 손을 뻗었을 때, 난 울었어, 존나 세상이 떠내려갈 듯이 펑펑 울었지.
15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래도 전선은 고치고 왔고, 돌아가기 전에 플랫폼의 간이 식당에서 세 그릇을 해치웠고 서비스로 대용육 완자를 받았지.
151: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돌아와서 사흘 동안을 무단으로 결근하면서 맥주에 절어 지내다가...복귀하니까 조만간 내가 반장이 된다는 말이 나오더라
15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결론은 맥주 한 사흘 퍼마시면서 집에서 다리 벅벅 긁고 있어도 진급은 된다- 이 말이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153: 겟탄
결론이 뭔가 존나 이상한데
15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 이후로 다시 그 플랫폼에 쉴때 가 보긴 했는데, 그때 느꼈던 그 맛은 아니더라고? 역시 그땐 시장이 반찬이었나아앍?
15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후배야, 뭐 하니?
156: 통신보안자모씀다
꼭 안아 드리는 검다
157: 통신보안자모씀다
보송보송하고 마시멜로 같으면서 폭신한 느낌 좋아하시지 않슴까? 대형 곰인형한테 안겨 있다 생각해주시면 다
158: 통신보안자모씀다
마침 이 옷 입고 나왔으니 해 드리는 검다, 세상에 이렇게 침울해준 선배 달래는 후배가 어딨슴까?
15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오래 전 일이라 딱히 위로받을 것도 없긴 한데...그래도 고마워
16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사 놓고 세번도 손 못댄채 집에 방치된 수면 배게 생각나네
161: 통신보안자모씀다
쓰다듬어 주시겠슴까?
16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지난번에 그러다 네 머리 몇 가닥 뽑힌 이후론 좀 그런데...뭐 됐다 니가 좋다는디
163: 통신보안자모씀다
(owo) 헥헥헥헥헥 힉힉힉힉 학학학학...
164: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꼭 개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깨야겠니? 아무튼 말하다 보니 옛날 제약의 슈트 이야기까지도 나왔네
16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이게 어디가 먼저지? 강철선로도 비슷한 게 있지 않았나?
166: 쑥마늘잘먹음
강철선로도 있긴 하다, 우리가 착용하는 게 그거지
167: 쑥마늘잘먹음
옷처럼 입는 것부터, 비싼 건 골격과 연결해 사용하는 것까지도 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보조의 느낌에 가깝지만 말야
168: 쑥마늘잘먹음
반면 제약은...탑승한다는 느낌이겠군, 비유하자면 우리 것은 목발, 남부의 것은 휠체어에 가까울 거다
169: 쑥마늘잘먹음
비싸고, 진화체의 영향을 덜 받고, 방어력도 일신되어 있지만..동시에 비싸지.
170: 쑥마늘잘먹음
그리고 영향을 덜 받을 뿐이지 안 받는 건 아니라...자칫하면, 슈트를 입은 채 싸우는 진화체와 대치하게 될 수도 있고
171: 왼쪽겨드랑이
그러니까, 전신에 슈트를 입고 싸우는 진화체다 이거지? 아...적만 아니었으면 딱 내 취향인데, 아닌가...적 기체라 로망인가...
172: 루루디스텔라토
기계보다는 안에 들어 있는 진화체가 그 절대적인 성벽 안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초대하는 게 더 좋지 않아?
173: 왼쪽겨드랑이
이래서 남자의 로망을 모르는 것이란...
174: 루루디스텔라토
니가 맞는지 내가 틀린지는 카드게임으로 정하면 될 일이다, 덱 들고 와 발라줄 테니까
175: 왼쪽겨드랑이
...쟤 지난번부터 자꾸 계속 남부 못 간 스트레스를 왜 나한테 풀고 앉았지
176: 루루디스텔라토
그래, 겁쟁이니까 그런 변명도 용인해 줄게, 덱이 아깝다 ㅋ
177: 왼쪽겨드랑이
ㅆ련아
178: 해골세개
하아...
