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 마을의 신참 경찰인 네마 씨는 긴장감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는 '이웃의 집에서 괴성이 들린다'라는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으로 막 출발한 참이었다.


변두리 시골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고는 기껏 해봐야 사소한 다툼이나 노상방뇨 따위의 작은 문제뿐이었기에, 이런 강력사건을 암시하는 신고는 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끄러운 이유로 이 사건을 상위기관에 이관하는 것은 그가 가진 경찰로서의 사명감이 용납하지 못했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권총에 의지하며 더욱 빠르게 경찰차를 몰았다.


달이 높게 뜬 무렵의 텅 빈 도로는 마치 네마 씨가 빨리 도착하기를 재촉하는 듯했다.


...


"신고자분 계십니까?"


사건 현장에 몰려든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한 명이 손들 들었다.


네마 씨는 웅성이는 주민들을 조용히 시킨 후 그에게 상황의 설명을 부탁했다.


신고자인 피니 씨는 사건현장의 집에 살던 미틀러 씨의 이웃으로 그의 바로 옆집인 1402호에 살았다.


"저녁약속을 끝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미틀러의 집에서 아주 큰 소리를 들었어요. 무거운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 같았습니다."


"난 걱정 되는 마음에 미틀러의 집 문을 두드리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죠. 내가 기대한 건 '별거 아닙니다.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같은 친절한 답변이었지만 그는 나에게 욕지거리를 내뱉더군요."


"미틀러는 매우 괴팍하고 예민한 사람이에요. 퇴근길에 거의 매일 마주치는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버리죠. 마치 못 볼걸 본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요."


"게다가 소음엔 얼마나 민감한지 조금만 시끄러워도 내 집 문을 두드린다니깐요."


네마 씨는 미틀러 씨의 성격과 아파트의 방음에 관해 한마디씩 거드는 주민들을 다시 조용히 시킨 후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쿵 하는 소리 외엔 특이사항이 없었습니까?"


"있었죠. 그 소리가 들린 지 몇 분 뒤에 큰 괴성이 들렸거든요. 짐승이 악을 쓰는 소리 같기도 하고 여자아이의 비명 같기도 했어요"


"괴성이 들린 직후에 다시 노크를 해봤지만 미틀러는 더 심한 욕으로 답하더군요. 빌어먹을 자식."


"그가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들으면 정말 놀랄 겁니다. 내 고향에선 상상도 못할..."


네마 씨는 미틀러 씨가 한 욕설이 자신에게 얼마나 상처였는지 설명하는 피니 씨를 뒤로하고 사건 현장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뽑아들곤 긴장감에 말라버린 입안을 침으로 적셨다.


"미틀러 씨, 계십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마 씨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권총을 더 꽉 쥐었다.


괴성이 마치 여자아이의 비명 같았다는 진술이 네마 씨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닫혀있는 문을 따고 권총을 겨눈 채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처음엔 길게 뻗은 나무의 가지로 착각하였다.


그것이 화장실의 세면대 구멍에서부터 뻗어 나와 수많은 관절들을 피고 접으며 난동을 부리지만 않았으면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네마 씨는 처음 느껴보는 기괴한 광경에 집에 들어간지 십 수초가 지난 그제야 바닥을 확인했다.


바닥에는 정원 손질용 가위와 전동 톱, 피로 흥건한 미틀러 씨가 널브러져 있었다.


문 밖에서 지켜보던 주민들 중 몇몇이 비명을 질렀다.


여러 겹으로 쌓인 비명은 집 안에서 날뛰는 무언가의 신경을 크게 자극했다.


세면대에서 시작된 그것은 대부분의 관절을 올곧게 피고는 문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패닉에 빠진 무리가 위기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잘못된 선택을 범하는 것 뿐이었다.


'쿵'


문이 닫혔다.


...


그것은 문에 부딪혔음에도 계속해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네마 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았다.


네마 씨의 손가락의 주인은 네마 씨이다.


모든 손가락에겐 그 주인이 있을 것이다.


괴성에 대한 진술이 다시 한번 네마 씨의 머릿속을 스친다.


사명감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다.


네마 씨는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겁이 많은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네마 씨는 행동해야만 했다.


...


사회의 시선은 네마 씨의 선택을 두려움에 짓이겨진 탓의 멍청한 실수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두려움 덕분에 그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네마 씨는 총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이 최선이었다.


...


아파트의 배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저의 가운데에서 비롯된 웃음소리가 세상을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