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뒤통수를 너무 세게 때렸냐? 일어나지를 않네"


나는 하품을 하며 CCTV 관제실에 홀로 앉아 수많은 화면 중,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쓰러져 있는 CCTV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전에 왔던 놈들은 자기들 사리사욕 채우느라 바쁜데.. 진짜 죽었냐?"


나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만지작거리며 지루하듯 말했다. 애쉬핑크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어두컴컴한 관제실 안에서 유난히 반짝거린다.


"오.. 드디어 일어났네"


머리카락만 만지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본 지 몇 분이 지난지 모르겠다다. 지루함이 한계에 부딪히기 직전, 화면 속 남성이 대뜸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주변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거기 당신,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나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실험체 T라고 적힌 버튼을 누른 뒤, 마이크에 대고 말하였다. 남성은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천장 쪽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지만, 남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리둥절하며 혼자 떠드는 남성을 뒤로 한 채, 나는 실험체 T라고 적힌 버튼을 한 번 더 눌러보았다. 그랬더니 남성의 눈앞에 애완동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가 키우고 있던 강아지였다. 나는 한껏 들뜬 표정을 지은 채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였다.


"자, 제가 이곳을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 줄 테니 잘 들으세요."



"당신 앞에 나타난 생명체 보이시죠? 그냥 죽이시면 됩니다."


남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카메라를 향해 흥분해하며 소리쳤다. 물론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쌍욕을 갈기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한다.


"진정하시고, 저건 단순히 당신의 애완견을 본떠 만든 모조품이기 때문에 그렇게 열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성의 반응은 여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몰려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이제 게임의 규칙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아까 누른 버튼을 또 한 번 눌려보았다. 남성이 있는 방 한쪽에 상당한 크기를 가진 상자가 돌연 나타났다.


"저 상자 안에는 살인에 필요한 흉기가 몇 개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할 일은 그 흉기를 활용해 대상을 죽이시면 됩니다."


"당신이 있는 방의 대상이 완전히 죽었다고 판단될 시 문은 자동으로 열리게 됩니다."


"당신이 통과 해야 할 방의 개수는 총 9개입니다. 즉, 당신이 살인을 저질러야 할 횟수는 8번 이상이라는 소리입니다."


"방금도 말했다시피 살해 대상은 진짜를 본떠 만든 모조품입니다. 안심하시고 죽이시면 됩니다."


"모조품이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반응은 보이지만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습니다. 때에 따라선 폭력을 행사해도 되며, 이성일 경우 강간과 같은 성행위도 가능합니다."


"당신에게 있어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누구든지 무작위로 살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그 대상이 실제로 살아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모든 방을 포함하여 1회에 한 해, 대상을 죽이지 않고 다음 방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신중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이 게임은 당신의 탈출 유무와 상관없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불특정 대상에게 넘겨집니다. 물론 넘겨진다고 당신의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아무것도 안 한 채 한 방에 계속 있을 시 자동으로 게임은 종료되며, 당신은 탈출 불가능한 공간으로 전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죽인 대상은 현실에서 정확히 24시간 뒤에 심정지로 사망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게임의 규칙은 전부 설명 해드렸습니다. 그럼 부디 저에게 재밌는 구경거리를 선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탕비실에서 방금 타온 즉석커피를 조용히 마시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