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스스로의 땅을 경작하는 자영농이다.


과거 구 제국이 붕괴된 이후, 농민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강력한 토지 귀족들의 보호를 청하였기에


이 땅에 자영농들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확실히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밤, 다음 봄에 심을 작물을 고민하며 밤을 지새우던 당신은


문득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변방이긴 하나 비교적 사람이 살기 안전한 곳이기에 도적이나 도둑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하며 당신은 물려받은 검을 허리에 차고, 폼멜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당신이 문을 열자..




"안녕하십니까." 기분 나쁜 목소리였기에, 당신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독신자를 찾고 있었더니, 사람들이 여기로 가라더군요. "

당신은 '으음.' 하고 의미 없는 헛기침을 하며, 경계를 조금 풀었다.

"저는 상인입니다. 조금 특이한 것을 팔죠. "

'노예상이겠군.' 하고 당신은 생각했다. 

"노예상이라고 생각하셨겠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취급하는 상품은 저나 당신처럼 평범한 인간이 아닙니다. 저는 이종족을 전문적으로 사냥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충격적인 정체는 아니었다. 당신은 그럼 자신에게 팔 물건이 있어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인간은 태어나면서 조물주의 설계에 따라 성별을 부여받지 않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세계의 법칙이죠.'

"맞아요. 하지만 인간이란 너무나도 복잡한 존재이기에, 가끔씩 조물주의 설계가 빗나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여자의 몸에 남자의 영혼이 깃든다거나, 그 반대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가져온 노예도 그런 괴짜 중 하나인가, 하고 당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요."

그는 난폭하게 목줄을 잡아당겨, 그의 '상품'을 선보인다.




'상품'의 모습을 본 당신은 역겨움을 참으면서, 도대체 그따위로 장사하면 장사가 되냐고 물었다.

"진정하시죠, 설명과 의미가 없이 만물을 있는 그대로만 판단한다면 조물주의 설계가 성립하겠습니까?"

당신이 그 성급함을 반성하려는 찰나, 그는 '상품'의 엉덩이를 움켜잡는다. 

"꺄앗!"

"이 뚱보는 더럽고 냄새나는 몸뚱아리를 가졌지만, 마음 만큼은 여느 소녀와 다를 바가 없지요."

당신은 그게 '설명'의 전부냐고 묻는다.

"전부냐고요? 아닙니다. 당연히, 이 자식은 자신에게 여자의 몸을 내려달라고 조물주께 기도하였습니다. 물론, 여자의 영혼은 여자의 몸에 깃드는 것이 맞으나, 태어날 적에 부여받은 몸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지요."

'으음.' 당신은 그게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예. 하지만 이 멍청한 새끼는,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대신 이교의 힘을 빌렸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요. 이 인근에도 제법 '서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민달팽이들이요."

당신은 이 마을이 그 민달팽이들과 이따금씩 거래를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이쿠야, 실례. 아무튼, 이교의 신은 이 놈에게 축복... 아니, 저주를 내려주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반응을 확인하며 뜸을 들인다.

"바로 이틀에 한 번, 일 년 동안 '끈적끈적 민달팽이 섹스'를 하면 민달팽이 소녀의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저주입니다."

우웩.

"후후. 예상한 반응입니다만... 예전에 그 족속들을 몇 마리 사로잡은 적이 있어서, 판매하기 전에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녀석들은 제가 안아본 그 어떤 여자보다도 훌륭한 녀석들이더군요."

그럼에도 당신이 받은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은화 두 닢에 팔겠습니다. 노예가 이 정도면 거저지요. 차라리 일을 시키셔도 됩니다. 저는 이 역겨운 놈을 더 이상 데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은화 두 닢이라, 일반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성인 남성은 금화 한 닢 이하에 거래되니, 좋은 가격이다. 다만...

'끈적끈적 민달팽이 섹스...'

당신은 어린 시절에 직접 보았던 늪지의 주민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같은 자영농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방문했던 습지인들의 마을.

그 곳에서 보았던 한 여인.

얼굴과 상체는 분명 인간의 여인과 같았지만

하체는 흔히 풀섶에서 보이던 민달팽이와 같았다.

무엇보다 제 몸을 꼼꼼히 천과 비단으로 감추길 급급한 인간 여인들과는 달리

아마 무역을 통해 구입했을 한 쌍의 은팔찌만을 제외하면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자신의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을 감으라는 아버지의 명령, 그리고 일 분 뒤에 날아온 뺨따귀에 의해 눈을 떼기 직전에

분명히, 그녀는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그 풍만한 가슴과 야들야들해보이는 유두,

인간의 것이 아닌 하체에 가지런히 그어진 세 개의 선.

불경스러운 상상에 당신의 남근이 불끈거린다.

'끈적끈적 민달팽이 섹스...'

"아, 물론 당신이 삽입해야 합니다."

당신의 불경한 상상을 멈추려는 듯이, 상인이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