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2020년 이후로 세상은 조금씩그러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바이러스 팬데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사람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사이조금씩 우리들 사이로 숨어 들어온 놈들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 내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건 지방의 한 유원지였다해가 막 저물어가던 저녁 무렵이었다바이러스 광풍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을씨년스럽기 이를 데 없던 그곳에서 난 그것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홀로 관람차를 타고 있었다그것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석양을 배경으로 천천히 돌아가던 녹슨 관람차 안에서 그것이 마스크를 벗던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두번째로 그것을 본 것은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안이었다사람들의 무신경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것이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나만오로지 나만 보았다.


세번째로 그것을 본 것은

그만해야겠다그 모습을 떠올리려는 시도 자체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겁에 질리게 한다.


살떨리는 공포와 치떨리는 분노 사이에서 나는 맞서 싸우려고 했다어떻게 저런 것이 있을 수 있냔 말이다팬데믹이 끝나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을 즈음에 그것들은 이미 어디에나 있었다. 1인 시위도 하고 SNS와 커뮤니티에 글도 올려보았다그러나 그 누구도 내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홀로 투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난 체포당했다살인이라니사람을 죽였다니가당치도 않은 말이다경찰도 그것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지 않나당연한 얘기다그것들은 사람이 아니다사람일 수 없다.


하여 나는 용서를 구하지 않겠다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나는 당신들이 나서지 않는눈을 감는 정의를 위해 나섰을 뿐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편하다아직 이 구치소 안에는 그것들이 없다.


2024년 1월 23일






미치광이 살인마의 황당한 헛소리일 뿐이라는 걸 안다매스컴이야 신이 나서 달려들겠지만.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언론에서는 이미 증오범죄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그가 언급한 유원지이미 2016년에 폐쇄된 곳이다팬데믹이 있기 4년 전에.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유원지를 방문하게 된 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그 미치광이가 자살했을 때다저무는 해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흡사 체르노빌의 폐허를 연상케 하는 유원지는 그저 쓸쓸하고 스산했다돌풍에 가까운 강한 바람이 불어 순간 눈을 감았다.


도저히 작동할 수 없을 듯이 낡고 녹슨 대관람차가 굴러가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말도 안 되지만처음에는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관람차 하나에 사람 형체 같은 것이 보이기 전까지는.

그것은 나를 등지고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가 마스크를 벗고 있다는 걸 그의 동작으로 알 수 있었다아주 느린 동작이었다이윽고 그것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마스크를 벗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느린 동작으로.


그만 적겠다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나는 그날 이후의 모든 것이 꿈이고 불현듯 정신을 차리면 그날의 그 끔찍한 순간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뒤통수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지고 바닥의 흙먼지가 입 안으로 들어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피와 뒤섞였을 때 나는 비로소 안도했다손목을 조이는 수갑이 마치 하느님의 포옹 같았다.


바깥 세상의 마지막 빛은 기자들의 카메라로 너무 눈부셨다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던지는 질문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멀리서 들려오는 아우성과 절규뱀의 혀처럼 몸을 천천히 훑고 내려오는 날달걀의 끈적한 촉감이 조금은 불쾌했다저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그리고 그 몰이해가 축복이라는 것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평안하다사람들의 증오가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안다그래도 좋다그 자살한 놈의 말이 맞다면구치소 안에는 그것들이 없을 테니까먹고 자고 배변하고 노역하며 단순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보내다 마침내 이 모든 것에서 해방될 때 그것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완전히 잊기를 바라며제발 그러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