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의기양양하니까 또 불안한데……."


"또라뇨? 언제는 실패한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데몬은 오타게 콘서트장을 연상시키는 교단의 신식 기도 모습과, 아이돌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출범했다가 성추행과 횡령으로 모두 잡혀간 장로세븐을 떠올렸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어요.


교단이 삽질을 할 수록 악마족이 활동하기는 편했으니까요.



"그래, 뭔지나 들어보자."


데몬은 후딱 듣고 끝내자는 마음이었지만, 천사는 그게 자신의 계획에 관심을 보인 걸로 착각하고는 한 껏 더 콧대가 높아졌어요.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랑 성가를 결합시켜봤어요."


"오…… 그건 나름 괜찮네. 우리도 해봤어."


"해봤다구요?! 언제요! 저, 저는 두 달 전부터 생각한 거거든요!"


"한…… 20년 전 쯤에? 그 때 한참 메탈이니 뭐니 하는 노래가 이상하게 탄압받길래, 그대로 가서 우리 문화를 좀 섞어줬었지."


"그, 그렇게나 먼저……."



천사는 자신의 독창적인 계획에 전례가 있었다는 사실이 꽤나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었어요.



'뭐, 우리 쪽은 실패했지만.'



정확히는, 노래 자체가 널리 퍼지기는 했어요. 노래의 유행에 힘입어 악마를 숭배하는 반항기의 젊은이들도 많아졌었죠.


그런데, 그 공을 치하하려고 리림이 직접 그 메탈 밴드의 리더격인 가수의 꿈에 강림한 순간, 모든 게 틀어졌죠.



'꿈에서 악마 봤는데 별로 안 예쁘더라. 악마 숭배 안 할래.'



그 한 마디에 기껏 양성한 악마 숭배자들은 해산, 리림님은 분하고 분해서 몇 날 며칠이고 방에 틀어박히셔서 외출을 거부하시기까지 했죠.




"뭐, 이런 건 시도가 중요한 거지. 어떤 노래를 준비했는데?"


"우으……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유행하는 장르래요."


"한 번 들어볼까?"


"그러죠. 뭐. 20년이나 늦었지만."



데몬은 따로 신경 안 썼지만, 천사는 자신이 떠올린 줄 알았던 아이디어가 이미 과거에 있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큰 충격이어서 의기소침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천계에까지 도달한 홀리 스마트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오……."









"……."


"어때요? 괜찮죠?"


데몬은 할 말을 잃었어요.



"이게 뭔데."


"힙? 합랩? 이라고 하는 노래예요."


"아니, 힙합이나 랩이 이런 느낌이었나?!"



데몬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종류의 음악에 떠는 걸 멎지 못했어요. 아니, 그게 원래 성가의 역할이긴 한데, 이건 성스러움에 대한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미지의 것을 보고 느껴지는 공포에 가까웠어요.


"아, 이제 곧 하이라이트에요 하이라이트!"


그러거나 말거나, 천사는 이 기묘한 무대를 몰입해서 바라보며, 꺄르륵 웃고 있었어요.




사탄의 뚝배기 깨시는 주!
사탄의 뚝배기 깨시는 주!


사탄의 뚝배기 깨시는 주님이
원수의 머리를 밟아버려!


밟아버려~ 밟아버려~ 밟아버려~ 밟아버려~
내 안에 있는 죄! 내 안에 있는 음란!
밟아버려~ 밟아버려~ 밟아버려~ 밟아버려~

내 안의 욕망! 내 안에 있는 모든 죄~!



"멋지죠! 다들 좋아하셨다구요!"


데몬이 본 관객석을 비추는 장면에서, 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노래와 춤사위에 당황한 노인들의 모습만 있었던 것 가았지만, 천사는 무언가 다른 것을 본 모양이었다.



"……그래. 젊은 애들이 좋아하겠네."


"그, 그래요? 어린양을 유혹하는 독사의 자식의 경력을 걸고요 진짜로요?"


"응. 진짜로."



데몬은 그냥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하기로 했어요.


딱히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왜 이 시대의 교단은 알아서 쇠락하고 있는 걸까요?


어째서 저걸 막아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까요?


하지만 데몬은, 그저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