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지요.>


<그 때 호되게 혼나서 그 일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잔잔하게 넘어가서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일기장이 괴담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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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아주 신기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 일은 수업시간에 일어났습니다.


마침 점심을 먹은 직후였기도 하고, 오늘따라 날이 적당히 따뜻해서, 저는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제 앞에는 선생님께서 몹시 화난 표정으로 서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앞으로 나오라고 하시고는,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에는 엄청난 공포가 서려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종아리를 때리시는 순간, 저는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앞서 말한 신기한 일은 이 때 일어났습니다.


분명 제 종아리와 회초리가 맞닿는 소리는 온 교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컸지만, 정작 제 다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열 대 정도 때리신 후 엄한 표정으로 저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는 저를 친구들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습니다.


혹시 선생님께서 저를 일부러 아프지 않게 때리셨는지 궁금해서 방과후에 선생님을 찾았지만, 이미 어디로인가 가신 후 였습니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일기에만 적어놓기로 하였습니다.


안 아픈 회초리도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학생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