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


때는, 갑자기 찾아온다.


" 산책… 가자니까? "


그 날은, 한 시도 빠지지 않고 내 곁에 있는 걸 좋아하던 녀석이 오늘 따라 조용하길래 지루함에 지쳐 어디서 낮잠이나 자나 싶어 한참 불러다닌 날이었다.


" 으웅? "


코코는 마치 산책이라는 걸 처음 듣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잘 안 들려요. 더 크게 말해주세요. "


" 산책말야. 너 좋아하는 거. "


" 잘 안 들려요 주인님. "


아.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 코코가 겪고있는 현상은 처음 '듣는' 것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 …이렇게 되어, 현재로선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


" 그렇습니까…. "


" 만약을 대비해, 목줄은 항상 쥐고있어 주세요. "


" 알겠습니다. "






(자동반복)


코코는,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비행견이 되었다.


제 아무리 소리가 울려퍼진다 한들, 드넓은 우주를 채우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르다.


들리지 않아서인지 집에 있어도 전 처럼 의욕적이지 않고, 되도록 내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코코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 미안해… 미안해…. "


무엇이 그리 미안한 것일까.


나 자신은 그녀에게 무엇 하나 나쁘게 대한 적이 없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눈치 챘더라면.


그러면 너는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 ━━━괜찮아요. "


" …! "


" 저는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착하지, 착하지━…. "


코코는 마치 내 기분을 안다는 듯, 껴안긴 채 손을 뻗어 내 등을 쓸어주었다.


들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가 알아내 주었다.


" 지금은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슬퍼하고 계신다는 건 알겠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


" 코코…. "


꼬옥.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 끄, 흐읍…. 코코… "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 착하지, 착하지. "


흐르는 눈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코코는 내가 평소에 해주던 것 처럼 나를 쓸어주었다.








" 집안일 하지 말고 쉬라니까. "


" 안 들려도 이 정돈 할 수 있거든요~ "


" 거 참…. "


수의사의 권고로 코코는 당분간 자택에 근신하게 되었다.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밖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니 자중하라고 당부했다.


갑작스레 청각을 잃게 되어도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기에, 적응할 때 까지만 쉬겠다고 회사에 연차를 냈다.


" 이렇게 대꾸하는 거 보면 들리는 거 같은데…. "


코코는 빨래 바구니를 놓고 세탁물을 널고 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 착각 때문인지, 문득 지금 부르면 코코가 돌아보지 않을까. 무심결에 불러보았다.



" 코코야~ "





……………그러나 코코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 그렇겠지…. '


무엇을 기대한 걸까 나는.


전신에서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 …? "


다음 세탁물을 꺼내기 위해 허리를 숙이던 코코와 눈이 마주친다.


코코는 잠시동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무언가를 눈치 챈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 아차. '


내 표정을 읽은 것이리라.


뒤에서 불렀다가 듣지 못해 실망했음이 역력히 드러나는 얼굴을.


" 후우…. "


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답답함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럴 때에도 하늘은 푸르고 드넓었다.


참으로 야속한 기분이었다.








[ 이건 사과야. ]


" 응, 사과. "


[ 이건 바나나. ]


" 바나나. "


처음에는 글을 써서 말을 전달하는 식으로 대화를 했다.


종이와 펜, 혹은 휴대폰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언제건 쓸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수화를 배우기로 했다.


코코가 말을 할 수 있어도 들을 수 없으므로 당연히, 나 뿐만 아니라 코코도 수화를 배운다.


수화를 배우는 것은 나에겐 조금 번거롭지만. 코코에게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 마치 우리들만의 비밀신호 같지 않아요? "


[ 비밀신호? ]


" 예를 들어서… "




수화를 기반으로 코코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시그널을 만들었다.


간식이 먹고 싶을 때, 목욕을 하러 들어갈 때, 산책을 나가자할 때 등.


확실히 수화를 배운다기 보다 우리만의 무언가를 한다고 인식하니 나름 재미있다.









혼자있어도 문제 없을 만큼 적응한 코코를 두고 직장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은 혼자 두는 것이 불안하지만, 코코가 믿으라는 듯 가볍게 등을 두들기며 손글씨를 쓴다.


[ 사 랑 해 요 ]


조금은 낯간지러운, 등의 간질거림을 느끼며 그녀의 등에 나도 글을 쓴다.


[ 언제나 고마워 ]


" 일 열심히 하고 오세요! "


그녀가 용기를 불어넣어주어, 손을 꼬옥 잡은 뒤 힘차게 현관을 박차고 나간다.


다음에 여유가 나면. 그녀를 데리고 좋은 곳으로 놀러가기로 할까.












[ 코코. ]


" 응? 왜요? "


[ 오늘, 그거 할까? ]


" 그거? ……아! "


코코는 내가 주는 신호를 알아보고는 기쁜 듯이 방방 뛰었다.


" 좋아요! "








=====

청각 장애를 겪는 개에게 산책가자고 하는 걸 보고 썼음.

새벽에 노래 들으면서 쓰려니까 먹먹해져서 힘들더라.

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