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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누구나 있다.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나 있다. 

제 3의 존재를 무서워 하는 것이나 섬뜩한 이야기나 사진 뿐만 아닌

익숙한 것이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굉장히 커다란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내가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저 깊은 바다나 저 높은 하늘에 대한 두려움이나

인간은 너무나 작다고 생각되어 생기는 두려움이나

익숙한 것이 돌변하는 것에서 생기는 두려움이나

이미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생기는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의 공통점들은 

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 이 모든 두려움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어떨까.

이때까지 열거한 이 두려움들이 한꺼번에 찾아온다면 어떻게 되겠냐는 말이다. 

우리의 정신은 견디지 못하고 '붕괴' 할 것이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다.

멘탈은 자신이 원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용도이다.

위의 두려움들과 비교한다면 굉장히 작은 범위에서 견디거나 해내거나...  

딱 거기까지다.

그 말은, 저 두려움엔 멘탈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멘탈 즉, 정신승리를 아무리 해도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고

기댈 곳도 없다면 

강한 멘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게 모든 두려움이 한번에 치닫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들은 없다. 

있다면 미쳐버렸거나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은 것이다. 

그렇다. 오히려 똑똑하면 똑똑할 수록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똑똑하면 똑똑할 수록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보같이 시도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 똑똑한 머리로 어떻게 편안하게 죽을지를 궁리하여 실행한다. 

정신이 붕괴한 채로 내가 아닌 채로 살아있는 것보단 가는게 나으니까. 

다시 돌아가서, 그 두려움이 닥쳤을 때 평범한 인간의 정신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하겠다. 

이는 소위 말하는 '분노 혹은 죽음의 5단계' 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쪽이 더 심하다.


첫번째, 불안이다. 

그 두려움으로 인한 심각한 불안 증세가 닥치고 온갖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생각은 불안을 더 가중시킬 뿐더러,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도피의 시작이다.  


두번째, 착각이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이런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혹은 자신이 선망하거나 숭배하는 대상이 이 두려움을 모두 이기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현실도피, 정신승리의 최고조에 달한다. 

이것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지능이 높을 수록 3번째 단계로 빨리 도달한다. 


세번째, 분노이다.

지능이 높다면 왜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는지 원망하고, 

지능이 높지 않다면 원초적인 분노를 발산한다. 

이것은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와 맞서 싸우려는 심리와 같다. 

하지만 이것은 쥐와 고양이의 차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네번째, 해탈이다. 

해탈은 불교 용어로 고뇌, 속박에서 해방됨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걸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 해탈은 본인이 해탈을 하겠다고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즉, 해탈한 것이다.'

라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2단계에서 더 멍청해진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더 고뇌와 속박 속으로 자신을 파묻어 버린다. 


마지막 단계, 붕괴이다. 

1-4단계를 보통 어느정도 반복하고 나면 이 단계에 도달한다. 

이 단계부턴 인간이라고 부를 수가 없어진다. 

4단계의 증상이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온갖 정신질환이 정신을 침식한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두려움은 남아 있기 때문에 

1-4단계를 아주 빠른 속도로 반복한다. 

그러다가 고통스럽게 아사한다. 


저런 두려움이 들었다는 가정만으로도 저렇게 처참하게 죽는다.

하지만 저 두려움이 가정이 아닌 현실이라면 어떨까? 

그게 지금 바로 너다. 

포기해라. 

제 3의 존재는 물론이고 

너가 익숙한 풍경에서 조차 넌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너를 벌레보듯이 하는 너가 벌레보듯이 봤던 존재들이 존재하고

너의 눈은 가려져 있다. 

위아래로 암흑이 존재하고

너가 기댄 곳이 서늘한 나무 그늘이 아니며

그 밑엔 무엇이 있을지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너는 모른다. 

너는 볼 수 없다.

너는 너무 작다.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도 너에게 힘을 주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너가 알고 있는건 

10ml의 독약이다. 

중앙 식탁 위 

한모금도 되지 않는다.

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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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에서 탈출한 첫 생존자 ■■■씨가 증언한 

공간의 모든 곳에서 반복 재생되던 방송 전문. 

탈출 할 때까지 모든 청각은 이 방송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