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593


2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26


3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57


4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88


5화 : https://arca.live/b/monmusu/101477707


6화 : https://arca.live/b/monmusu/101861677


7화 : https://arca.live/b/monmusu/102074828


8화 : https://arca.live/b/monmusu/102318072






“역시 매스가키는 물리치료가 답이다.”


새로운 마왕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마이아 대륙의 평화.


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전념하는 중인 이 몸.


남녀노소 종족 불문하고 칭송을 받아도 부족 할 판에, 허접이라고 비하를 하다니?


이러한 행태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이 몸은, 뒷골목을 애워싼 69명하고도 74명의 매스가키 무리를 단 8.92초만에 ‘참교육’ 시켰다.


그녀들의 배빵에 진심 전력으로 타격함으로서 말이지.


짝ㅡ! 짝ㅡ! 짝ㅡ!


“쿠후후후…! 쿠후후후…!”


“흐음?”


한 편, 간결한 박수와 함께 진심으로 탄복한 낯빛을 띄며 곁에 다가온 마왕.


골목 구석구석 널부려져있던 매스가키 일당을 쓰윽 바라보고선, 이내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용사여, 여자라고 대충 봐주진 않는구나.”


“난 여자라고 대충 봐주지 않는다. 집중해서 보는 편이지. 그것이 질서 선의 사나이다.”


법률에 의거하는 ‘질서 선의 저울’ 은 결코 한 방향으로 치워쳐선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닥에서 ‘오고고곡!’, ‘허접주제에 까불어서 미안해요오옷ㅡ!’ 라며 아랫배를 붙잡고 뒹굴거리는 매스가키들이 불쌍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질서 선의 피스팅은 일국을 군림하는 왕부터 길 바닥에 흔히 볼 수 있는 슬라임까지 공평해야 하니까.


“이거 누가보면 용사가 아니라 판사라고 하겠군…그런 연유로 항복 선언한 자들에게도 공평하게 배빵을 날린게냐?”


“저스티스 저지먼트에는 예외란 없으니까.”


“쿠후후! 그것이 그대의 정의라면…그래, 그것보다 자리를 뜨는게 좋지 않겠는가? 소란의 냄새를 맡은 까마귀때들이 모이고 있으니.”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뒷골목 세계 속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일은 흔히 벌어지지 않는 법인가?


마왕의 말마따나 뒷골목 주민들이 사건 냄새를 맡고 시시각각 모여들고 있었다.


저 마다 재대로 들리지않는, 그런 웅성거림을 동반한 채로 말이지.


“어짜피 이런 길바닥까지 치안력이 닿이진 않겠다만…괜한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어서 이동하는게 좋겠군.”


저 매스가키 무뢰한들도 상정 했던 일이 아닌 듯, 뜬금없이 무슨 일이 터져도 개연성이 보장되는게 이 바닥의 진리.


이보다 더 귀찮은 일에 시달릴 순 없으니 지체없이 뜨는게 상책이다.


그것이 이곳, 뒷 골목 세계에서의 법칙이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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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다행히도 더 이상 큰 일 없이 도착했군.”


수 많은 시선을 지나, 어느 한 변두리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착한 이 몸과 여우년.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녹이 슨 쇠창살로 굳게 닫힌, 도색이 죄다 바래지고 잡초가 무성히 피어난 건물이었다.


마치, 수 세기간 사람의 흔적이 아닌 자연의 흔적이 다녀간 그런 폐허같은 건물…


“용사여, 여긴 폐가가 아니더냐? 혹시 우리가 만날 자가 언데드라도 되는게냐?”


“살아있는 녀석이다. 아, 생활방식이 언데드나 다름없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그렇게 마왕년을 뒤로, 굳게 닫힌 쇠창실로 다가간 이 몸.


“그렇다면…”


쾅쾅쾅ㅡ!


“열어라. 안에 있는거 다 안다.”


쾅쾅쾅쾅ㅡ!


“좋은 말 할 때 열지 않으면, 건물 째 불태워버리겠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지인에게 나름의 반가움을 담은 언사와 함께 힘 찬 발길로 쇠창살을 두들겼다.


있는 힘 껏, 저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방안 구석구석 들릴 수 있도록.


“쿠후후후! 이게 용사인지, 수금하러 온 양아치인지. 질서 선의 사나이란 참으로 복잡미묘하구나!”


이 와중에, 어디서 구해온지 알 수 없는 팝콘을 씹어먹으며 나름의 감평을 밝힌 마왕년.


옆에서 거들어주기는 커녕, 지 혼자서 팝콘이나 씹어쳐먹고 구경이나 하는 꼬락서니가 혈압수치를 끌어올렸으나…


“…저 여우 년이…!”


덜컹덜컹ㅡ!


쾅쾅쾅쾅쾅쾅ㅡ!

 

덜컹덜컹ㅡ!

 

콰콰쾅쾅쾅쾅쾅ㅡ!


그 끌어올린 혈압수치로 마왕년을 응징하는게 아닌, 문에다가 응징했다.


저 년의 꼬리털을 뽑아버린다고 문이 열리는 건 아니니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문을 부숴버리는게 지금 상황에서 더 현명한 처사니까.


“기여코 열지 않겠다라? 어쩔 수 없군…충분히 기회를 줬으니 그냥 강행 진입 할 수 밖에.”


더 이상 별 다른 도리가 없다.


또한, 방문자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도리도 충분히 했으니 저 딴 철문하나 부순다고 민형법 상 문제 되진 않을 것이다.


