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 - 피오레네의 비밀 지령


그 날, 엘가도 관측거점은 어수선했다. 새로운 퀘스트 의뢰가 한꺼번에 전달되어 그것에 대응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이다.


「루치카 씨! 이 문서는 어떻게 해야...!?」


동료 제이가 산더미만한 서류를 들고와 내게 묻는다.


「그건 이미 체크가 끝난 겁니다. 치체 공주님께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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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끝내고 기사단 지휘소에서 다들 한숨 돌리고 있었을 때


「여어, 다들, 오랜만이야!」 하고, 늠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같은 왕국 기사인 론디네 님. 우리 왕국 기사의 리더격인 피오레네 님의 여동생이시다.


「론디네 씨!」 동료 제이가 기쁘게 그 이름을 부른다. 왕국 기사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우는 론디네 님은 많은 기사들로부터 경의를 받고 있다. 물론 그 존경하는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강인하며 당당하게. 피오레네 님도 론디네 님도, 「기사란 이러한 것」 이라고들 하신다.


기사의 견본이 되는 자매시다. 항상 느끼지만 그러한 모습에 빠져든다. 론디네 님은 기사의 예의로서 제독님의 앞에서 자세를 잡으셨다. 제독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론디네, 수고했다」 며, 배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론디네 님을 반기셨다.


「.....그런데, 꽤나 갑작스레 돌아왔군」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뭔가 급한 용무라도 있으신 건가요!」 제이가 순진하게 질문한다.


그 때, 난 제독님의 옆에 있던 피오레네 님의 표정이 굳어진 걸 놓치지 않았다. 피오레네 님이, 긴장하고 계신다. 여동생인 론디네 님을 앞에 두고 어째서...? 라고 생각할 때 그 답은 론디네 님의 다음 말로 알 수 있었다.


「후훗, 딱히 용무는 없어 설마 제이는 내가 언니에게 【비밀 지령】 이라도 받고서 여기에 왔다고 의심하는 거야?」


론디네 님의 말로 기사단 지휘소가 싸늘해졌다.


「아뇨, 딱히... 그런 생각은 안했... 습니다... 네」 평소에는 눈치없던 제이가 웬일로 대화를 끊었다.


피오레네 님은... 나라잃은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다.


「후훗. 그렇다면 됐어, 그럼 언니! 잠시 둘이서 시간 좀 가질 수 있을까?」


「...그래」


피오레네 님은 크게 한숨을 쉬며 론디네 님과 지휘소를 떠나셨다.


「저기... 루치카 씨. 방금 뭐였을까요? 비밀 지령이 어쩌고 하셨는데...」 두 분이 떠나신 후 제이가 불안한 듯 물었다.


「그 두 분의 일이시니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죠」


수상한 계략을 꾸밀 만한 분들은 절대 아니다.

제독님도 같은 생각이신 듯, 내 말에 동의해주셨다. 제이도 그걸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모양이다. 소란피울 만한 일이 아니다. 피오레네 님이 돌아오시면, 평소대로의 기사단 지휘소로 돌아올 것이다.


라고 그 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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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일 끝나고 한 잔... 같은 개념으로 난 찻집에 발을 옮겼다. 기사단 지휘소의 높은 곳에서 가져온 경단을 먹는다. 그것이 나의 행복한 한 때인 것이다.


「어머, 당신은」


찻집에서 주문을 받으러 온 건, 가게 주인인 아즈키 씨가 아니라, 그 카무라 마을의 영웅 「맹령한 불꽃」 의 마이하우스를 관리하시는 룸서비스 아이루 씨였다.


「오늘은, 아즈키 님을 도와드리려고 여기 왔습니다냥! 주인님은 퀘스트에 나가셔서 방은, 피오레네 님과 론디네 님이 주인님의 허가를 받고 사용하고 있거든요냥!」


비밀 지령이 어쩌고 말하셨으니 두 분이서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 거겠지.


「그럼, 토끼 경단과 차를 2인분, 부탁드립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지도 모르니 간식을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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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산 식사를 가지고 나는 맹렬한 불꽃께서 본인 방으로 쓰고 있는 왕족용 선실을 향했다. 카무라 마을의 영웅을 맞이하는데 실례되지 않도록 이라는 취지에서 준비된 장소이다. 노크를 하려던 차에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깨닫고 그 틈으로부터 론디네 님의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언니! 이게 바로 【무파 인형】 이에요!」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사랑스러운 동물이, 론디네 님의 손으로부터 피오레네 님께 전해졌다.


