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반복, 데이터주의)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놀아주는 곳.


보통은 정말로 어린아이들이 조기교육이나 사교성을 기르기 위해 보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 마물이 사는 세계에서는 유치원이란 것이 없기에, 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진 아이들 끼리 떠들거나 뛰어놀거나 한다.


최근 마물들이 늘어남에 따라 종의 번식이 폭증한 시기여서인지 집에서 아이들을-체력적으로-감당하기 힘든 가정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자들, 무직이나 독신이 낮 동안 도맡아줄 곳을 만들어 고용하자는 안건이 나왔다.


그럼으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건 좋지만, 급하게 구성된 계획이어서 큰 예산을 받을 수 없었으니. 정규직은 알바생 정도의 급여를 받고 대부분 봉사활동 점수를 받는 형식이었다.


제각기 다양한 마물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와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사바트가 적임이기에 사바트 마다 전문가 한 분 씩을 모셔와 선생님 역을 맡아주기를 요청했다.


실질적으로는 어린아이들 상대엔 같은 어린이를. 외모가 동급생에 가까우니 서로 섞이기에 거부감이 덜할 거라는 게 교육기관의 판단이었다.



바포메트는 그 사바트들의 대표가 되어 유치원의 원장을 맡기로 했다. 말이 유치원이지 사실상 학교나 다름 없었다.


무슨 애새끼들 뒤치닥거리를 해줘야하냐며 투덜거리던 바포메트였으나, 교육기관의 간곡한 요청과 잘하면 오라버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혹해 겨우 승낙한 것이었다.


그렇게 바포메트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유치원을 보며, 그리 나쁘지만은 않구나. 내심 괜찮다고 생각해 작게 미소지었다.


사바트의 선생들 만으론 혈기 넘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데엔 손이 많이 가는 관계로 바포는 그녀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봉사활동 지원자를 모집하기로 한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정규직이나 알바생으로 고용하고 싶었으나 그럴 여윳돈은 없었다. 일단 전단지만 만들어서 뿌린다.


다행스럽게도 전단지를 돌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내가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왔다. 비록 무직이지만 봉사활동 점수를 기반으로 취업을 목표로 해 온 것이라 얘기했다.


바포는 여기에 일하러 온 것인데 점수나 따러 왔다고 얘기한 것도 기가 찼으나 어차피 봉사활동이고, 지금은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라 고용하기로 한다. 무직이어서 시간 여유도 많을 테니. 그런데 유치원 커리어가 그에게 도움이 될 진….


아무튼, 그는 그렇게 유치원에 고용되었다.



그에게 주어지는 일은 복잡한 서류 같은 건 제외한 교육과 잡무였다. 교육이라 해도 아이들 수준이므로 단순 계산이나 동화 읽기, 오락 겸 창의력 활동, 숙제 검사, 물건 옮기기, 아이들과 놀아주기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역시 키나 완력면에서 건장한 '남자'가 있어주니 든든했다.


그래서일까, 유치원의 아이들은 물론이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선생들 마저 그에게 다가가 장난치거나 놀아달라고 하는 등. 점점 '오빠'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못 미더웠으나. 바포메트 또한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부탁한 일은 뭐든지 척척 해내는 그를 어느샌가 계속 눈여겨 보고 있었다. 서류 결재를 하다가도 그녀의 시야에 그가 들어올 때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언제 한 번, 사바트의 선생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바포에게 무슨 일 있느냐고 듣고서 당황해 자리를 뜬 뒤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는 그녀. 이게 어찌된 일이람. 나라는 자가 이런 일로 당황하다니.


하지만 바포는 깨달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고동이,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정신차려 보니 볼이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가슴을 울리는 심장의 고동소리. 귀를 타고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 사바트의 선생들을 존중하면서도 차별없이 어린아이 처럼 대해주는 태도. 교장인 줄은 몰랐다고는 해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따스한 손길.


바포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가슴 부근을 꾸욱 누른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   2   ◈◈◈◈◈



천년하고도 수 백의 세월 동안 바포메트는 독신으로서 살아왔다.


구마왕 시대 때 부터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것도 있으나. 신마왕 시대에 느닷없이 본인의 신체가 여인의 형상을 취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자신에게 축소화의 마법을 걸어 어린 모습이 되었다.


어린 모습이 된 데에는 단순히 '어른인 모습보다는 덜 야하기 때문', 이라는 이유였지만. 시간이 지나 신마왕의 마력으로 성적 관념이 희미해져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었으며, 신체적 문제는 마법으로 다 해결이 가능한 덕에 불편함을 겪지도 않아 작아진 모습으로 계속 지내왔다.


다만, 본인의 입지 때문에 어린 체형이면 자신의 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으나… 그런 이유로 주제를 모르고 덤벼들던 도전자들은 다 피떡으로 만들어 쫓아내준 뒤로는,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했다.



가끔씩 친분이 두터운 자나 신마왕이 직접 찾아와서 술잔을 나누는 사교모임의 자리에서. 한 번씩 이른바 '남편'이란 존재를 데려오고는, 염장질을 해대며 바포메트에게 남자는 언제 만들 거냐면서. 사랑을 모르는 네가 불쌍하다느니 뭐니…. 맞선이라도 한 번 보라는 둥 신경을 박박 긁어댔다.


