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밤하늘이란 달이 가꾼 정원이라 했다.

먼 옛날에 달은 지상에 사는 여인이었고, 이 땅에 신들조차 부러워하는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그런 탓일까, 시기심이 잔뜩 오른 바람의 신이 그녀를 아주 잘게 조각내었을 때

지혜로운 아샤의 불꽃은 그녀의 영혼을 거두고, 밤하늘에 자리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홀로 밤하늘에 남겨진 달은 지상에서와 같이 정원을 가꾸었고

그렇기 수많은 세월이 지나 별이 총총한 지금의 밤하늘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우리 겨레의 옛 신화이다.

하지만 다크엘프 여인은 다른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길 달은 천상의 이야기꾼이며

밤하늘에 만개한 별은 꽃이 아닌 천상의 무희들이라 하였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달은 노래와 함께 별의 춤사위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필멸자는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지 않는다.

달과 별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은 천상의 존재들에 대한 오만이니까.

인간은 오직 달빛 한 점 없고, 별빛마저 자취를 감춘 밤에만 춤을 출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미약한 몸짓에 걸맞는 무대니까요." 그녀의 겸손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현명한 달의 노래도, 어여쁜 별의 춤사위도 없는 삭막한 밤하늘이

그녀의 춤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윽고 달빛 한점 없는 밤하늘에 유성의 궤적이 그려지자 그녀는 흠칫 놀랐고,

나는 그것이 밤하늘의 정원사가 그녀에게 꺾어준 꽃 한 송이임을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