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이거 녹음되고 있는 거겠지? 모르겠다. 불 들어오는 거 보니 맞겠지 뭐.


어… 무슨 말 부터 해야될까, 우선 인사부터 할까?


안녕. 내 절친 몬붕아. 지금은 22■■년 ■월 ■일이야.


아마 네가 기억하는 시간대랑 좀 다를 거야.


……….


하하…. 뭔가 음성편지 같은 거 하려니 쑥쓰럽네. 평소엔 그렇게 농담따먹기를 해댔는데.


원래 이런건 남자끼리는 잘 안 하잖아? 특히 문자도 단문 단답만 주고받는 게 우리였으니.


아무튼, 계속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 말야. 뭐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어 이렇게 녹음중이야.


할 말이 더 생각나지 않아서 여기까지 말할게. 잘 지내.





아아. 녹음된 거 나중에 들어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부끄럽다.


안녕 몬붕아. 지금은 □월 ■□일이야.


시간이 좀 지났지? 그동안 살아남느라 바빠가지고 말야.


처음 녹음할 때는 식량 비축분이 좀 있었지만, 점점 동나니까 밖에 안 나갈 수 없겠더라고.


결국 완전 무장해서 밖으로 나가봤는데… 어우, 시체 썩은내랑 괴물들 토사물이 아주….


웩, 말하기도 그렇고 생각하기도 싫으니까 이건 넘어갈게.


그래서 식량을 구하러 다녔지만 마땅치가 않아서 하루는 허탕쳤어.


역시 안전한 구역에는 식량이 별로 없나봐. 다음날 더 멀리 나가기로 했어.


아! 그래도 매점의 식품 코너에 네가 좋아하는 초코바가 있더라.


네가 여기 있었으면 1/3은 줬을 텐데. 왜 반이 아니냐고? 내가 구해왔으니까 그렇지 임마.


후~ 오늘은 피곤하네, 난 좀 자야겠다. 그럼 나중에 봐~





아야야…. 아, 몬붕아 안녕. 지금 막 돌아와서 삭신이 뻐근하다야.


보자… 오늘은 ◇월 □◇일. 네가 캡슐에 들어간 지 3개월 째네.


그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어.


나갈 때마다 괴물들이 습격해오니 곳곳에 잔 상처가 나서 상처약을 많이 발라야했어.


그리고 식량과 물이 동나고, 양압 격리 시설의 전력이 다운된 것 때문에 큰일이었지.


식량과 물은 멀리 나가서 구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전력은 어떻게 복구해야 되는지 몰라서 막막했어.


그나마 이리저리 살펴본 결과 연료가 바닥난 거란 걸 알아서 망정이지, 아니었음 네가 죽었을 거야.


문제는 연료를 어디서 구해야 하냔 건데. 엔진룸에 가보니 비상용 비축분이 있어서 그걸로 일단 때웠어.


앞으로는 식량만 아니라 연료도 구하러 가야할 거 같아.


갈수록 괴물은 늘어가는 추세인데….


내가 무사하길 빌어주라.





대에-박! 이번에 아주 실한 놈을 건졌어! 개쩔어!


이걸 너도 봐야하는데, 너는 거기 있어서 볼 수가 없겠구나. 아아~ 아쉬워라 아쉬워.


이게 뭐길래 그리 난리부르스냐고? 아마 네가 이걸 봤다면 껌뻑 눈 돌아갔을 거다 진짜.


무진장 크고, 튼실하고, 존나게 센 총이다~ 이 말씀이야. 총기 창고로 가니까 엄중하게 보관되어있더라.


꺼내는 게 일이었는데 꺼내고 보니 위력이 키야… 당분간 탐사 걱정은 덜하겠어.


사실 탄약도 떨어져가던 마당이었거든.


만들어 줄 사람이 없으니 구해야하긴 하는데, 구하러 나가면 또 괴물들이 와서 쏘고, 줍고, 쏘고, 줍고.


