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야생 동물들의 보호색은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해.

피식자가 포식자의 눈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혹은 포식자가 피식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사냥 당하지 않으려 / 사냥에 성공하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진화해온 야생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남을 먹이로(그 의미는 앞선 먹이와는 좀 다르겠지만) 삼는 몬무스들 또한 크게 다를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이 시작이야.


인간. 그것도 인간 남성의 아랫도리, 양물을 주된 식사로 가질 몬무스들의 사냥 방법에는 가지각색의 것들이 있겠지.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사냥감을 현혹하기. 이건 몬무스들이 전원 미형의 여성인 이유를 무엇보다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 중의 상식이야.


동물, 그것도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는 심리적인 편안함을 무기로 삼는 몬무스 또한 분명 있을거야. 그... 비율이 너무 높은 것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인남들이 따로 있을테니까 걱정 말고.

고양이 귀, 강아지 귀를 가진 동물귀 미소녀부터, 특유의 자극적인 언동으로 남자를 완전히 자신에게 빠뜨려 꿰어내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까지.


그들의 사냥 방식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겠지.

각자가 가진 각자의 특색들을 무기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끔찍하고, 형언할 수 없는 혼돈의 존재들에 아주 가까운, 혹은 그 쪽에서 비롯된 부정형의, 이형의 몬무스들이라면 어떨까? 

대표적인 촉수계 몬무스들이라 할 수 있겠지.

무질서한 살점의 집합체, 꿈틀거리는 살덩어리 촉수의 군체가 그 몬무스들의 본체라면? 과연 앞서 언급한대로 인간들을 유혹해 꿰어 낼 수 있을까?


그들이 지닌 것을 정리해보자면,

- 강력한, 압도적인 능력. 지구의 범주를 크게 웃돌거나 완전히 벗어나있는 것이 보통이며, 보통은 항상 그렇게 등장함.

- 하지만 그 강력함과 비례하는 본능적인 혐오감.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이해 범주 밖에 존재하는 부정형의 본체.

이정도 쯤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사냥‘에 앞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인간 남성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풀어놓기 위한 외양?

한번 붙잡은 먹잇감을 ’맛있게‘ 잡아먹을 수 있는, 수백 수천 수만번의 허리놀림을 강제할 수 있을 강력한 힘?

먹잇감을, 자신의 남자를 확실하게 틀어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달콤한 식사의 ‘주도권‘을 위한 압도적인 능력?



촉수계 몬무스의 특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압도적인 신체 능력. 어디가 어느 신체부위인지 알 수 없을 무질서한 고깃덩어리의 집합체이자, 촉수의 군체와도 같은 본체.

- ‘피’와 살점을 연상시키는, 적갈색의 녹아내린 고깃덩어리같은 그로테스크함에서 비롯될 본능적인 거부감, 혐오감, 그리고 공포.

- 자유자제로 변형이 가능한 몸과,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켜 쉽게 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외양. 


인간 남자 따위, 조금 ‘과격한’ 수를 쓰자고 마음 먹는 순간부턴 케이크 먹는 것보다도 쉽게 붙잡고 덮쳐버릴 수 있는 몸이지만, 몬무스들의 주식은 ’인간 그 자체‘가 아닌 인간 남성의 ’양물‘임을 감안할 때, 촉수계 몬무스의 특징들은 하나같이 사냥감을 잡아먹는데 있어선 상당히 ‘애매하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죽음이 드리울 때 일깨워지는 ‘번식 본능’을 이용한 착정?

형용할 수 없이 끔찍하고 무질서한 고깃덩어리에 집어삼켜진 인간 남자가 본능적인 공포에 찔끔 내지르는 것보다는, 정신이 무너져내려 그대로 기절만을 반복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몬무스 입장에선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겠지.

침대 위에 인남을 눕혀, 힘찬 왕복운동으로 대량의 양물을 쉽게쉽게 빨아먹는 ‘식사’가 가능한 다른 몬무스들 대비, 그 잠깐의, 찰나의 깨어있는 순간을 이용해 공포로 쥐어짜는 효율은 엉망이라 볼 수 밖에 없을테고. 사냥에서 실패한, 밀려난 포식자는 쇠퇴할 수 밖에 없었겠지.


그렇기에 촉수계 몬무스들은, 변형 가능한 신체라는 특성을, 무엇이든 완벽하게 따라하고 만들어내고 될 수 있다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인남들의 경계를 쉽게 누그러뜨리다 못해, 그 어떤 미모의 여인이라도 쉽게, 완벽하게 따라해 보일 수 있는 ‘의태’.

