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monmusu/19271151

(자동반복)


" ♪ ♩ ♬ ♪~ "


흥겨운 콧노랫소리. 뭐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


" 뭐가 그리 좋으실까~? 우리 후배님? "


" 응? 히히, 아무것도 아니에요. "


내가 말을 걸자 손을 휘적이며 다시 양 손으로 턱을 괴는 후배.


" 호오 그래?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지? "


" 왜, 왜요? "


" 네가 왜 기분 좋은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은데. "


" 헛…! "


여후배는 내 말에 상당히 놀랐는지 고양이 눈이 되어 머리에 !? 기호를 띄울 것 처럼 굴었다.


" 네가 그리 실실 웃는 이유, 그것은……. "


" 그, 그것은……? "


뒷말을 바로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후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집중한다.


" 네가 할 과제를 결국 내가 하고 있어서 편하니까 그렇지 이년아. 너도 할일 해. "


" 아얏. "


따콩. 이마에 딱밤을 날려 핀잔을 주었다.


결국 저번에 복도 소동 때문에 오니교수에게 혼나고 후배에게 붙잡혀서 과제를 도우는 처지가 됐다.


얘는 성적도 중간은 되면서 왜 이렇게 과제를 안 하는 거야 거 참.


" 씨잉~ 아프잖아요! "


" 아프라고 때리는 거다. 수인 연구논문은 네 전문 분야면서 나한테 맡기는 이유가 뭐야? "


게다가 고양이 수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수인인 사람은 많을 거 아닌가.


" 그거요? 거기엔 아주 깊고도 심오한 뜻이 있지요…. "


" 예를 들면? "


" 귀찮으니까! "


딱.


" 아야! "


" 매를 벌어요. "


" 아야야~! 이마에 혹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러다 카벙클 되겠네! "


" 카벙클 되면 마법도 쓸 수 있게 되고 좋잖아. "


" 어라? 그런가? "


농담삼아 한 말에 혹하는 후배. 마법 쓰는 뿔난 고양이 종족은 인기가 많긴 하다만, 그렇다고 카벙클이 되고 싶어서 이마에 혹을 내는 수인은 없을 거다.


" 그보다 다음 수업있지 않아? 빨리 점심 안 먹으면 먹을 시간 없다. "


" 지금 여기서 학식 먹으러 가면 늦죠. 또 전력질주해야 한다구요. "


" 아 맞다. 교수가 B대쉬 금지했지. "


B대쉬는 복도를 달리는 행위를 말한다. 말고도 이동계 스킬, 마법에 대한 금지기도 하다.


" 사실 이럴 줄 알고~ 쨘! 또 제가 미리 먹을 걸 준비해왔단 말씀! "


" 오~ 남 시킬 생각 가득으로 미리 공물을 준비했나 보구만. "


" 후후, 곡물을 바쳐 제 총애를 받으시죠. "


" 바치는 건 넌데 왜 니 총애를 받는거냐…. "


" 네? 저를 바치라구요? 어머 변태. "


" 이마에 뿔 나고 싶어? "


" 죄송함다. "


" 오냐. "


깍듯한 사과에 용서했다.



" 뭐, 아무튼 먹자구요. 선배는 무슨 맛 드실래요? "


후배가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먹거리를 늘어놨다. 삼각김밥들과 샌드위치였다.


" 난 당연히 참치마요. "


" 참지말라구요? "


" 자꾸 그럴래? "


" 치, 농담 좀 할 수 있잖아요. "


자꾸 이상한 드립을 치려는 후배에게 퇴짜를 먹이자 불만스러운 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볼멘 소리로 토를 단다.


" 에휴… 전에는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


" 제가 뭐요? "


" 처음 볼 때는 순둥이에 참 귀여웠는데 말이지…. "


신입생 환영 MT때, 잔뜩 긴장해서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길래 좀 챙겨주고 그랬다. 긴장이 풀리니 술도 마시고 그러더만 취하면 애가 하이텐션이 되어서 말리느라 고생했다.


" 선배도 차암~ 지금도 이렇게 귀여운 후배가 어딨다구요~? "


" ………그랬던 애가 지금은……. "


" 잠깐!? 왜 그런 안쓰러운 걸 보는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에요!? "


" 하아… 아니다…. "


" 선배에에에에―――!!! "


옆에서 후배가 달려들어 시끄럽게 어깨를 흔들어대지만 무시하고 과제나 마저 했다.




………………

…………

……




" 이제야 조용해졌네. "


한동안 토라져서 꿍얼거리다 수업시간이 되어서 후배가 떠나고 한적해진 공간.


역시 내게는 이런 고요함이 적당하다.


" 으아~… "


레포트를 작성하느라 근육이 뭉친 건지 어깨가 찌뿌둥하여, 잠시 몸을 풀 겸 기지개를 폈다.


" 인간보다 마물이 더 많은데 왜 내가 마물조사일지를 써야 하냐고~ "


의자 등받이에 걸쳐 늘어지면서 푸념을 한다. 딱히 마물 전용 대학은 아니지만 이름에 걸맞게 마물학생 수가 7, 인간이 3 비율인 곳이라 조사대상은 넘친다.


그렇다고 학생들마다 일일이 인터뷰를 한다거나 하는 건 귀찮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발로 뛰며 돌아다니는 타입은 아니다.


