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뜻 밖에 찾아온 한가함에 느긋하게 거리를 활보하고픈 날.


오늘 나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저녁을 해결하고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문득 눈에 한 가게가 들어왔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가에 벽돌지붕 장식을 해둔, 약간은 메르헨적인 분위기의 식당. 


그 앞에서 발길을 멈춰 간소하게 적혀있는 '오늘의 메뉴'를 살핀다. 


오늘 같은 날 기분을 내기에 나쁘지 않은 새로운 시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게에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창 밖은 바라보지 마세요."


계산대를 지키던 직원의 환대를 받으머, 홀의 어느 적당한 구석자리로 안내받는다. 


메뉴판을 자세히 살펴보고, 오늘의 메뉴가 아니더라도 이 가게에는 꽤 먹음직한 메뉴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집중해 메뉴를 고르기 시작한다. 


"메뉴는 정하셨을까요?"


메뉴를 결정한듯한 표정을 놓치지 않은 직원이 내게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교육을 잘 받은 직원이다. 


직원이 다시한번 메뉴를 확인하고 떠나가고 얼마지 않아, 주문한 메뉴가 보기 좋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맛있게 드세요. 창밖은 보지 마시구요."

"감사합니다."


나는 흡족한 응대에 약간의 감사표현을 하고,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하는 식사는 제법 무료한 법이지만, 나는 어째선지 이상하게도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음식의 맛이 좋았던 탓일까, 빠르게 식사를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데스크로 향한다. 


"음식은 입에 맞으셨을까요? 창문은 불편하지 않으셨구요?"


떠나는 손님에게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는 좋은 응대였다.


"...네?"


"아, 아닙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여태 좋았던 기분이 조금은 상하는 것을 느끼며 가게 문을 뒤로했다. 


그래도 다시 방문하기 나쁘지 않은 가게다. 


다시 거리를 조금 걷던 중 전화가 울린다. 여자친구였다. 


"응 나야, 웬일로 전화를 바로 받네?"


"조금 일찍 퇴근했거든."


"어머, 잘됐네."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한동안 나눈 실없는 대화로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어머, 내정신 좀 봐. 자기,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됐어?"


"응?"


"창문은 안봤지?"





난 봤다. 


그런건,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