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회차의 대민불안처리 일반대상 지정 고지서의 뒷면에 수기로 다음 내용을 기록한 사안이 적발되었다.




이딴 고지서를 받게 해서 유감이야. 이걸 보내는 나도 X같아.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 내가 누군지는 찾지 마. 날 죽이기 싫다면.


그 XX들은 이 등기를 보낸 뒤 7일 뒤에 찾아올 거야. 시간이 없다면 이걸 들고 당장 뛰쳐나와. 읽는 건 천천히 읽어도 좋으니까.


내용 읽어보면 눈치챘겠지만, 이번에 네 차례가 됐어. 개XX들이 합법적으로 마음껏 범하고 죽일 수 있는 대상이, 이번엔 너인 거야. 

너도 한때 그 XX였다면 벌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 차라리 그게 속 편해. 아니라면, 유감이야.


한 번쯤은 봤겠지. 네가 인간이라면 그 꼬라지가 되긴 싫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쓰는 대로만 행동해 줘. 당황스러울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이제 너는 사회적으로 죽은 거야. 직장도 가족도 이젠 없는 거야. 지금까지의 삶은 완전히 끝났어. 새 삶을 찾아야 해.


가장 먼저 누구도 너를 알아볼 수 없어야 해. 지금과 정반대로 꾸며. 안경을 썼다면 벗은 채로 다니고, 수염이 없다면 기르고 다녀. 혹여나 길에서라도 마주칠 수 있으니까, 반드시 마스크랑 모자를 쓰고 다녀.


그리고 ATM으로 가서 뽑을 수 있는 대로 현금을 뽑아. 휴대폰으로 예적금을 깨서라도, 어떻게든 ATM으로만 뽑을 수 있도록 해. 은행원 중에 그 개XX들이 있을지도 몰라.

돈까지 뽑았으면 이제 휴대폰은 갖다 버려. 이왕이면 유심도 잘라버려. 요즘 위치추적 다 잡히는 거 알지?


여기까지 했으면, 이제 네 목표는 하나야. 새 신분으로 다시 살아가는 거야. 위험하지만 성공만 하면 그래도 사람답게 살 수 있어. 나도 많이 알려줄 수 없지만 최대한 적어볼게.


우선 다른 신원을 찾아야 해. 법적으로 등록된 사용 가능한 신분증과 사진, 그리고 지문 시술이 필요해. 


사진은 무인 사진관만 아니면 어디서 찍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네 모습 그대로 가면 위험해. 앞서 말했듯이 반대로 꾸민 채로 사진을 찍어야 해. 혹여나 사진사가 너에 대해 묻거나 네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당장 도망쳐 나와. 

무인 사진관은 절대 가지 마. 그 XX들이 X나게 털어대는 곳이니까.


나머지는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일 거야. 흥신소에 가서 가능한 사람을 찾아야 해. 웃돈을 줘서라도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아. 돈 아깝다고 몇 푼 안 쥐여주면, 그 XX들을 소개받을지도 몰라. 돈은 나중에 벌어도 돼. 네 목숨부터 챙겨.


흥신소 사람도 무조건 믿지 마. 네가 누구인지 알려져선 안 돼. 만약 그쪽 사람 앞에서 네 이름이나 얼굴을 보였다면 당장 도망쳐. 널 찾는 그 XX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만약 그 직원들이 네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아무 대답 말고 돈이나 더 줘. 바로 닥치고 네 말을 들어줄 거야.


일이 잘 마무리되면 가능한 빨리 해외로 도망쳐. 여기 있어봤자 널 아는 사람도 없고, 예전의 널 찾는 개XX들만 있어. 이미 이 나라는 너를 내팽개쳤어. 미련 갖지 말고 떠나.


일이 수틀리거나, 돈이 없다면, 넝마주이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폐지 줍는 노인들 말이야.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진 대충 너도 알겠지. 하나 알려주자면, 일단 고물상을 가능한 한 많이 알아봐. 사장이 너를 기억하지 못하도록, 매번 다른 곳을 찾아가는 게 좋아. 만에 하나 널 기억한다면, 그 지역에서 떠나. 최소한 이웃하지 않는 구/군으로 옮겨야 해.


그리고 집은 가질 생각하지 마. 기초수급도 바라지 마. 어떻게든 네 신원이 특정되는 순간 그 XX들이 널 찾아올 거야.

다행히 시청 짭새들을 빼면 누가 누군지 아무도 관심 안 가져. 고작 노숙자 잡으려고 잠복근무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까, 대충 옷차림 보고 피하면서 살아.


물론 불쾌하겠지. 하지만 새 신분을 갖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 알다시피, 이 등기가 보내진 순간에 너는 사회적으로 뒤진 거야. 일은 물론, 집도 돈도 못 찾아, 출국도 못하지.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건 없어. 가능하면 빨리 받아들이는 게 좋아.


한 번 실패했다고 희망이 없는 게 아냐. 몇 년 지나면 그 XX들은 새로운 분들을 찾느라 바쁠 테고, 돈도 악착같이 모으면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어. X나게 뼈 빠지겠지만 그 XX들에게 당하는 것보단 낫잖아?


마지막으로 몇 개 말할게. 네 동료도 친구도 믿지 마. 개중에 반드시 개XX들이 있으니까. 널 잡으려고 접근해 온 XX들이 분명히 있어. XXX같은 사이비처럼 말이야.


만약 연인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대판 싸우고 절연해. 그게 네 연인을 위한 최선이야. 그분이 네게 동조한다면, 네 다음 차례는 분명 네 연인이 될 거야.

가족도 마찬가지야. 호적에서 파여도 좋으니까, 최대한 사이가 안 좋게 끝나야 후환이 없어.

같이 도망칠 생각은 절대 하지마. 네 친척들, 연인의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가면,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거야. 차라리 똑같은 XX들이라고 생각해.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부당하다고 정부나 그 XX들 끌고 법정 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이 개XX들은 법적으로 무적이니까. 나중에 더 험한 꼬라지만 겪을 거야.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내 말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마. 내가 아는 최선으로 적었지만, 분명 더 나은 방법들이 있을 거야. 행운을 빌게. 그 개XX들에게서 잊혀지길.




고지담당 직원은 직위해제 처분되었으며, 이후 제732회차 대민불안처리 특수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민중을 위하여.

국기 10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