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에서 깬 나는 부엌을 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우리 집에 이런 기다란 복도가 있던가?"


방을 나서자 처음 보는 복도가 나를 맞이했다. 여기저기에 자라나 있는 덩굴과 처음 보는 꽃들이 기다란 복도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전에 목말라…. 부엌이 어느쪽이더라…."


나는 개의치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엌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러나 주변을 에워싼 덩굴과 꽃 때문에 복도가 음침하고 어둡게만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벽에 손을 짚은 채 덩굴과 꽃이 비교적 없는 오른쪽 복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전등 스위치가 보여, 켜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 하얀 가루들은 다 뭐지"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샌가 하얀 가루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가루가 얼마나 많은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너, 되게 오랜만이다. 여긴 웬일이냐?"


가루 때문에 시야가 안 좋던 와중, 내 시야에 대뜸 흰 고양이가 나타나 아는 척을 했다.


"알려준 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까먹었냐? 어쩔 수 없네. 다시 알려줄 테니, 제대로 외워두라고"


흰 고양이는 한심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가 일면식이 있는 모양이다. 하얀 가루 때문에 호흡에도 문제가 생겼지만, 왜인지 이 고양이의 말을 들어봐야 할 거 같다.




"이 집은 너도 알다시피 일정 주기마다 내부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길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저택을 배회하다가 검은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데, 무조건 무시해야 해"


"검은 식기에 놓인 음식은 섭취하는 걸 무조건 피해. 이 집은 은으로 된 식기만 있다는 걸 알아둬"


"그들의 사냥감을 함부로 놓아주지 마. 네가 사냥 당하기 싫다면"


"이 저택에 있는 모든 책은 너한테 치명적이야. 절대 눈길도 주지 마."


"가끔 가구나 인형이 혼자 움직이는 걸 목격할 텐데, 절대 동요하지 마!"


"이 저택은 너를 적대시하고 있어.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함정을 조심해."


"저택을 돌아다니다가 벽에 글씨가 적힌 종이를 발견할 텐데, 무시하는 게 좋아."


"만약 저택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최상층에 있는 다락방에 들어가 봐. 도움 될만한 게 있을 거야."


"이 저택의 모든 문은 열쇠 대신 다른 수단으로 열 수 있어. 잘 찾아봐"


"이 주변에 떠다니는 하얀 가루는 인간에게 심각한 부작용과 환각작용을 해. 현재 너의 몸은 꽤 중독돼 있을 거야.."




"자…. 이걸로 슬슬 네 몸도 한계인 거 같은데?"


흰 고양이는 혀를 차며 말했다. 일순간 하얀 가루가 신기루처럼 내 시야에서 사라지며, 흰 고양이 역시 함께 사라진 상태였다. 난 그대로 중심을 잃고 주저 앉고 말았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사이로 무언가 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기어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 시야에는 방금까지 하얀 가루를 내뿜었던 주황빛의 나팔꽃이 아른거리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