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네가 새로 온 신입이라고?

다들 내일 있을 내 은퇴식 준비로 밖에서 준비를 하는 모양인지,아이러니 하게도 내일 은퇴 예정인 내가 신입의 교육을 맡게 되는구만.

뭐, 여기 사람들은 많은 걸 본 탓인지, 사람들과 대화를 잘 섞으려고 하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내가 가르쳐 주는 게 맞겠지.

이 직업을 택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거고, 그렇게 쉽고 순탄한 직업도 아니야. 그래도 네가 이 직업을 택했으니, 그만한 각오는 있는 거겠지.

내일이면 난 여기 없을 거고, 한번만 말할 테니 잘 기억해 둬.


먼저, 우리가 표면상으로 장의사라고 알려져 있다는 건 너도 알고 있을거야.

그래도 장의사라고, 기본적인 업무는 똑같아. 뭐 그냥 관 짜고 시체 넣고 묻고 하는거, 상조회사랑도 비슷하긴 하지. 연고자가 없는 망자들의 장례도 대신 치뤄 주거든.

여기 건물 앞에 오면서 봤을거야, 뒤편에 있는 공동묘지 말야. 거기는 이 회사에서 관리하는 부지라서, 망자들을 많이 모셔놓은 곳이거든.

자, 생각을 한번 해 보자고. 사람이 죽었는데 말을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지?

그래도, 우리가 죽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 속에서 심장도 뛰고 멀쩡히 깨어나시는 분들이 몇 있었어. 그래서 묻힌 뒤 얼마 동안은 호흡이 가능하도록 관에다가 철제 파이프를 꽂아놨고, 안에서 누를 수 있도록 벨도 달아 놨어. 그 벨을 누르면 상황실로 신호가 와서, 깨어나신 분을 찾아서 꺼내드리면 돼.

그래도 그런 일들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니까 안심하고.


두번째로, 방금 말한 거랑 연관이 있는 내용이야.

일단 우리는 만약에 벨의 신호가 울리면, 그 벨이 울린 위치의 관을 찾아가서, 그 관에 묻혀있던 망자 본인이 맞는지부터 물어봐야 되거든.

이 때, 가끔 대답을 안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면 그냥 무시해도 괜찮아. 놔두고 다른 일을 하러 가면 돼.

그리고, A열 3번 관의 주인은 마리 부인이라고 되어 있을 텐데, 명심해.

마리 부인은 1800년대에 죽었어. 시체가 충분히 부패됐을 테니 이제 와서 다시 돌아오지도 못할 거고, 혹여 죽은 날로부터 며칠 이내에 깨어났다고 해도 지금은 2020년이야. 이미 그 때 관 안에서 한 번 더 죽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어.

만약 네가 마리 부인은 1800년대에 죽었고, 지금은 2020년이라는 걸 벨을 누른 마리 부인으로 추측되는 무언가에게 말하면, 그 관이 안쪽에서 엄청나게 쾅쾅거릴 텐데, 그것도 그냥 무시하면 돼.


세 번째, 가끔 자신이 이곳 묘지의 관에 묻힌 사람들의 가족이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내가 아까 말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묘지는 연고자가 없는 망자들만 모시는 곳이야.

가족들이 이제 와서 찾아올 리도 없거니와, 찾아올 가족들도 없는 사람들이지.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관을 털어서 물건을 훔치려는 도굴꾼이나 좀도둑들이니, 신고하면 돼.


네 번째, 야근할 때 창 밖을 바라보면 창 밖에서 우리 사무실 안 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질 텐데, 만약 네가 그걸 봤다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조용히 일어나서, 복도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를 뽑아서 네 사수한테 갖다줘. 그 양반이 평소에는 툴툴거리지만, 그런 일 만큼은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거야.


다섯 번째, 네가 이곳에서 일한다는 걸 절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돼. 설령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한테도. 널 위한 거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거야.


여섯 번째, 매장 업무가 끝나고 사무실에 들어올 때는 항상 문간에 소금을 뿌리고, 너를 포함한 같이 갔던 동료들도 몸에 소금을 뿌려 줘. 그리고 그 때 입었던 옷들은 바로 세탁실에서 세탁하고.


일곱 번째, 이곳에서 신을 믿는 건 좋지 않아. 여기서 신은 없거든. 묻혀있는 사람들 모두 구원받지 못한 분들이야. 그래도 네가 정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는, 우리 건물 부지 바깥쪽 도로 앞에 한 할머니가 인형을 팔고 계실 텐데, 그 분한테 가서 이야기 몇 마디 나눠 드려. 인형도 하나 사 드리면 더 좋아.


이상, 내가 알려줄 건 여기까지고, 최대한 오래 버텨서, 내 억울한 죽음을 널리 알려줘.

그럼 난 이만 내일 있을 은퇴 준비를 하러 갈 테니, 여기서 나랑 나눴던 대화 모두, 다른 직원들한테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