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빵빵한 글래머한 여성이 집에 찾아왔을 때, 나는 누군지 알아보질 못했다.


평소 들어왔던 범고래의 잔혹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친근하게 다가왔고 과할 정도로 애교를 부려왔다.


당황하며 누구냐고 하자 예전에 어린 범고래를 구해준 적이 있지 않느냐, 하는 말에 겨우 그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맞다고 대답하니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서 방방 뛰었다. 뛸 때마다 풍만한 덩어리가 가슴팍에 압박감을 주어서 조금 쑥쓰럽다.


우선은 반가운 마음도 잠시. 이렇게 밖에 서있기도 뭐하니 뭐라도 내어준다는 말로 방에 들였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그녀는 은혜를 갚기 위해 찾아온 것이므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한다.


유달리 무엇이든 이라고 말할 때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하며 색기 넘치게 발음한다.


하지만 내게있어서 그녀는 젊다. 계란 한 판이 된 나 같은 아저씨 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로 거절했다.


그러자 그녀는 한 동안 벙찐 얼굴을 하다,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 내가... 아저씨 만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 하고... 몸 까지 빡세게 관리했는데... "


범고래로 살면서 순결을 지키기 위해 동족들이 다른 종족 윤간하려는 것 까지 피해왔다는 말을 하며 소리 죽여 울었다.


제가 매력이 없어서 그래요...? 라고, 물기를 머금고 빛에 반사되어 옥구슬 같은 녹빛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그녀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렇지 않다. 너는 굉장히 매력적이다는 진부하지만서도 진심을 담아 칭찬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 했다.



" 범고래로서 이 나이 즈음이면... 이미 처녀는 뗀지 한참일 나이에요. 아저씨랑 비교하면 노처녀죠. "


요즘 아이들은 빠르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아직 젊은 편 아닌가...?


그녀는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 실은 말이죠. 아저씨를 본 순간 바로 덮쳐버리고 싶었어요. "


그녀가 네 발로 기어오면서 출렁이는 가슴.


" 그렇지만 꾹 참았어요. 저는 아저씨의 사랑을 받고 싶은 거지, 억지로 받아내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


감정이 복받치는지 좌우로 크게 요동치는 꼬리.


" 아저씨가 그러지 않겠다면, 저도 못 참아요. "



결국 우리는 딱지를 떼고 말았다. 몇 년이나 참아왔던 설움을 단숨에 폭발 시킨 그녀는 3달 동안이나 매일 나를 쥐어짜냈다.


그 후로는 정성껏 나를 보필하며 꾸준히 사랑을 고백해왔기에 결국 받아들이고 세 자녀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