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 어서옵셔~ "


" 아유 고생 많으심다~ "


아, 요즘 자주 오시는 코볼트 손님이네. 지루한 야간 편돌이의 유일한 낙과도 같은 원기 덩어리가 철철 흘러 넘치는 손님이다.


" 보으자아~ 오늘은 뭐 사먹지~ "


구수하게 억양에 바이브를 넣어가며 음식을 담을 때,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무방비한 모습이 정말….


" 응? 이건? "


앗, 저건…. 손님이 무언가 신기한 걸 봤다는 듯 한 음식을 손에 들었다.




" 쟈-지? "


오늘 들여온 신메뉴다. 이름이 오해를 사기 딱 좋지만 젖소 종류 이름이 쟈지일 뿐 그 쥬지는 아니다.


" 푸훗, 쟈-지래 쟈-지. "


이 손님도 그런 농담을 즐기는지 한 번 웃고는 이어서 야식을 골라담는다.


그나저나 저게 오늘 들어왔을 땐 정말 큰일이었지. 하루종일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는데, 점장이란 놈은 재밌다는 듯 보고만 있었고.



" 계산이요! "


" 오늘도 한가득 사들고 가시네요. "


" 땅굴 파는 일을 하면 배가 많이 고파요~ 일하고 난 뒤에 야식으로 마시는 맥주란… 크으! "


" 하하, 알 거 같아요. 더운 몸을 차갑게 식혀주는 시원한 맥주, 목을 따갑게 울리는 탄산이…. "


이 친구 뭘 좀 아시네~ 라며 어깨를 팡팡 두드려주는 손님. 그러면서 흔들리는 가슴이 묘하게 눈길이 간다.



" 참, 이건 늦은 시간에 고생하는 친구에게 주는 선물! "


" 아? 감사합니다. "


간간히 기분 내킬 때 사는 김에 준다며 사주실 때가 있다. 이 손님을 만나면 기대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 …쟈-지 우유 푸딩? "


" 히히히, 이름이 웃겨서 내친김에 두 개 사봤어요. "


" 잘 먹을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



계산을 마치고 봉투를 손에 든 손님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 우물쭈물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 뭐 빼먹으셨어요? "


" 아… 그게… 뭐 하나 살까 했는데, 귀찮을까봐요. "


" 에이 괜찮아요. 편하신대로. "


" 음~ 그럼~ "


코볼트 손님은 무언가 기대한다는 느낌으로 귀를 팔랑이고,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 스마일 주세요! "


" 푸핫. "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보통 만화 같은데서나 볼 법한 주문을 해오는 걸 실제로 들으면 생각보다 그 순간이 웃기다. 게다가 그 주문을 하는 사람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한껏 기대하는 귀여운 코볼트라면 더더욱.



" 에헤헤~ 역시 웃으니까 보기 좋네요. "


" 아하하. 고맙…습니다? "


" 요즘 힘든 일 있지 않으세요? "


" 네? 어… 맞아요. "


최근들어 우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아 하루가 무료하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게 얼굴에 티가 났나.


" 사실 들어올 때 얼굴이 어둡더라구요. 전 누가 우울해하는 걸 보고 있기 힘들어서요. "


" 덕분에 좀 기운이 나는 것 같네요. "


" 이히힛, 좋은 것도 봤으니 그럼 이만 가볼게요~ 빠잉~ "


" 네, 안녕히가세요~ "



즐거운 담소를 마친 뒤 나갈 즈음에 그녀는 문 틈새로 내게 준 푸딩을 손에 들고 고개만 빼꼼 내밀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 다음엔 '진짜'를 먹어보고 싶네요. "


그런 말을 남기고선 그 손님은 총총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어…? 뭐라고 했지?


어쩐지 다음 만남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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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우울해서 쓴 글. 나도 글 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