「오오! 굉장한 걸, 론디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인형이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인형을 받은 피오레네 님은, 매우 귀엽게 꽉 껴안고, 기뻐하는 얼굴로 인형에 볼을 비비셨다.


「후훗, 오늘부터 너도, 내 방의 일원이다」


그 모습은, 어디에나 있는 한 명의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이었다. 우리들이 본 적 없는 순진하고, 상냥한 얼굴...... 한편, 나는 들어갈 타이밍을 잡지 못해 곤란해 하고 있었다. 엿보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이 간식을 어떡하지... 하며 고민하는 동안에도, 【비밀 지령】은 계속해서 진행된다. 론디네 님은 계속해서 봉투에서 물건을 꺼내 피오레네 님께 전달하고 있었다.


「이게 【데굴데굴 가루크】 고 이건 【행운 아이루】 랑 【카무라 목각 인형】 이에요」


받을 때 마다 피오레네 님은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하나하나 소중히 끌어 안는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입니다. 봐주시죠 【황금아이루 오뚝이】 !」


「이, 이것도 손에 넣다니!」


나는 어딘가 애처롭게, 피오레네 님께 죄송하다고 느꼈다. 언제나 냉정하게, 위엄을 유지하며, 왕국 기사들의 선두에 서서 왕국을 지켜야만 한다. 그건 본인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여동생에게 【비밀 지령】 이라고 까지 전해가며, 숨어서 행동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며 웃을 수도 없다. 그러한 책임은 피오레네 님을 【기사의 우상】 이라며 말하고 다니는 우리들에게도 있다... 난 기사단 지휘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 일은 비밀로 하며 말이다. 이 귀여운 비밀 지령을 드러내는 건 피오레네 님의 매일같은 노력을 부숴버리는 것이 된다. 나만 마음속에 묻어두면, 그걸로 해결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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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레네 씨, 이 봉제인형, 제가 여행 도중에 얻은 겁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여어, 피오레네! 이 분부지나 인형 너한테 줄게. 숨을 불어넣으면 계속해서 커진다고! 자, 한 번 해봐!」


「피오레네! 제 가방에 달린 인형과 잘 어울리네요! 여기, 받으세요!」


지휘소로 돌아온 난 【비밀 지령】을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두 분의 간식을 가지고 돌아온 이유를 제독님이 물으셔서 말문이 막힌 게 영 좋지 못했다. 제독님께서 그럴 생각은 없으셨겠지만, 말문이 막힌 날 보며 눈썹을 찌푸리신 순간, 단번에 압도되어 전부 말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이야기는, 함께 보고를 듣고 있던 제이의 입을 통해 엘가도 전체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피오레네 님이 더욱 웃는 얼굴을 하셨으면 좋겠어!」 라며 모두가 귀여운 걸 찾아 지휘소에 와서, 피오레네 님께 선물하게 되었다... 라는 것이다.


「그건 곤란하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셨던 피오레네 님도, 최근에는 조금 당황해하시면서도 받으시게 되셨다.


「매일매일... 이건 방이 가득 차버리겠는 걸」 이라고 말하시면서도 손에 가득한 【귀여운 것】 을 가방에 넣으면서 꾸욱꾸욱 눌러담고 계신 피오레네 님. 하지만 그 표정은 굉장히 온화하셔서, 나는 기뻐졌다.   ...그러자,


「......피오레네」


제독님의 목소리에 피오레네 님은 등을 쫙 피고서 뒤를 돌아보셨다.


「네! 죄송합니다. 잠시 긴장을 풀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 정도의 일은 괜찮다...」


「그렇다면, 어떠한 일로...」


「.....아무것도 아니다. 받은 건, 소중히 간직하도록 해라」


그 말에, 피오레네 님은 기쁘게 웃으셨다.


「네, 물론입니다」


제독님이 등에 숨기고 계신 건 수제 복부엉 인형. 며칠동안이나 이런 식으로, 건내주시지 못하고 계신다. 제독님께 받게 된다면 피오레네 님이 얼마나 기뻐하실지. 빨리, 전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왜 헌터방에서 보빔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