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가 이번에 입교한 신도 중 하나구나. 만나서 반가워!"


본당 앞에 배치된 강대상에 앉은 나는 이번에 입교한 신도를 직접 맞이하는 중이다.


"내가 이 교단의 교주이자 하얀 인간을 섬기는 신도의 대표지."


나는 본당 가운데 하얀 후드티를 어쭙잖게 눌러쓴 남성을 보며 말했다. 이 자가 이번에 온 신입 신도 중 하나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신입이면 이곳 규칙은 알고 들어왔겠지? ...모르고 있어도 내가 알려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강대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성큼성큼 걸어갈 때마다 나의 하얀 머리카락과 새하얀 원피스가 좌우로 찰랑거리는 게 눈에 보였다.


"하나. 우리 교단은 몸과 마음이 순결하고 하얘야 하며 자신의 육체는 오로지 내 것이어야 해"


"둘. 불순한 몸과 마음을 지닌 자는 나와 함께할 수 없어. 만약 함께하고 있다면 그것은 극형에 처해."


"셋. 우리 교단은 기본적으로 하얀 인간을 섬기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다 하얀색이어야 하며, 만일 이를 어길 시 극형에 처해. 물론 나 포함"


"넷.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마다 본당에서 하얀 인간을 섬기기위해 예배를 해. 참고로 본당은 여기야."


"다섯. 매주 화요일마다 본당에선 처형식을 진행하고 있어. 물론 집행인은 나야"


"여섯. 원한이 있지 않는 한 내 방은 안 오는 게 좋을 거야."


"일곱. 의도치 않게 내 방을 찾았다면, 모른 척하고 너 갈 길 가는 게 좋을 거야."


"여덟. 되도록 주방엔 방문하지 마. 귀중한 식재료가 잔뜩 있거든. 나도 들어가 본 적 없어."


"아홉! 만약 내가 불의의 사고나 계획된 테러로 인해 없어지거나 소멸해도 상관없어. 의미 없는 행위거든."


"여기까지가 우리 교단의 규칙이야. 혹시 질문 있어?"


나는 그의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것의 발 근처에는 파란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이상하네. 우린 분명 초면일 텐데, 혹시 나에게 원한 있니?"


나는 그것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쩔 수 몰라 했다.


"농담이야. 초면인데 물어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안 그래?"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질문을 했다. 마치 무언가를 캐려는 도굴꾼같이 말이다.


"저번에 한 처형식 어땠냐고? 글쎄…. 내가 그땐 걸쭉한 딸기잼이 들어간 빵을 먹고 싶어서 주방장에게 부탁하니깐 세팅 해줬어."


나는 아까 주운 파란 머리카락을 코에 갖다 댔다. 향기로운 소다 향이 묘하게 코를 자극해 왔다.


"...처형식 때 무슨 무기를 쓰냐고? 별걸 다 물어보네. 내가 그날 먹고 싶은 거에 따라 다르지. 저번에는 빵을 태울 때 쓰는 거로 썼어."


"아, 맞아. 너 혹시 인간의 기원에 대해 알고 있어? 인간은 태초엔 새하얗고 아무것도 없던 존재였어. 그러다 점차 색이 생기면서 결함이 생긴 거지. 나는 그걸 태초로 되돌리려고 하는 거야."


나는 아무도 안 궁금할뿐더러, 지루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뱉었다. 어차피 이젠 필요 없을 텐데... 상관없다.


"반응이 없으니 재미없네. 저번 처형식 때 그건 진짜 볼만했는데, 너도 봤어야 하는데 말아."


나는 허공을 바라본 채 미소를 살짝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뭔지 궁금해? 웬 빨간 머리 비치녀가 의자에 묶여서 발버둥 치는데 처형하는 내내 재밌어 미쳐버릴 뻔했다니깐, 분명 그것도 누군가의 누나, 누군가의 딸이지 가족의 일원이었을 텐데 말이야."


아직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나는 후드티를 뒤집어쓴 그것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딱 봐도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잡설이 너무 길어졌네. 슬슬 끝낼까? 그전에 규칙 하나를 바꿔야겠어. 오늘! 즉, 목요일에도 처형식을 진행해야겠어."


말을 끝마친 나는 손뼉을 가볍게 두 번 쳤다. 그러더니 본당 밖에서 무거운 발걸음이 들렸다. 이윽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잘 들었지. 주방장? 이번엔 딸기시럽이 잔뜩 뿌려진 소다 빙수가 먹고 싶으니까, 시간 맞춰서 세팅해 줘"


뒤이어 나는 아직도 떨고 있는 그것의 어깨를 약간 두드린 뒤, 본당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