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래곤이 있었다.

인근 마을을 점거하고 자신에게 보물과 먹이를 바치지 않으면 마을을 파괴하겠다 협박을 하고, 인근 산에 레어를 틀어 그곳에서 살고 있었지

그 드래곤은 매우 나태해서 만사가 귀찮은 듯, 레어에 드러누워 마을사람들이 바치는 공물을 받아먹고, 쌓여있는 보석들을 바라보는 한가한 일상을 살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그 드래곤을 퇴치하기 위해 용사가 레어로 발을 들여놓은거야.

용사는 당장 마을을 해방시키고 떠나라고 했지만, 드래곤은 누워서 하품이나 하며 바라보았지. 조그만한 인간이 칼 들고 설쳐봤자 두려움은 없었으니까, 대충 툭툭 건들여서 쫒아내자는 생각 뿐이었지.

용사는 드래곤에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어. 그러나, 드래곤이 손을 휘두르자 피를 흘리며 나가떨어졌어. 정말 한심했지.

그러나, 용사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다시 일어나 칼날을 세웠지. 드래곤은 다시 한번 손을 휘둘러 튕겨내버렸지.
그러나, 용사는 자신의 공격이 2번이나 실패하였는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

다시 일어나 드래곤에게 검을 휘둘렀어 그리고 또 다시 날아가버리고,.

어느새 점점 드래곤은, 시간이 지날수록 팔을 휘두르는 것 말고도, 꼬리를 휘두르고, 날개짓으로 풍압을 날리고, 주먹으로 땅을 가격하고, 브래스를 뿜는 등 힘을 들여가며, 계속 일어서는 용사를 진심으로 상대해갔어.

그렇게 엄청나게 시간이 흐르며, 드래곤은 결국 상처를 입었지만, 용사는 아주 만신창이의 걸레조각 같은 몸이 되버렸어.

찢기고, 타고, 피와 멍투성이에 뼈도 나가고, 그렇지만 용사의 눈빛은 정열을 담은 맑고 뚜렷한 눈을 유지하고 있었어

드래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거냐고 물어봤지. 
도무지 승산이 보이지 않는 괴로운 짓을 어째서 반복하는거냐고, 어차피 자신을 쓰러트려도 그렇게 큰 보상은 받지 못할텐데 뭐하러 이런 상처투성이가 되면서까지 싸우는 거냐고, 그냥 차라리 좀 더 즐겁고 편하게 살면 되지 않냐고 하며

그러자 용사는 말했지. 모두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은 누군가의 눈물을 멈추고 미소를 되찾아주기 위해서,

즉,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것이지.
용사의 그 집념어린 모습에 드래곤은 처음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를 깨닫고 수치심이 들기 시작했지.

용사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면서, 자신은 레어에 틀어박혀서 단지, 마을주민들의 공물만을 받으며, 열심이라는 단어와는 척을 쌓은 채로 정열없이 살아왔는데 자기보다 약한 주제에 진심을 다하는 그 모습에 서서히 자신이 정말 얼마나 용생을 헛되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는거야

부끄럽고, 한심하고, 자기 자신의 지금까지의 행보에 화가났지. 괜히 힘들게 몸을 움직이며 정신을 불태우며 사는 것을 바보같다고 취급한 것에,
눈 앞에 자신의 생각을 틀리다고 부정하는 상징이 있는데 말이야.

자신이 지금까지 모아온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더욱 반짝이고 찬란한 광휘가 비치는 이 용사야말로 진짜 보물이였던거야.

그리고,결국 용사는 드래곤의 심장을 꿰뚫는 것에 성공하였어.몇백번을 드래곤에게 목숨을 잃을 정도로 반격당한 결과 용사는 드래곤의 움직임과 공격에 적응해갔기에 이길 수가 있던거지

드래곤은 쓰러졌고, 피떡이 된 지금 상태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은 용사는 태연히 등을 돌리고 레어에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어

기다려줘, 용사... 나만 이렇게 혼자 두고 가지말라고... 황금 중에 진정한 황금, 나의 눈과 정신을 찬란한 빛으로 불태워 다시 태어나게 한 금화같은 남자.
반드시 손에 넣을테야...

그렇게 드래곤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눈을 감았어



그리고 그 뒤로 몇년이 지난 후, 세상에는 거대한 재앙이 닥쳤어. 바로 거대한 사룡이 도시란 도시는 모두 침략해 파괴행위를 벌이는 것이였지.

남녀노소 휘말리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온갖마법을 동원해서 자신에 대항하는 자들을 순삭시켜 버렸지. 그 압도적인 무력 앞에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았지.

그러나 그 사룡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자들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리지 않고 오히려 존경을 표시하며 마음에 들어했어. 자신이외의 누군가를 위해 악을 토벌하려는 빛의 용사들... 모두가 훌륭한 영웅이라며

사실 그는 용사에게 심장을 찔린 드래곤. 기적과도 같이 살아남았던거야. 그러나 그 드래곤은 다시 태어나게 되었지.
진심을 다해 모든것을 불태우며 찬란하게 사는것은 훌륭한 것이라는 걸 배웠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준 용사에게 보답하기 위해, 또 그 용사라는 보물을 수집하기 위하여 그의 영웅담에 걸맞은 존재가 되기로 결심하였어

빛을 집어삼키는 사룡. 영웅을 집어삼키는 포악한 드래곤.
자신이야말로 용사에게 토벌당할 존재이자, 용사를 파멸시킬 존재라고 여기며 파괴와 전투를 일삼는 탐욕스러운 사룡이 되어갔어

그러나 그 용사는 이미 죽은 상태,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지. 그러나, 사룡은 그 죽음을 믿지 않았어

심장을 찔린 자기 자신처럼, 각성하여 부활해서 다시 나타나 자신에게 그 광채로 다시한번 눈을 지져줄거라고 믿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 멋짐을 알려주기 위하여,

"자!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있다, 와라 용사! 그날의 눈부시고 훌륭한 너의 빛을 이 세상에 다시 한번 새겨다오!! 크하하하하하핫!!!!"

어서 다시 눈 앞에 나타나 그 빛으로 매료 시켜달라고, 어중이 떠중이들을 각성시켜 보이라고,

포악한 사룡은 빛을 갈구하며, 근성을 발휘하지 못해 자기 자신에게 덤비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사력을 다해 자신을 토벌해보라고 소리를 쳤지

다시 한번, 존귀하게 반짝이는 진짜 황금의 눈부심을 보고 싶으니까



레어에만 틀어박혀있는 히키코모리 드래곤이 인간찬가에 빠지게 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