하아… 사는 게 힘들다…. 몬붕아. 네가 꿈꾸는 세계는 행복하니? 적어도 너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끔은 나도 꿈 속에 살까 고민해. 그래도 역시 통조림 보단 현생이 낫겠지?


슬슬 배고프네. 나 밥 먹으러 갈게, 너도 굶고 다니지 말고.





아차차. 저번에 날짜 기록하는 걸 깜빡했네. 하도 그 총에 들떠가지고.


아마 그때가… ◆월 ○▼일 이었나? 잘 기억이 안 나네. 요즘 시간 감각이 없어.


정신 차려보면 해가 저물어있고 눈 떠보면 해가 떠있고 그래.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게 이런 말인가 봐.


이젠 나도 좀 적응해서 탄약 별로 안 쓰고 칼로 괴물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됐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오늘은 ◎월 ▲일이야. 아마 이 때 즈음이 네 생일 근처 아니냐? 잘 기억 안 나니까 미리 축하한다야.


기왕이니 우리 추억 얘기나 좀 해볼까? 우리 어렸을 적엔 자주 밖에 싸돌아 다녔잖아.


근데 역시 피시방 생긴 후론 학교 마친 후 거기서 게임하는 게 당연해졌지. 그 피시방은 이제 없어.


괴물들 소굴이 되어서 알이 득시글하더라. 징그러워서 화염병 하나 던져주고 왔어.


화염병 하나 쓰는 것도 아깝지만 군락을 제거해둬야 괴물들이 덜 늘어나니까.


갑자기 어두운 이야기가 됐네. 다음엔 좋은 소식 들고와볼게. 바이바이.





오늘. ●●월 ☆★일. 슬슬 날이 추워지네. 두꺼운 옷이 필요하겠어.


좋은 소식 들고 오겠다고 했는데, 나쁜 소식도 겹쳐버렸네. 일단 좋은 소식 먼저 얘기해 줄게.


좋은 소식은, 게임기를 찾았어. 너 그렇게나 스X치 갖고 싶어했잖아. 게임도 잔뜩 깔려있네 이거.


닌X도 게임 해본 적도 없으면서 온갖 정보나 영상은 다 봐서 지식만 빠삭한 네가 과연 잘 할지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나쁜 소식은, 탄약이고 식량이고 아무것도 없어. 겨울을 대비해 비축분을 쌓아야 되는데….


탄약 없어도 괴물 하나 쯤은 잡을 수 있지만, 식량은 이 주변엔 더는 구할 곳이 없어.


괴물의 시체라도 먹으면 되지 않아? 싶어할까봐 말해두는데… 전에 먹었던 사람이 괴물로 변해버렸어.


정말 어처구니 없지. 불에 지져도 죽지 않는 바이러스라니. 그래서 항상 식량난이야.


아무튼 이번엔 정말 멀리 탐색하러 갈 거라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야.


내가 무사하길 빌어줘.










……헉…헉……… 허억…….


스읍…… 하아…….


아, 미안. 오랜만에 돌아와서 좀 지쳐가지고. 그동안 잘 지냈어? 호르몬들 뿜어지는 거 보니 잘 지내나보다.


짜잔~ 이 많은 식량들 좀 보시라. 어차피 녹음이라 보이진 않겠다만, 대충 많다고 생각해줘.


멀리 돌아다니다가 아직 가동되는 식량 배급기가 있더라구. 그래서 최대한 많이 싸왔지.


이 정도 양이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겠다. 맛은… 먹고 살 수 있으면 됐지 뭐.


아이고~ 나 죽네~ 그동안 상처입고 약 바르고 붕대 감고하느라 의약품이 남아나질 않아.


어… 그러고보니… 뭔가 말할 게… 있었던 거 같은데…….


후아암… 일단 졸리니까… 나 좀 자고…….