마음대로 신체를 변형가능한 그들은, 다른 여인들이 지닌 매력들을 완벽하게 흉내내다 못해 ‘완벽한’ 정점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겠지. 


부정형의 신체를 빚어냄으로, 다른 여인들의 흉내와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그 누구보다 예쁘고 아름다워진 그녀들.

이형의, 본능적인 거부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본체의 모습은 최대한 숨기면서, 아름다운 여인만을 그 앞에 내세워, 사냥감의 곁을 꿰차고 ‘자신의’ 침대 위까지 그들을 끌어들이지.

인남의 허리 위에 올라타고는, 천천히 ’자신이 의태시켜놓았던‘ 것들의 모습을 풀어 그들을 확실하게 결박해놓는 것이 그 시작인거야.


자신이 지닌, ‘자신의 일부로’ 빚어놓은 침소 위까지.

자신의 뱃속이나 다름 없는 공간까지 인남을 끌어들이고 나면, 더 이상 내킬 일도, 인남이 마구 발악하며 도망칠 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이미 인남의 주도권은 자신 아래에 있을테니까.


그대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내세우며, 부정형의 육신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정사를 이어나가는거지.

부정형의 육신을 내세워, 무질서한 살덩이와 촉수의 군체로 그 남자를 ‘자신의 뱃속에’ 완젹하게 집어삼키고, 그 남자의 시선이 오직 자신만을 향하도록.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한 자신의 ‘인간형 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마치 함께 잡혀들어온 가녀린 여인을 연기하면서.

생물의 본능적인 번식욕에 더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서,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얼마만큼 이어질지 모르는 가혹한 착정을 이어나가고, 또 이어나가는거지.


한계가 없는 그 몸을 이용해, 자신이 잡아들인 인간 남성을, 이제는 자신의 ‘신랑감이’ 되었을 먹이를 영원토록 붙잡아놓는 일 또한 그녀들에게 있어선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겠지.

다른 몬무스들이라면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을테니까.


다른 생물들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마음대로 그 생물들을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개조해버릴 수 있는 이형의 그녀들. 오직 그녀들만이 가능한 일이었어.

그대로 자신의 품 속에 깊이 파묻어놓듯, 그 육신을 통째로 집어삼킨 채로 ‘자신의 신랑을 위한 양분’만을 그 인남에게 불어넣으면서, 자신과 함께할 영원의 반려로서 삼는 일이었지.


마치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하듯, 살점의 고치속에 담겨진 인남에게 ’자신의 젖‘을 물려주는 것부터, 크게는. 조금 심하게는, 자신의 촉수를 ‘탯줄 대신하여’ 인남의 배꼽에 이어놓은 뒤, 마치 자신의 남자를 자신의 태아인 것마냥 품은 채 안에서 쉴 틈 없는 착정을 이어나가는 몬무스 또한 있었다고 해.

집착이 심할수록, 인남을 향한 소유욕이 짙을수록 그런 기행적인 ‘사냥 방식’, 식사 방식이 자주 보였다나 뭐라나.


착정하면 착정할수록, 인남의 양물을 양분삼아 무럭무럭 성장하고 증식한 촉수 덩어리, 살덩어리들을 숨기는데 한계가 있는 고록, 그 이형의 육신들을 숨기는 과정에서 그녀들의 ‘의태‘는 점점 더 커져만 갔지.


가끔씩 보이는 아름다운 묘령의 여인이, 시대에 맞지 않는 치렁치렁하고 고풍적인 차림새와 함께, 기나긴 드레스 위로 머리칼을 늘어뜨린채로 어딘가 ’말라보이는‘ 남자의 손을 잡으며 걷고 있다?


그 남자에게 명복을 빌어주자.

그 남자는 이미 그녀에게 잡아먹힌거니까.

그녀의 사랑이 육신과 영혼 속 깊이 세겨진, 완벽한 그녀의 소유물이자 ‘사유재산‘이 되어버린 상태이니까.


어딘가 ’비정상적으로‘ 크다 못해 ‘묵질할 것만 같은’ 치렁치렁한 옷감을 늘어뜨리며, 아름다운 미소를 행복하게 지어보이며 다가오는 여인의 품 속에 담겨지는 순간, 그 뒤는 없어.

그대로, 영원토록 그 여인에게 품겨질 운명으로서 ‘고정‘ 될 뿐이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그 치렁치렁한 촉수의 ‘육벽’들을 빚어, 의태시켜 만든 거대한 치마폭 아래 담겨지듯 깔리고 나면, 모든 것이 바뀌어 있을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