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가 시작되었다.


"...."

"당신 잡아오느라고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좋게좋게 얘기하면 좋을것이지 왜 굳이 헛수고 해서 도망치시나요. 머리도 유능하신 분이시라면 그 정도는 아실 꺼 아닙니까?"


"이럴 줄 알았네요. 방심했습니다."

"됐고요, 취조 시작했으니까 얼른 말 하고 끝냅시다. 굳이 시간 끌지 마세요."


딱.딱.딱.딱.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4회 두드린 다음 말했다.


"저기요."

"네."

"당신은 아직도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네. 아직까지는요. 건국 이래로 지금이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시기라는 것쯤은 당신 같은 정보원도 이미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는 유지되어야 하잖아요. 국가에 유능한 힘을 쓰셔야 할 분이 도망을 치시다니, 매국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딱.딱.딱딱딱딱딱.


"뭐 합니까?"

"...."


"일 피곤하게 만들지좀 맙시다. 저도 시간 없으니까..."

"아내분이랑은 잘 지내시는가요."

"뭐요?"

"아내분이랑 연락은 하고 지내시는지. 허구언날 죽도록 일만 하고 녹초가 된 채 집가서 아내를 반기면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평소 사랑한다는 말은 하십니까?"


"쓸데없이 남의 가정사 막 들쑤시지 맙시다. 지금 그럴 상황 아니잖습니까."

"그냥... 뭐. 지금 여기서 이렇게 말하는게 의미가 있나 싶네요."

"뭐? ...에휴. 말할 생각이 없으시단 말인가요?"


딱.딱딱.딱딱.딱딱.


"일단 알겠네요. 근데 착각을 좀 하시는 것 같은데, 당신이 여기서 입다물고 버틴다고 해도 당신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정보가 당신네들이 원하는 것의 전부입니까?"


"응? 말 할 생각 없으셨어요?"

"그게 다냐고 물었습니다."


딱딱.딱딱.


"아니 이사람이 아까부터, 뭐 하자는겁니까. 책상은 왜 또 두드리고. 뭘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게 아니라... 조금 우습네요."

"혹시 현재를 살아가는데만 몰두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 나라가 지금 현재로서 잘 살고 있다고, 미래에도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는 없을텐데요."

"저도 압니다. 그러니까 차차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답을 맞춰가자는 것 아닙니까. 말귀를 못 알아 먹으시네."


"답이 없어도?"

"뭐? 그런게 어디있습니까."

"..."


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


"당신, 그쪽이 좀 뭘 많이 안다고 해서 그딴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도 된다는건 아닐텐데요."

"그쪽이 가진 정보 하나하나가 이 국가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게 당신의 업무와도 연관있는데, 그게 싫다는겁니까, 지금? 여태껏 잘 해놓고 이제 와서 왜..."


"저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은 해봤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 했어요."

"(이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딱딱딱.


"그런데 말이죠. 이 나라의 운명은 바꿀 수 없나 봅니다. 당신은 못 느끼겠지만, 꽤 비참한 결말 아닙니까?"


......


"이봐요, 음... 아니다 됐다 그냥. 더 말 할 가치도 없네. 그냥 미친놈 다 됐네."

"미친놈과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그냥 말 하지 마시죠. 당신 말 듣기 싫습니다."


"당신의 국어 실력 수준이 낮은 게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는 못 알아 먹는게 맞을겁니다."

"아 닥쳐, 그냥 열받으니까. 아까부터 개소리야."

"그냥 그만할게요. 나중에 봅시다."


취조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