★☆월 ☆★일. 크리스마스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아니고, 눈이 많이 내려서 기분상 크리스마스라고 했어.


저번에 얘기하던 걸 까먹었는데, 식량 배급기 말고도 연구시설이 있어서 거기 들렸거든?


거기에 클론 배양기인가 뭔가하는 기계가 있더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거기다 샘플을 넣으면 클론이 생성 될거래.


너도 몸 가질 수 있어! 하지만 당장에 거기로 갈 수는 없고, 주변에 괴물들 많아서 먼저 정리를 좀 해야겠어.


이젠 도구 만드는 솜씨가 제법 늘어서 활을 만들어 쓰는 중이야. 내 활 솜씨 보면 놀랄 걸?


너를 들고 가는 도중에 괴물이 습격해오더라도, 넌 꼭 내가 지켜줄게.


희망이 생기니까 뭔가 활기가 샘솟네. 그럼 나중에 봐!





@월 @일. 지금은 연구시설에 자리를 잡았어….


괴물들을 좀 정리하고 널 여기로 데려오는 거 까진 성공했는데…. 오는 도중에 기습당해 몬붕이 널 지키려다 이상한 괴물에게 붙잡혀 버렸어.


딱히 날 해치진 않았어. 대신 그… 뭐랄까… 나를 따먹었다고 해야 하나.


요상한 촉수를 벌려서 내 거시기를 감싸고는 막 자극을 가하는데, 기분은 나쁘지만 묶인 상태로 계속 자극 당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싸버렸지.


혹시나 이 얘기 들으면 웃지 마라. 나도 쪽팔리니까. 듣고 웃었다면 내가 뒤에서 드롭킥 날리고 있을 거다.


아무튼, 그 괴물은 한 번으로 만족 못 했는지 내 거기에 뾰족한 가시를 찌르고는 팽팽해진 걸 마구 쥐어짜냈어.


더는 안 나온다고 해도 계속 가시를 찔러서 내가 기절할 때 까지 뽑아먹곤, 그냥 그대로 떠났어.


정신 차려보니까 몸은 멀쩡하길래 이대로 연구시설에 오긴 했다만, 영 찜찜하단 말이지. 대체 뭐였을까? 그놈은.


이젠 몬붕이 네 세포를 써서 클론을 배양할 거야. 근데 뇌를 끼우는 게 되나? 일단 해보지 뭐.





……….


……………흐읏………흐윽……….


하아……하아……… 몸이…… 뜨거워……….


………으으………아래에서………뭔가…….


…몬붕아………몬붕아아……….


……………………….


………….





◈월 ▣일….


으음…. 내 목소리… 알아보려나? 나야, 네 친구 XX…….


저번에 이상한 괴물에게 당하고 난 뒤로, 몸이 굉장히 뜨거워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지더라?


정신차려 들고 보니 어느샌가 내가 여자가 되어있는 거 있지. 대체 왜…?


급격히 체형이 바뀌어서 그런가 근력이 약해졌더라고. 덕분에 평소에 하던 작업이 힘들어졌어.


그래도 여자가 되니까 나름 장점도 있어. 거울 보면 내 얼굴에 불만 안 가져도 된다는 거?


그리고 가슴…. 부드럽긴 드럽게 부드럽다…. 언제 네가 눈을 뜨면 나를 보고 어떤 얼굴 할 지 궁금하다.


참, 클론 배양은 순조롭게 진행중이야. 15%인 거 보면 대충 3달이면 완성될 거 같아.


너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쁜 거 있지?


아 오해하지는 마. 내가 여자가 됐다고 해서 그런 생각은 티끌도 없으니까.


그럼 사냥하러 갔다올게.





▷월 ♤♠일. 내 생일! 그리고 너와 친구가 된 날!


네가 기억할 진 모르겠다. 너랑 처음 만났을 땐 철천지 원수였는데, 하루는 내가 가게 물건 훔치다가 걸렸을 때 네가 같이 사과하러 와줬잖아.