언제는 바포메트가 그런 치들에게 열불이 터져, 속는 셈 치고 내기를 걸고 소개팅에 나간 적이 있다.


결과는.처참하게 대실패.


바포메트의 입지를 생각하면 조건이 맞는 남성은 매우 적기 때문에. 정체를 숨기고 아무 남자를 꼬셔 데이트를 한 후, 후일을 도모하는 데 까지 성공하면 승리인 내기였으나.


바포메트는 작아진 모습으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본래의 성숙한 모습이 아닌 어린 외형 그대로 나갔고, 본인의 지위를 속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상대를 깔보는 말투에, 여성성이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보기 힘든 늙다리 그 자체인 모습만 보여주는 부정적인 행위를 해댔다.


첫인상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는 소개팅에서 시작부터 그런 꼴을 보여댔으니, 소개팅이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처음 만난 사람이 제일 오래 버텼으며. 그 다음 부터는 초속 광탈의 연속이었다.


스스로가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충격을 먹은 바포메트는, 자신의 지위나 태도를 좀 낮추어도 해결이 되지 않자. 연애 따위는 다시는 생각지도 않을 거라며, 비뚤어졌다.



………

……



그러한 과거를 회상하던 바포메트는 지금,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인 '건방지고 세대차이가 크게 느껴질 만큼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한' 사바트의 입구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하도 틀딱이라고 패밀리어 부터 사바트 애들 까지 놀리질 않나, 좀 괜찮은 이성을 찾았다 싶으면 할머니 같다며 거부하고는 좀 더 정신적으로 어린아이들과 이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그러는 일이 계속되자 지친 그녀가 선택한 길은 '융화'. 자신도 그들 처럼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어린아이가 되어 오빠를 맞이하고 마리라, 는 다짐이었다.


사바트 내 세력 중에서 가장 많은 오빠를 두고 개방적인 성향(이자 가장 방탕한)인 모모니카 사바트로 향한 바포메트.


거기서 모모니카 사바트는 설마 틀 중의 틀인 바포가 여기로 와서 배움을 얻고자 가르침을 요청할 줄이야. 미심쩍어하면서도 일단은 강의를 한다.



한 소녀는 바포의 열의가 진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차, 하와와체를 선보인다.


이는 말투 부터가 존심 센 할머니 그 자체인 성격을 나타내기에 그것을 교정할 겸, 그리고 매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쉬운 보수적 늙다리일 수록 자극적인 '요즈음의 젊은이들'의 감성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같은 일종의 시련이란 이름의 강경책이나 다름 없었다.


……사실 놀려먹고 싶어서 반 쯤 재미삼아 한 거지만.


그리고 그것을 본 바포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당연하다면 당연한, 지극히 정상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며 요즘 애들은 이러고 다니냐는 투로 딴죽을 걸었다. 모모니카 사바트는 시선을 피했다.


그럴 리가 있나. 이따금 컨셉 삼아서 장난으로 하는 경우는 있어도, 진심으로 저러고 다니는 자는 전혀 없다. 그렇기에 시선을 피한 것은 '이거 ㄹㅇ 참트루임?' 라고 진지하게 묻는 바포의 눈빛을 보면 웃음이 나올까봐 입술과 이를 악 물고 참으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바포는 그녀들이 장난으로 한 행동이 진실인 줄 착각하고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모모니카 사바트는 놀랐다. 평소 같으면 방탕한 우리의 장난을 눈치채 불 같이 화내며 잔소리를 퍼부어댔을 것이다.


아무래도 바포메트님은 진심이신 것 같다. 모모니카 사바트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 정신연령이 네자릿 수 후반대에 달하는 바포님이 관심을 가지신 지금이 기회야! '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러나온 우려와 응원을 바포메트에게 보냈다.



바포메트는 의외로 진지하게 특훈에 임했다. 다른 사바트를 포함해 모두가 놀랐다. 비록 연습할 때나 말할 때 부끄러움을 참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 하… 하와와, 애긔밮… 밮매쟝…인 거시와요…. "

" 큽ㅋ… 흐흡ㅋㅋ…! 잘하고 계셔요…! "

" 호, 호에에에…? 유리에 비친 와따시… 다시봐도 몰라볼 만큼 귀, 귀여운 거시에오 엣큥…☆ "

" 와하하하한… 벼케욬ㅋㅋㅋㅋ "


모모니카 사바트의 마녀들은 자지러졌다. 바포메트가 아양 떠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 고지식한 뱀파이어 놈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바포메트는 살짝 자괴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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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거 뒷부분 더 써왔음. 글 안 쓴지 오래되서인지 아님 가정문제 때문인지, 뭔가 작업하고 싶어도 의욕이 잘 안 나고 아이디어도 밍숭맹숭하다...

이거 말고도 다른 것들도 쓰고 새로 써야할 것도 많은데 슬럼프 씨게 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