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monmusu/53885965?p=1

몬붕이들에게 써달라고 했더니 웨 나 보고 써달라고 하는 것?

==========



환골탈태를 하면 추가적으로 붙는 우화술인 반로환동으로 회춘한 스승님의 모습에, 순간 다른 누군가가 장난치는 것인가 했으나.

그간 스승님을 모시면서 봐왔던 모습이 어렴풋 보이는 것과, 제자인 사내를 바라보는 엄격한 듯 하면서도 자애로운 눈빛이 여전하여 반신반의 하면서도 사내는 한 눈에 여스승임을 알아보았다.


" 스, 스승님…? 그 모습은 대체…? "


" 주독을 유지한 채 탈태를 해서 이렇게 된 것 같구나. 이상하니…? "


" 그렇진 않습니다. "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여스승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제자의 솔직한 답변이 기쁜 듯 아닌 듯, 한 때 배신을 겪은 후 이성을 쳐다보지 않겠노라고 결혼도 포기한 채 살다가, 여태껏 제자의 몸을 보더라도 아무런 생각이 든 적이 없었거늘. 마음은 신체를 따라간다고, 모양새는 약간 다르지만 젊은 시절의 반라인 자기 모습을 제자에게 보이니. 무언가 근질거리는 쑥쓰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 어흠. "


환자 대면을 시키기 위해 들어오게 했으나 말문이 막혀버린 두 사람을 두고 화타가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그 덕에 사제는 정신을 차리고 서로의 안부를 듣고 몸 상태와 현 상황에 대해 정리했다.


" 그러니까, 역병쥐를 쓴 주술이 담긴 독이. 해독하기 어려우니 독을 받아들인 모습으로 우화한 것이 지금 모습이라는 겁니까? "


" 쥐로 인해 창궐한 역병은 쥐에게도 독이지만 그 쥐들이 멸종한 모습은 보기 어려움세. 그렇기에 한시가 급한 지금 상황에선 다른 선택지는 성공률이 희박하므로, 그 대신 극강의 경지에 오른 고수라면 시도할 수 있는 탈태만이 가능성있다 여긴 걸세. "


이전, 무술대회에 나갔을 때 만난 다른 고수에게서 들은 스승의 과거는 유명하다 못해 맹위를 떨친 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안 사내는 어느정도 스승에 대해 알게되었다고 생각했으나. 극강의 경지에 오를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다는 것일까.


" 반로환동이란 것은 전성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지금이 스승님의 전성기인 겁니까? "


" 맞기는 하다만… 조금 미묘하구나. 신체적으로는 한창 무림에서 실력을 쌓던 시절에 더 가까운 것 같구나. "


청동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확인한 스승은 특정짓기를 어려워 했다. 무에 있어 여협이 이성을 상대할 때 쓰는 환술이나 미인계도 정통무술이 아니라며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 여스승은 그간 자신이 얼마나 꾸미지 않고 살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 마지막으로 체질 검사도 끝났고, 나는 이만 가보겠네. "


" 정말 감사합니다. 명의 화타 선생님. "


" 살려줘서 고맙네 화타 선생. 이 빚은 언젠가 갚지. "


젊은 사람이 화타에게 편하게 말을 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으나, 화타는 익숙하다는 듯 인사를 받으며 가볍게 떠나갔다.



이후 사파의 사술이 풀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할 이 순간이 기회라 여긴 스승과 제자는, 좀 더 강해지기 위한 특훈에 들어가기로 한다.

반로환동하여 전성기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들, 병세에서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 제 실력을 낼 수 없는 스승은 기를 다루는 법과 대련, 오의를 전수하는 것에 전념했다.


" 기는 항상 건강한 육체와 맑은 정신에서 비롯한단다. 서로가 탄탄해야 기 또한 탄탄하니 둘의 조화를 유지하거라. "


기를 어느정도 다룰 수 있게 된 사내는 체내의 기를 전신에 감돌게 하거나, 한 점에 모아 주먹의 위력을 높이는 내공. 몸 밖으로 표출하여 신체를 보호하거나 기탄을 날리는 외공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한다. 사내는 초식에서 명경지수를 깨우쳐 기를 감지하는 능력은 탁월했으나, 완성된 몸이 아니기에 전신에 기를 돌게할 정도의 공력은 부족했다.