" 그러니 대충 알려진 정보랑 주변 학생들 보면서 짜집기하는 걸로 때우곤 있다만…. "


" 그런 내용이면 잘해봐야 C+ 받을 걸. "


" C+이면 어때, 어차피 내 것도……. "


아닌데…… 어라.


" 누겨!? "


" 주제는 흥미로운데 내용이 빈약하네. 네 뇌도 그런가 보지? "


" 남이사. 무엇보다 남의 신체기관을 함부로 물어봤다간 마계콩밥 먹는다고. "


옆을 보니 내 허리만한 높이에 팔이 날개인 하피? 족이 노트북을 훔쳐보고 있었다.


마빡이 참 반질반질한 것이 틱택토 하기 좋아보이는 젖살 덜 빠진 어린아이 처럼 보였다.


" 얘야, 길을 잃은 거면 방송실로 데려가 줄까? 부모님이 찾고 있을지도 몰라. "


" 뭐래. 척 보면 어른인 거 몰라? 논문 수준 처럼 머리도 허접한가 봐? "


빠직. 이 어린 꼬맹이가 뭘 안다고….


후우―. 하지만 나는 포용력이 넓은 어른. 싸가지 없는 것 쯤은 우아하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 다루는 법 쯤은 유치원 알바하면서 알고 있다.


" 사탕 먹을래? "


빡!


" 끄아아악!! 내 다리가!! 내 다리가아아!!! "


" 애 취급 마. "


오른쪽 정강이를 걷어차여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나. 새의 발은 얇은데 뭐가 이리 아파!?


" 제길… 상당히 까칠한 꼬맹이구만. "


" 너 남 얘기 ㅈ도 안 듣지? "


" 애가 그런 험한 말 쓰는 거 아니에요. "


" ……말을 말자. "


아까부터 대체 뭐야 얘. 어른에 엄청난 동경심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가.



"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논문 수준도 그렇고 내가 잘못 봤나보네. "


" 엉? 내가 누군지 알아? "


" ○○○, 맞지? "


" 어. 내가 맞긴 한데. "


" 실망이네. "


" 어째서. "


내 신원을 확인한 꼬마는 실망스런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짜고짜 신랄한 말로 나를 까내렸다.


내 이름을 아는 거 보면 교수나 누구네 동생인가? 하피 종족 친구라면 있지만 걔랑은 다른 종족 같은데.


" 아무튼, 내 논문이 뭐가 그리 불만인데? 딱히 잘못된 내용은 없을 건데. "


" 낡은 옛 사전에 등재된 정보가 퍽이나 잘못되지 않았겠다. 하피족은 난생이기에 모유가 나오지 않는다? 가슴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가짜? 요즘 시대에 잘도 그런 소릴 하는구나. "


" 엥? 생물유전학적으로 그게 당연하잖아? "


" 하……. "


하피 소녀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도끼눈을 뜨며 나를 쳐다봤다.


뭐, 뭐요 뭐. 앵간한 마물들 우유는 들어봤어도 하피 우유는 들어본 적 없거든?


" 그럼 그게 단지 지방덩이면 날기 위해 경량화한 구조가 오히려 역설이 되지. 아니면 물고기 마냥 부레라고 하게? "


" ……아냐? "


소녀는 한숨을 쉬며 한쪽 팔? 날개?로 반들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말을 했나?


" 힘 약한 하피가 있단 얘긴 들어봤어? "


" 그러고보니 없네. "


" 자기 몸 무게만한 걸 들고 나르지 못하는 하피를 본 적은? "


" …그것도 없네. "


어라?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에 지방덩이 좀 달린 건 크게 문제가 안 되나?


자기 의문에 빠져 깊게 고민한다.


" 이제 좀 알겠어? "


" 아니… 잠깐만. 그럼 가슴이 있을 수 있다 치자. 난생이니까 모유가 안 나오는 건 맞잖아? "


"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난생이라 태어날 때 까진 영양이 필요없지만, 태어난 후론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주기 위해 모유가 나오게 돼. 정확히는 젖을 물리면 나오기 시작하지. "


" 원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토사물 먹이는 거 아녔어? "


" 무슨 말을… 그건 일부 부리가 있을 때나 그랬지. 부리가 퇴화한 뒤론 난생이면서 젖도 나와. 양이 적어서 그럴 뿐. "


" 허어…. "


지시기 느러따.


" 근데 어떻게 이리 잘 알아? 생물에 관심이 많나 봐? "


" 내가 하피인데 모를 리가 있겠어? 어른이면 다들 아는 내용이야. "


" 요즘 조기교육도 빠르구나. 아무리 관심이 많다지만 아직은 이르단다. "


" 아까부터 애 취급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난 어른이야. "


" 어른이라고!? "


나는 충격적인 발언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아까부터 그렇다고 했건만…. "


" 하하, 농담도. "


빠악.


" 크아아악!! 내 왼쪽 정강이가아아!!! "


" 죽인다. "


이미 반 죽이셨는뎁쇼.


나는 그렇게 자신이 어른이라고 자칭하는 꼬마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여 한동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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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감성적인 것만 자꾸 쓰니까 한번은 밝은 것도 쓰고 싶어서 예전에 쓴 거 이어서 써봄.

이제 다음은 너희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