179: 해골세개
저런 이야기 들으니까 시간은 금방 갔다고 생각했는데 또 보면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도 않았네요...
180: 펜은총만큼강하다
...목조르기...그림...피학...퇴폐라...
181: 펜은총만큼강하다
이힛...나만 그런 쪽은 아니었구나...
182: 해골세개
?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183: 펜은총만큼강하다
아냐, 그런데 너희들은 식사 같은 거 안 해? 점심시간인데 초콜릿 하나만으로 때우긴 그렇지 않아?
184: 겟탄
...확실히 한두조각만으론 감질나긴 하네, 목도 메이고...뭔가 음료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185: 해골세개
음...저거 어떠십니까? 저기 저 식량 자판기 저거
186: 겟탄
...뭐야 저건? 상자 비주얼은 꼭 그 호화 열차 안에서 기만할라고 찍어 올리는 기내식 같은 느낌인데
187: 겟탄
근데 번호가...윽, 협회 배급식이랑 전투식량에 번호 적혀 있는 거 생각나서 PTSD 심하게 온다아악...
188: 해골세개
그래도 저 연구실 분들이랑...저기 저 경호 서시던 워커에서 내리신 분들도 받아가신 거 보면 괜찮을 것 같아서
189: 펜은총만큼강하다
아닐 수도 있어, 혼혈은 입맛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190: 해골세개
혼혈? 연구원 분들은 전부 인...아, 워커에 내리신 분들 말씀하십니까? 그걸 본 겁니까?
191: 펜은총만큼강하다
극단의 총알이자...작가의 일을 하다 보면, 사람 관찰하는 나쁜 버릇이 들거든...세세한 것 까지.
192: 펜은총만큼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식량도 기왕 맛 없을 거라면...가령 독거미를 씹었을 때 같은 끔찍한 맛이라도 났으면 좋겠네
193: 겟탄
그...어떤 진화체 친구가 그 소리 들으면 몸서리칠 겁니다, 아 난 26번으로 뽑아 줘
194: 해골세개
...여기 10번, 7번, 26번...아, 그냥 덥혀져서 나오는구나, 그럼 어디...
195: 겟탄
뭐야, 내 것만 치약처럼 짜 먹는 거야? 아 씨...이런 거 항상 지뢰였는데...
196: 펜은총만큼강하다
...반투명한 양갱 같은 느낌이네, 맛은...
197: 쑥마늘잘먹음
...참고로 내가 먹을 때엔 정말 거의 맛이란 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만, 지금은 어떤가? 좀 나아졌나?
198: 겟탄
...뭔가 사람 되게 침울하게 하는 맛이다, 진짜 뭐지? 이 되다 만 듯한 느낌은...대용 과일이 최악인 줄 알았는데...
199: 해골세개
맞...는 것 같슴...켁, 보십쇼 거기, 대용 과일 엄청 넣었...아 하긴 그러고 보니 합성 과일 처음 개발한 곳이 여기였나...
200: 겟탄
별 해괴하고 개같은 건 남부 찍으면 대충 맞는다고 술집 아저씨가 그러더니만...아 씨, 초콜릿이나 먹을 걸...
201: 펜은총만큼강하다
이히힛힛힛...아 좋아,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구나? 혀가 방치플레이라도 당하는 느낌? 매력적이야!
202: 해골세개
극작가...님...?
203: 펜은총만큼강하다
그 워커 친구들한테 이런 걸 주는 이유가 있었네, 자극을 줄 환경을 전부 배제하겠다 이거구나?
204: 펜은총만큼강하다
신체의 스펙이 좋다지만 왜 혼혈을 혐오하는 남부에서 왜 혼혈을 쓰나 했는데...이런 식으로 거세하고 있던 거였어.
