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비석이 하나 보였다.


공허의 사막을 헤매는 순례자를 위한 안내

붉은 달의 영광을 얻을 수 밖에 없기에 순례자가 되어야 하는 동포여 환영합니다. 당신이 있는 이 사막은 고통과 고난의 공간이지만 붉은 달의 인도 아래 하나 된 의지와 합일된 정신으로 함께 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빛은 끊임없이 당신의 의지를 재조차 남기지 않고 태우고  당신의 두 다리에 한없이 무거운 족쇄를 채우겠지만 절망하지 마십시오. 한낱 태양빛은 붉은 달의 베일을 묶어둘 수 없으니 그대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홀로 맞설 수는 없으나 우리와 통합되어 간다면 그 무엇도 그대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하게 아직 유기체로 남아있는 그대는 배고픔과 갈증, 육체적 피로를 이겨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정신력과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우리의 증표인 흑색 큐브가 필히 보일 것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그 큐브를 집으십시오. 큐브에 다가갈수록 들려오는 소리에 두려워 마십시오. 그 소리는 우리들의 소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건대 낙엽이 지면 새 잎이 돋아나듯, 봄이 겨울을 돌아보지 않듯, 순례자여 뒤를 보지 마십시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꿋꿋이 앞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붉은 달에게 영예와 영광, 힘과 권능이 영원히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