우선은 기의 체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단전에 기를 모아 순환시키는 운기조식을 시켰다. 사내는 긴 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운기조식을 하며 공력을 다져가나, 쓰러지기 전의 제자의 모습을 기억하던 스승은 어느새 듬직하게 성장한 제자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운기조식을 하는 동안 할 것이 없어 심심하기도 했던 여스승이 집중력 훈련이라며 제자에게 조금씩 신체접촉을 하는 등의 장난을 치곤 하였다.


이런 장난을 받은 제자는 반로환동한 스승과 기억과의 괴리에서 오는 심란함이 운기조식을 점차 방해해, 이제는 아예 등에 풍만한 유방을 대 제자 골리는 것에 맛들린 스승이 곤란한 사내는 무어라 한 마디를 해야할까 고뇌하던 중. 단전에 기를 모으다 스승의 장난에 자세가 무너지면서, 실수로 스승의 손이 제자의 양물에 닿아버렸는데.


단전에 운기조식을 하고 있어서 한껏 기운을 받은 장대한 장대가 빳빳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 "


" ………스승님. "


" 미, 미안하구나…. "


" 앞으로는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


자신이 제자를 지키다 쓰러진 것이나, 그런 스승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제자가 영특해 젊어진 상태에서 친근한 마음에 한 장난이. 제자를 곤란하게 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앞으로는 이러한 장난을 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제자의 훈련에 집중하기로 한다.


저녁에 잠들기 전, 스승은 닿는 순간 깜짝 놀라 뒤로 팍 물러났으나. 그때 잠깐이나마 느껴진 처음 겪는 감촉은 나중가서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각인으로 남게 되었다.



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으나 특훈에는 지장을 주지 않은 채로 기의 운용과 실전 대련을 마치고, 오의를 전수받을 시간이 되었다.

스승은 10식 벽중격(劈重擊)의 강화판 내화폭장(內火爆掌)을 전수하기로 한다. 다른 오의도 있으나, 현재 가장 필요한 기술은 이것일 거라며 유련화수 유파의 비기를 설명했다.


" 단전에서 끌어올린 기를 상대의 몸에 흘려넣어 터트리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손에 담는 공력이 매우 높아 움직임이 굼뜨고 방어도 취약해지지. 다만 상대가 그 어떤 강인한 육체를 가졌건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란다. "


이 기술은 비거리가 보폭과 손을 뻗는 정도의 공간이 한계인 초근접형 일격필살의 반격기라 보아도 무방하다. 보통 상대가 이걸 쓰려고 달려들면 당해줄 리가 없기에, 달려드는 상대를 역이용한 오의인 것이다.


" 다만 주의할 점은, 몸에 두른 것 정도는 상관없지만 반탄기공 같이 체외에서 막는 기술은 몸 까지 전달되지 않으니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고수라면 반탄기공 정도는 쓸 줄 알거나 애초에 내 유파임을 안다면 다가오려 하지 않을 게다. "


" 그렇다면 한 때 이름 날리셨던 스승님의 오의는 모두가 대처법을 알지 않습니까? "


" 이걸 맞은 자는 모두 죽었다. 그러니 알 턱이 없지. "


" 사파의 배신자는 살지 않았습니까? "


" 그 놈만은 예외지. 어째서 산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렇게 보면 초재생술이나 흡성대법을 익힌 자는 껄끄러울 지도…. "


" 무적의 기술이라거나 만능은 아니군요. "


" 요놈봐라. 그런 기술을 배운 놈들이 이상한 거지, 금강불괴도 염라 만나게 한 게 이 기술이다 이 말이야. "


" 그렇다면 상대의 공격을 못 피한다거나 외공이 날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


" 흠. 튕겨내기 못할 정도의 공격이라면 도망가거라. 나는 애초에 튕겨내지 못한 공격은 없었다. "


" 단점만 많은 오의로군요. "


" 이놈이 진짜. "


오의를 배우다 티격태격을 하는 사제간의 능청스러운 분위기도 뭇내 가라앉아, 진지한 분위기를 잡았다.



내화폭장을 전수받으려면 우선 그 사용법과 위력을 확실히 알아야 되기에 스승이 사내의 손을 잡아 기를 흘렸다.


" 느껴지느냐? "


" 무언가 따스한 느낌은 듭니다. "


" 네 기로 한번 밀어보려고 해보거라. "


사내가 기를 모아 스승의 작은 기를 감싸 밀어내보려 했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


" 이는 생소한 타인의 기가 내부를 파고들어 반발을 일으키지. 한 점에 집중된 공력은 같은 수준의 공력이 아니면 밀어내지도 못한단다. "


사내가 더욱 집중해 스승의 기를 밀어내기 시작하나, 손바닥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고통과 함께 기가 흐트러지며 쓰러졌다.