205: 펜은총만큼강하다
행복한 감정을 떠올릴 때마다 고통을 주는 선로와 다르게, 일체 감정을 떠오르지 않게 개조한다...딱 제약답네
206: 펜은퐁만큼강하다
저 아이들이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알까? 한겨울의 눈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얼얼한 감각은? 마치 하얀 도화지같은 저 친구들...
207: 펜은퐁만큼강하다
그런 것 위에 스스로 펼칠 형형색색의 예술이 궁금한데, 살짝만 꼬셔볼까?
208: 해골세개
그러다 저거에 깔립니다
209: 겟탄
할려면 한 한시간 전에 말해줘, 딸이랑 피신해 있을 열차 표 미리 끊어놓...
210: 겟탄
오 씨발 뭐여, 지진인가?
211: 해골세개
...한번 울리고 난 뒤론 뭐가 없는 걸로 봐선 그냥 위에서 큰 거라도 나르나 봅니다, 저도 쫄긴 했네요
212: 해골세개
근데 방금 그 울릴 때, 살짝 뭔가 금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213: 겟탄
...그거 내가 이거 안에 들어 있던 알갱이 씹은 소리야...
214: 겟탄
이 새끼들 안에 사탕 들어 있다고 하면 말이라도 하지...별사탕보다 좀만한게 딱딱한 건 왜 이리 또 딱딱해...아씨 이 아파...
215: 해골세개
진통제라도 좀 드립니까?
216: 겟탄
이빨 부러진 것도 아닌데 뭘 먹냐, 괜찮아...난 저기 저거나 보고 있어야겠다, 철도 전시회
217: 겟탄
최신 열차도 나와 있는 것 같으니까 어쩌면 그 엔진에 맞는 열차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몇 층이냐 저게?
218: 겟탄
한 삼층 더 올라가야겠네...근데 어우, 여긴 너무 넓다 진짜, 목호동하곤 달리 탁 트여 있으니까 뭔가 숨이 턱 막혀
219: 해골세개
오죽하면 저기 저 레일처럼 이 역 안만 돌아다니는 열차도 있지 않습니까
220: 겟탄
어 진짜네, 그 동부 유원지에서 봤던 자기부상열차 같은 느낌이다 야
221: 해골세개
그러게요...근데...
222: 해골세개
방금 그 소리, 뭔가 묘하게 익숙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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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본사는 모릅니다."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원하는 종류는 아니었지만.
"뭐?"
"말 그대로입니다, 저희 남부중앙터미널 점도 어디까지나 본사의 지침을 '직접' 전달받을 뿐이었으니까요."
"직접 전달받았으면 뭐 화상통화라도 했을 거 아닙니까?"
"문자 그대로 직접 왔습니다, 그들의 전령은 다양한 경비 시스템에조차 감지되지 않고, 유령처럼 찾아오곤 했습니다."
...
나는 에딧 수녀의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에딧 비서라 해야 하나.
지금 입을 열며 설명하는 회장의 옆에서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는 그녀는, 얼마 전 조용히 우리에게 잠입해 나타난 바 있었다.
한창 엑스트라랑 내가 분위기 잡고 있는데 대놓고 초 치면서 말이지.
"...떠날 때도 그랬다는 겁니까?"
"예, 새로운 계획이나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안을 내놓고는 사라지면...저희는 그것을 밤낯으로 연구했습니다."
"보안점이라던가 수정할 걸 찾아낸 뒤에 발매하는 거군요."
"허허 설마요, 저희는 따라기만으로도 벅찰 뿐이었으니...실제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열화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아."
"학자시니, 아시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별에 들어간 부품도 시중엔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으니."
"예."
동감.
별 만들 때, 그 낡은 토굴방에서 열기랑 습기 참아가며 하나하나 그 부품들 프린팅했습니다.
그러고서도 만들어둔 여분의 부품까지 망가져 버리면 진짜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했었지.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 지령을 끝으로 본사는 더 이상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지령이죠?"
"...전령을 잘 보살펴 달라는 말을 끝으로 말이죠, 오고 가느라 고생했으니 그만한 자격이 있다...라고."
