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1 "제보.mp3"

2024-03-20 17:55:23



"여보세요?"


"그, 사람이 녹았어요."



"네?"


"사람이, 사람이 녹았다고요. 바닥이 흥건해요."



"혹시 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그냥 녹았어요. 엄청 당황스럽긴 한데, 묘하게 묽으면서도 끈적거리는 게."


"그러면 그게 사람인지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보,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위치를 말씀해주십시오."


"[검열됨], 빨리 와주세요. 냄새가 심해요."



ㅡㅡ 끝 ㅡㅡ







녹취록 #3 "240320_182541_AFR_FH.mp4"

2024-03-20 18:25:41



"ㅡ기서 좌회전하시고. 어."


"하, 어째 일이 없다 싶었지. 이게 웬 날벼락이래."


"됐어, 차피 장난전화겠지. 녹긴 뭘 녹아, 사람이."


"애초에 사람이 녹을 수 있긴 한 겁니까?"


"뭐, 그야 몇백 도, 몇천 도까지 올리면 녹을 듯싶긴 한데."


"좀 소름 돋네요, 상상해보니까."


"그야 그렇지. 녹으면 장례는 어떻게 치르게? 묻기도 뭣하고 태우기도 뭣한데. 굳이 따지자면 끓여서 증발시켜야지."



"최근에 실종 사건이 있었던가요?"


"실종이야 뭐, 애들 가출이나 어르신 길 잃은 거 빼고 나면 얼마 없지. 평범했던가?"


"그게, 사실 제 지인 중에 딸만 둘 둔 놈이 있는데, 나흘 전부터 둘이 같이 집에 안 돌아온다더라고요. 실종 신고도 넣긴 했는데 묵묵부답이라나. 예, 그렇다 합니다."


"아고, 나도 자식 키워봐서 아는데 그런 거면 보통 친구 집에 있던가 하더라고. 요즘 세상이 워낙 사나워서 뭔, 잠깐만 눈에 안 보여도 걱정되는 게 자식인데, 마음고생이 크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 좋아하던 술도 안 마시는 눈치더라고요."


"부모 마음이 다 똑같지. 술이 어떻게 넘어가겠어."



[중략, 3분 13초 건너뜀]



"요즘 뉴스 보니까 그렇다더라고. 말세야, 말세."


"사람들이 다 그렇죠."



"근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 납니까?"


"이? 갑자기 무슨 냄새 타령이야. 아, 에헤이, 오른쪽으로 꺾으라니까."


"방향제 냄새인가, 뭔가 막 달달한 냄새 있잖아요."



"그런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단내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네, 사실 그렇게 단 남새는 아닌데. 오묘한 냄새라고 할지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음식 냄새인가? 슬슬 저녁 시간이긴 한데."


"아마도 그런가 봅니다. 예전에 맡아본 것 같은 냄새네요."


"그러게. 어머니 생각난다, 야. 그러고 보니 어머니 집밥을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몇 년 전인지."


"이젠 사모님께서 해주시지 않습니까?"


"그 둘이 어떻게 같냐, 허."


"그래도, 저도 가끔 어떤 냄새를 맡으면 그리운 것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래, 그거야말로 인간의 냄새 아니겠어."


"인간의 냄새라, 그 말이 맞습니다."



"그나저나, 주변에 웅덩이가 좀 많습니다?"


"잠깐 비라도 왔나 보지."



ㅡㅡ 끝 ㅡㅡ








녹취록 #4 "240320_183911_DCX_FH.mp4"

2024-03-20 18:39:11



"예, 여기입니다."


"그래서, 이 넓은 대로변에서 사람이 녹았다고?"


"볼 것도 없이 장난전화겠죠."


"됐어, 일단 두 눈으로 보긴 해야 하니까 얼른 보고 돌아오자고."


"네, 갑니다."



"그, 원래 이 길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섯 시 반인데 사람이 너무 없습니다."



"듣고 계십니까?"


"응? 아, 미안. 뭐라고 했었지?"


"생각이 많으신가 봅니다."


"아니, 그냥. 또 옛날 생각이 나서. 그 왜, 냄새 맡으면 떠오른다며."


"아, 그 냄새 말이죠. 그러게요, 여기서도 나네. 더 진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이제는 막 코가 아릴 지경인데."



"아! 저 기억 났습니다. 이 냄새, 그거 아닙니까, 그."


"야, 야. 저거 뭐야."


"예? 무슨 말이십니까."


"저거, 네모난 거. 미쳤나, 누가 저걸 도로에 세워 놔?"



"사람 아닙니까? 네모나다뇨."


"아니, 누가 봐도 저건, 그, 그."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왜 눈을 감으시고."


"저건 사람이라기보단 그거잖냐."



ㅡㅡ 끝 ㅡㅡ







동영상 #2 "20240117_124208.mp4"

2024-01-17 12:42:08



<00:00:00> [사람들이 길을 걷는다. 시점이 간간이 흔들린다. 특이사항 없음.]


<00:02:23> [파란 모자를 쓴 남성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간다. 시점 변화 없음.]


<00:05:11> [흰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00:06:55> [초등학생 네 명이 동일한 골목으로 들어간다.]


<00:10:54> [시점이 흔들린다. 골목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00:11:04> [영상 종료.]



비고: 영상은 골목 근처 상가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결론: 우리는 위에서 제시한 근거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람이 녹았다.



묻지 아니할 것을 권장한다.



ㅡㅡ 문서 끝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