“마왕년, 두 눈 뜨고 잘 봐라. 이것이 용사의 방식이니까.”


그렇게, 저 굳게 닫힌 철문을 태어났던 제철소 곁으로 보낼 ‘용사의 각오’ 를 마친 이 몸.


왼쪽 다리 각도를 정확하게 36.5도 굽힌 후, 모든 근육 세포와 신경을 집중…


끼이이이이익ㅡ!


“아! 씨이바알! 어떤 새끼가 두드리고 지랄이야!”


하던 찰나, 육중한 쇠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밖으로 퍼지더니


“신문 구독 안한다고!!! 종교 따위 관심없다고 이 개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의 주인은 열린 틈새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끼…어라? 어라라??”


짜증이 섞인 낯색과 본인의 머리카락마냥 파랗게 사색이 된 낯빛을 동시에 품은 채로 말이지.


“오랜만이다. 못 보던 사이에 주둥아리가 많이 걸걸해졌군.”


“…어, 당…당신은…? 그리고 저 뒤편에 계신 분은 혹…시?”


“그건 중요하지 않고, 네 년에게 정보를 구하자고 찾아왔다.”


“네?! 정보요? 무…무슨 정보요…?”


모처럼 재회했음에도 반가움은 커녕, 저 두려움에 가득찬 눈망울은 무엇인가?


제3자가 저 꼬락서니를 봤었으면 몹쓸 짓이라도 당한 줄 오해할게 자명하다.


“오호? 저 암컷 고블린의 표정이 완전 오늘 내일하는 표정이로구나! 용사여, 과거에 저 여인의 척추위치를 바꾸기라도 했느냐?”


…저 사실무근한 사족을 덧 붙이는 여우 년처럼 말이다.


“여우년, 아가리 여물어라. 그리고 네 년도 그렇게 바르르 떨지말고 어서 문을 개방하도록.”


“네? 네??”


“반가운 손님이 직접 행차했는데, 버릇없이 계속 밖에다 세울 참인가?”


“…아! 어…어…그러니까…”


“그게 아니면, 세포 깊숙히 박혀있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건가?”


“아…알겠어요!! 주먹 내려요! 당장 열태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헐래벌떡한 몸짓과 함께 완전히 개방된 철문.


고작 철문 하나 여는게 아낙네의 다리를 벌리는 것보다 힘들 줄이야…


정말, 세상사 뜻대로 되는게 없다.


.

.

.

.

.


“…이러한 연유로 네 년의 정보가 필요하다.”


“네? 그러니까, 최근 사채업을 종사하는 엘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 말 인가요?”


“재대로 이해했다.”


그간의 소란을 뒤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간결 명료하게 설명한 이 몸.


저 고블린년 역시 요지를 이해했는지 완벽하게 포인트를 짚는 모습을 선보였다.


“후우…! 저기, 용사님. 오해하지말고 들어주세요.”


“말하도록.”


“…엘프에 대한 정보를 왜 저한태 물어보시는거죠?”


“흐음?”


“그렇게 야리…아니, 그렇게 노…노려보지 마시고요! 말 그대로에요. 제가 정보상이긴 하지만, 왠지 그런 이유로 찾아온게 아닌…그런 직감이 들어서요.”


“네 년이 정보상이기도 하지만, 깐프하면 당연히 고블린 아닌가?”


“네? 깐프하면 고블린이라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정보상이라고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지 않지.”


“네, 맞는 말이죠. 그런데…?”


“그렇기에 약은 약사에게, 깐프는 고블린에게 묻는 것이 정답이라 판단했다.”


“…”


창세이래, 깐프와 고블린은 사회적으로 때 낼 수 없는 멀고도 가까운 친척같은 관계.


전문용어로 말하면 ‘구멍동서’ 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러한 이론은 무수히 출간된 얇은 책들이 발 받침하고 있다.


“저…그러니까, 용사님의 이론은 야한 책에서 허구한 날 엘프가 고블린에게 능욕당하니까 당연히 고블린은 엘프 전문가다. 그래서 저를 찾아왔다. 이거죠?”


“삼단논법으로 완벽히 이해했군. 그렇다면 잡설은 그만하고 어서 정보나 내놓도록.”


“…”


충분히 이해시킬 만큼 설명했는데, 그저 눈망울을 껌벅거리는 저 모습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역시 전문가라도해도 가늠하기 어려운, 그런 문제인건가? 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으으음…사채업을 종사하는 엘프라…”


그래도 전문가 까다는 어디가진 않는지, 아랫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진 고블린년.


이 몸은 그녀의 양 눈을 주시하며 잠자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여태껏 이 몸을 실망시킨 적 없는 황금 고블린같은 년이기에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굳게 믿으며…


“…아! 그렇지.”


“호오? 1분만 더 늦었으면 물리적 자극으로 정보를 토하게 만들 참이었는데, 늦지 않았군.”


“하아! 당신이라는 사람은 진짜…아무튼, 서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엘프 사회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어요.”


“심상치 않은 움직임?”


“잠시만요! 자료를 보면서 이어가도록 해요.”


이윽고, 자리 뒤편에 놓인 두꺼운 서류철을 뒤적거리며 자료 몇 장을 꺼내든 고블린년.


“여기요. 대륙어로 번역 된 자료니까 읽는데 문제 없을거에요.”


“흠.”


고블린년의 말 대로 자료를 살펴보자, 한쪽 팔을 ‘차마 말하기 어려운 각도’로 치켜든 콧수염이 예사롭지 않은 엘프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진 옆에는…





“…족장 선거로 세계수혁명당의 칸틀러가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