"그래서?"
"처음엔 가족으로 들일까 했지만, 늙은 제가 갑자기 젊은 여인을 딸로 들인다면 어떤 뒷말이 나올지 모르잖습니까?"
"예."
"그래서, 비서로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차를 마시지 않아 다행이다, 침을 삼키던 중만으로도 이렇게 격하게 기침을 하게 되니.
근데 잠깐만 뭐? 저놈이? 저년이 그 본사의 사람이라고? 저 할배의 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년이라고?
물론 존나 수상쩍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저년이 나한테 편지를 보낸 거야? 이곳의 회장도 모르도록?
"...괜찮으십니까? 차라도 마시는 편이..."
"아 괜찮습니다, 남이 말아준 밀크티는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테라피스트가 섞어 준 밀크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왜냐면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으니.
남의 것을 허락도, 동의도 없이 멋대로 섞어 버린 여인은 물끄러미 수건으로 다친 부분을 쓰다듬고 있다가.
"그러고 보니, 넌 지난번에도 네 그 별, 능력으로 내 피를 뽑아갔었지."
"어, 별 좆도 쓸모 없었다만."
"...그래, 원래 내가 알기론 그 별은 그냥 네 척추와 동기화되서...발열하다 사출되는 걸로 아는데 말야."
"그런데?"
"원래 없었던 그 힘이...동부 이후로, 나와 싸울 때 생겼단 건...그게 제 2형태, 동부에서 얻은 극단장의 힘이란 거겠네?"
그녀의 입가엔 여유로운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난 저게 싫다.
"그리고 내 코어를 순식간에 찾아내서, 전에 때리지 않았던 곳을 때렸던 건...맞춰볼게, 거미인가?"
"나야말로 물어보자, 왜 그때 안 죽었냐?"
"오히려 내가 지휘봉으로 저 아이 코어를 노려서 꽂았을 때 왜 바로 안 죽고 뽑아서 이용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
"내가 걔냐? 진화체 신체상태를 어떻게 알아."
"아냐, 묻고 싶은 건 네 신체상태지."
달그락, 그녀의 찻잔에 각설탕 하나가 떨어진다.
"보통의 진화체들은 있지? 새 환경에 노출되면 그 환경에 맞춰 적응해, 물에 떨궈 놓으면 아가미가 생기듯."
"연체류 진화체가 살 곳에 맞춰 번식력과 환경조성력을 가져간 것처럼."
"맞아, 그런데 때때로 그게 섞이는 경우가 있거든? 갑자기 환경이 바뀌거나, 너희 격리팀이 잡아가거나 하는 경우."
"..."
"그럼 어떻게 될까?"
물어볼 게 있나.
"섞이겠지."
그녀는 맞다는 듯 대놓고 티스푼을 휘저었다.
"정답, 근데 넌 왜 안 그럴까?"
"뭔..."
"그냥 단순히 수컷이라서? 수컷도 자신의 입맛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진화체가 얼마나 많은데, 그건 아니야."
"..."
"결과만 놓고 보면 넌 SS급 두 명의 힘을 갖췄어, 진작에 바뀌었어야 한다고. 근데 안 변했잖아? 그게 너무 아쉽고 이상한 거야."
"..."
"내 말 알아들어? 넌 누구에게나 귀감이 될 법한 욕망을 제멋대로 표출하며 사는 진화체가 될 수 있었다고!"
"...제약이니만큼 그쪽 비유로 말하는데, 난 니 카데바도 아니고 모르모트도 아냐."
멈멈미와 수녀원장의 반응이 갈렸다.
멈멈미는 그 fm같은 성격상- 언제 회장이 베게 허가해줄까 기다리는 상태였고.
수녀원장은 그냥 더 한 마디만 뱉길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그래야 쏠 수 있을 테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까 됐을 때처럼 한번만 더 정상적으로 작동해 준다면야, 이번엔...
"...너 별의 모양새가 지난번과는 다르다?"