그제서야 사내는 속에서 터진다는 파괴력에 대해 절감하고 확실히 일격필살의 기술이 맞음을 깨닫는다.



" 알겠느냐. 이 오의는 위력을 알고, 확실한 일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상대와 상황을 간파하는 '눈'이 필요하단다. "


" 눈? 눈이라구요? "


" 그래. 상대의 행동, 공격을 예측하고 다음 수를 읽는 것을 '심안'이라고 하지. 흔히 듣는 독심술과는 다른 경험에 의한 경지다. "


눈은 본디, 무언가를 보기 위해 존재한다. 그로인해 관찰하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한 오감 중 하나인 것.

그러나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다. 그 행동 하나 하나가 이루어지는 경위를 파악할 수록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 자연스레 흐름이 보이는 명경지수 같은 것입니까? "


" 그것과 심안은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으나, 정확히는 둘 다 공존해야 비로소 성립하는 기술이란다. "


보는 것에 너무 집중하면, 다른 것에 반응을 할 수 없거나 공격으로 넘어갈 생각이 들지 않게 되기에. 관찰과 동시에 마음을 비워 몸이 먼저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서야 하는 것. 대부분은 손발로 쳐내고 여차하면 반탄기공으로 흘릴 수도 있어 효율적인 방어가 가능한 마음의 경지라고 한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으니 실제로 연습을 해보아야 하지 않은가. 내화폭장의 수련은 손에 기를 모으는 내공과, 그것을 밖으로 빼내는 외공의 수련을. 심안은 스승에게 공격하면서 받아쳐지는 걸 직접 얻어맞아 가며 대처법을 익히는 수련을.


몸에 흐르는 기를 붙잡아 두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것을 적에게 꽂아넣어 터트려야 하니 더더욱 어려운 기술이나. 단단한 과일인 수박과 호박을 내부에서 터트리기 시작해, 이윽고 졸업 시련으로서 곰과의 싸움에 사용해 이기기 까지 파죽지세로 성장해 나갔다.


명경지수를 습득한 사내는 심안을 얻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이제껏 싸워본 그 누구보다도 스승이 가장 강력해보였다. 아무리 공격해도 전부 흘려넘겨졌으며, 반대로 수비를 하는 입장이 되면 간단히 돌파당해 승부조차 되지 못했다. 수십, 수백의 합을 주고받고 수천이 되어서야 드디어 막기가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 수련은 이만하면 된 것 같구나. 나머지는 네가 하기 나름이로다. "


" 아직 스승님에게 공격을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데, 정녕 준비가 된 게 맞는 것입니까? "


" 되었다마다. 제자야. 너는 막는 것은 잘하지만 그 힘을 휘두름에 있어 마음 속에 미혹이 남아있구나. 그 미혹이 무엇일지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네가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망설임이 있는 탓이렷다. "


스승의 말에 제자는 그날 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다시금 되뇌여 고심에 빠졌다.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미혹이 무엇인지.



문득, 스승의 무관에 들렸을 당시의 자신이 떠올랐다. 무술을 배우고 싶어한 이유, 무술을 통해 무엇을 하려했는가를.

지금도 분노와 증오의 불꽃이 속에서 이글거리는 느낌이 든다. 마음은 원동력이요, 내게 힘을 실어주는 건 이 불꽃이 있기 때문이노라고.

그러나 복수에 한 발씩 다가설 수록 두려움 또한 앞서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력으로서는 역부족이라 느꼈던 상대. 비록 나로 인해 스승이 다치게 되었으나 오의를 맞고도 일어섰던 고수를 떠올리자, 정녕 이길 수 있는 것인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는다.

또한 스승이 살아있음을 들켜 지금의 평온한 일상을 보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조바심 내지 않기로 두 번을 다짐해 놓고, 이번에도 일을 그르쳐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흘러 달이 중천에 뜬 만월의 밤. 유난히 달빛이 밝게만 느껴지는 심야에, 누군가 사내의 방문 앞에 앉아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제자야… 자니? "





=======

복수를 하러가기 전에는 응어리를 풀어주는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원래 야스까지 쓰려했는데 길게쓰다보니 오늘 안에 떡씬까지 다 쓰는 건 무리.

그러니 밑준비는 다 해놨으니까 떡씬은 몬붕이들이 알아서 써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