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하다. 나는 곧바로 집에 돌아가 외쳤다.



"엄마, 지금 밖에."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속을 게워내듯 억, 억 소리를 내며 숨을 골랐다.



"한율, 한율아. 빨리 나가자."


"엄마. 나가자니까."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말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아무도 대답이 없는가.


빨리, 최대한 빨리 집을 나서야만 하는데, 내가 이토록 외치는데, 대체 어째서?


나는 신발을 벗고 방을 뒤졌다. 아무도 없다.



"엄마, 엄마! 한율아! 장난치지 마, 지금 가야 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방을 쏘다니며 멋대로 기운을 빼고, 결국 거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는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해놓고선 애써 모른 척을 하였다.


그렇게 얼굴을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려서 신발을 확 꺾어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한율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현관의 바로 앞에서, 방금 잠에서 깬 듯 내복과 실내화를 신고서.



"장난입니다. 네, 장난이고 말고요."


"한율아."


"그야 오늘은 만우절이지 않습니까."



한율이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광대뼈를 감싼 가죽을 들어내겠다는 듯이 힘껏, 찢어질 듯이 웃었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네, 만우절이고, 만우절이 거짓말입니다."




정적.




그래, 다 거짓말이구나.


장난이었구나, 만우절이니까.


어머니가 사라진 것도, 11층 밑에 묻힌 스물세 쌍의 눈동자도.


세상이 떨어져나갈 듯 계단통을 울려대는 한율이의 웃음 소리도.


다 장난이었구나.




거짓말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