테라피스트의 눈이 일그러졌다, 아니.
호기심으로 빛났다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아하, 아하,아하, 아하! 그런 거였구나? 아까 도낏자루로 찍은 이유가! 왜 살의가 가득했는데 도끼로 찍었나 했지!"
"..."
"너 별 망가졌구나? 투사의 능력 때문에, 투사가 보여주는 죽음이 너도 두려웠던 거구나?'
"...뭐?"
"왜 뭐, 상대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는 악몽이나, 끊임없이 적응하는 육체라 생각했어? 그건 진화체라면 누구나 다 있는 거잖아?"
진화체는 진화한다, 그리곤- 자신의 마음에 따라 정신을 매만지지.
그 말에 한해선 테라피스트가 옳았다.
"...그녀는 공포야, 죽음이지, 인간이 누구나 두려워하는 종착로, 무, 그 자체야."
"..."
"네가 어떤 공포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투사의 힘이 그 공포에 반응한 거라고, 맞춰 볼까? 너라면..."
"..."
"네 게시판 친구들, 미리내, 호 선생, 거미, 엑스트라, 모두에게 잊혀져, 자신조차 모든 기억을 잃고 가라앉는..."
뭔가 걷어차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소리가 내 머리를 울린다.
뭐 하고 있지 나.
아, 테라피스트의 목을 조르고 있었구나.
정신이 어렴풋이 돌아오자, 나는 그녀가 악기를 들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없는 듯 했다, 그 의미는 내가. 그냥 내가 정말 정신이 나갈 정도로 빡쳐 있었단 거겠지.
차갑게 분노하게 되니, 스스로를 객관화하게 된단 것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케엑...하아...하하하! 즐거웠어 응? 내 몸 위에 올라타서는."
"지저분한 소리 하지 마, 엑스트라한테나 꼴리지 너 같이 가슴도 작은 년한텐 불쾌감밖에 안 든다."
"오 그거, 꽤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인걸?"
"회장님."
나는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 그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의도로 이 년을 부르셨건, 이 년은 안 됩니다."
"..."
"장담하는데, 정말 장담하는데 이 년은 당신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건 간에 다 흐트려 놓을 겁니다."
"방랑자."
"이 년 때문에 진화체로 선을 넘어버린 인간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게다가 저 년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방랑자, 그녀는 투사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이곳에 온 걸세."
잠깐만.
"...뭐?"
"투사는 갇히고 싶어하네, 스스로를 유폐하고 싶어하네,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네."
"뭔 개...아니, 무슨 소리십니까?"
"예의라곤 없네, 방랑자들은 다 저런가."
에딧 비서가 옆에서 한마디씩 툭툭 거든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이내 시선을 회장 쪽에 두었다, 지금은 저 어그로에 넘어갈 때가 아니야.
"...직접 보여주는 편이 더 낫겠지."
"투사를, 말입니까."
"음, 따라오게."
그는 말없이 원탁 어딘가의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원탁은 그대로 치솟았다, 우리를 데리고 위로, 저 위로.
"올라가는 느낌, 익숙하지?"
테라피스트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바이올린을 치켜들었다.
수녀원장과 멈멈미는 바로 무기를 꺼내들었다.
"내가 분명 바이올린 쳐 들면 네 손가락부터 베겠다고..."
"알아 아라무스, 하지만 장담해. 오늘만큼은 이곡은 너를 위한게 아니야, 프뉴마, 거미, 방랑자, 너희를 위한 게 아니야."
"그걸 어떻게 믿고..."
그녀는 말할 새도 없이 바이올린을 켰고, 수녀원장은 격발했다, 총알은 그때 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마법같이 휘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때와는 마음 속에 이는 감각이 사뭇 달랐다.
곡조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때처럼 마음이 불안정해지는 감각은 없었다.
정말 말대로 관심이나 정은 가지 않는 기묘한 감각.