그때 네가 왜 그랬는진 아직도 모르겠다. 다음에 만날 땐 들려주라.


아무튼 그 일 이후로 너랑 친해지면서, 정말 매일 같이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은 반, 같은 곳, 여기저기 놀러 다녔지.


그 시절이 그립다. 안 즐겁던 때가 없었는데. 아, 그래도 너랑 티격태격하면서 자주 싸우긴 했지?


뭐 때문에 싸웠는지는 잘 안 떠오르네. 대부분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해서 금방 화해했지 아마?


아 나 좀 봐, 나도 모르게 자꾸 손가락으로 머리 꼬게 되네. 어째 점점 여자 처럼 행동하게 된다니까.


클론 진행률은 35% 정도야. 애기 같아서 귀엽다♥ 그리고 니 꼬추 디게 땅콩이네. 풋.


하아… 요즘 네가 그립다…. 혼자 지내는 것도 지쳤어. 심심하고.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월 ◑◐일. 세상이 멸망한 날.


지금도 궁금해. 왜 이런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역시 미친 과학자의 연구로 태어난 걸까?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는 그 괴물들한테서 쫓길 때, 차라리 죽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왜 나를 감쌌어? 왜 몸을 던져서 나를 구했어? 나 보단 네가 괴물들을 더 잘 잡고 잘 살았을 텐데.


내가 이 고생 하게 된 것도 다 너 때문이니까…. 훌쩍….


어떻게든 죽어가는 너를 살리겠다고 뇌를 통에 담는 기계에 넣긴 했다만, 정말 살아있는 걸까?


말해줘, 너는 정말 거기서 행복하니? 내가 이런 고생 하면서도 너를 통 속에 가둬놓아야 할까?


이런 팍팍한 세계에 너를 다시 불러와도 되는 걸까?


내 이기적인 욕심으로 너를… 보고 싶어해도 될까?


클론 진행률, 65% 째.





하아…♥ 하아…♥ 흐으응…♥ 흐앗…♥ 으흑…♥


더워…♥ 뜨거워…♥ 가려워…♥ 가려워 가려워 가려워…♥


아무리 만져도 해소되지 않아…♥ 아아…♥ 몬붕아…♥


몬붕아…♥ 몬붕아아…♥ 몬붕아몬붕아몬붕아몬붕아몬붕아♥♥♥♥♥♥


그리워보고싶어하고싶어네가나를미치도록격하게안아주면좋겠어♥♥♥♥♥♥


으으응…!!♥ 하아…♥ 하아…♥


………….


흑… 보고 싶다……….





♧월 ♣일.


안녕? 내 절친 몬붕아. 최근들어 내 몸이 많이 이상해진 거 같아.


좀 부끄러운 얘긴데… 여자가 되면서 생긴 거기 있지? 거기가 많이 쑤시면서, 뭔가 넣지 않으면 진정이 되질 않더라구.


혹시나, 네가 깨어나게 되면 내가 너를… 덮칠지도 몰라.


그래서 말인데, 이걸 들으면 구석진 방에 내가 있는지 확인하러 와줘. 나 스스로를 가둬놓을테니.


먹을 거는 잔뜩 챙겨놨으니까 내 걱정은 마.


기다리고 있을게.








♧월 ??일.


정신차려보니 나는 이상한 캡슐 속에서 눈을 떴다.


세상은 황폐해졌고, 어렴풋이 점등하는 기계의 시계만이 내가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근처의 탁자에 놓인 낡은 녹음기가 보여, 순서대로 하나씩 틀어본다.


마지막 까지 녹음된 기록을 듣고나서, 구석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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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컨셉글이 좋아서 저번에 착정생물 TS 써달라는 거랑 섞어서 써봄.

이런 거 좋아할진 모르겠네. 재밌게 봤다면 고마운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