그 청각적 설득력을 전달하는 테라피스트는 그저 싱긋 웃으며, 회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독사에게 물린 인간의 피로, 항체를 만들 수 있단 사실을 아나?"
"...예?"
"진화체의 몸에는 적응력이 가득하네, 독에, 질병에, 화상에, 동상에, 그 모든 것에."
"..."
"가능하다면 모든 종류의 진화체를 격리해, 그것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유익한 성분을 뽑아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건 수요와 공급이 있어야 하니, 가장 효율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진화체는 무엇일까 생각했네."
"때마침, 누군가 자원했네. 스스로 희생하겠노라고 우리에게 다가선 진화체가."
"증명할 수도 있네, 계약서도, 녹음본도 영상도 다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이득이었나, 그런데..."
"그 진화체가 죽음과 가장 가까이 한, 따라서 죽음이라는 것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깊이 적응한 진화체라면 어떻겠나?"
"죽음을 적응한다, 인간의 원대한 꿈이 아니던가? 이 힘만 있으면, 인간은 이 대륙의 어디던지 갈 수 있네."
"본사를 찾아낼 수 있고, 더 이상 그 같잖은 인공 바다 프로젝트로 스폰서들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지."
"폭력밖에 모르는 강철선로를 대신해 산길을 열고, 실제 바다의 항로를 열 수 있네."
"그러고서도 시간은 무궁할 걸세! 그 약이! 완성되기만 한다면! 모두에게 보급할 수 있기만 한다면!"
원탁이 끝까지 올라간 뒤.
그곳엔 거대한 컨테이너, 격리된 컨테이너가 보였다.
왜소한 존재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고, 두꺼운 컨테이너.
그곳엔, 투사가 묶여 있었다.
전처럼 촉수도, 버섯도, 수많은 오염물질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수많은 액체가 주입되는 링거들에 연결되어 있었고, 여전히 얼굴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마치 중대한 수술을 마친 뒤처럼 그녀는 호흡하다, 가끔 정전기라도 맞은 듯 움찔했고-대체적으로 다시 잠잠했다.
"그러나 그녀의 원대한 희생 정신을, 아이러니하게도 방해하는 게 진화체의 육체란 말일세."
"진화체로써 적응하는 몸이 주입되는 진정제나 수면제, 이성을 되돌리는 장치 등을 모두 적응해 버리고, 극복하지."
"그리고 지난번처럼, 탈출해 버리고 말아."
"그녀가 얌전히 갇혀서 우리에게 피를 뽑히는 것이 그녀의 이상이라면, 그것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본사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기술력으론, 우리의 실력으론 한계가 있으니..."
그는 테라피스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연주로, 그녀의 정신이 진정 바라는 형태로 진화시켜 그녀를 안정화시키고."
그리곤.
나를 향했다.
"자네, 자네의 별로...저 컨테이너에서 두번 다시 이상행동을 일으킬 수 없도록 동력을 공급하는 것."
"..."
"이것이 에딧이 추천하고, 내가 승낙한...계획이네, 어떤가?"
회장은 진심인 듯 했다.
"자네가 그걸 가동했을 때의 부하는 들어서 아네, 척추가...구워진다고 했었나?"
"..."
"하지만 걱정 말게, 그것 이상으로 얻게 될 수많은 사람들의 비전을 생각해 보게, 학자라면 알잖은가?"
"..."
"세 명, 세 명의 협조로 인간은 더 높은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네, 그러니 조금의 협조만 있다면..."
"돌았습니까?"
그래.
진심이어서 더 빡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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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정지, 더 이상 다가올 경우..."
"재조정, 3등급 직원임을 확인, 요청할 사항을 말씀해주시지요."
"아, 감사합니다, 별 건 아니고 워커 탑승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해 위에서 간식을 선물해 줘서 말이죠."
"간식...?"
"서부의 좋은 차도 함께 있답니다, 함께 먹기 좋아요."
"..."
"마침 점심이니 함께 들면서, 고민이나 털어놓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