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1년 3월 2일.


갓 서른이 된 나는 어느 공포 커뮤니티에서 그 책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빛으로 이끄는 책? 이게 뭐야? 이상한 종교 단체에서 만든 책인가?"



당시에는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난리를 치던 세기말 분위기는 예언의 빚나감과 새천년의 도래와 함께 이미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 잔향만이 느껴지던 시대였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한 인터넷에서는 엽기라는 주제와 키워드가 유행을 했었고 나 역시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그런 기류를 타고 이 커뮤니티 까지 흘러 들어왔었다.


그런 시대였고 그런 때였으니 그런 나에게 이런 얘기는 흥미를 당기기에 아주 충분하고도 남았다.



"어디 보자...용산에 있는 어느 서점에는 읽기만 해도 그 사람을 빛으로 이끄는 책이 있다고 하며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서점 주인에게 특별한 암구호를 말해야 한다고 한다. 흐음..."



읽기만 해도 빛으로 이끄는 책이라.


대체 어떤 책이길래 사람을 빛으로 이끈다는 걸까?


아니, 애초에 이게 말 그대로의 얘기인 걸까?


빛으로 이끈다는 것은 수많은 뜻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가?


글에서는 그 책의 유일한 사진이라는 명칭으로 개시된 어느 책의 사진이 있었고 난 그 사진과 글의 내용을 조합해서 이 책이 있는 서점의 위치를 샅샅히 살펴보았다.


대략 2주 정도의 시간 끝에 난 이 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서점 5군데를 지목하는데 성공했고 주말이 되자 여비를 챙기고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여기 맞아?"



스스로 지정한 서점 중 3군데에 들어가서 암구호를 말해봤지만 서점 주인의 반응은 하나같이 무슨 소리냐는 것이였다.


그렇게 심신이 조금 지쳐 근처 분식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4번째 서점으로 가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OO 서점 맞나요?"


"예.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번 서점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난 서점 주인을 보며 암구호를 말했다.


그러자 서점 주인의 표정이 조금 굳더니 내게 고개를 숙이고 속삭였다.



"어떻게 아셨나요?"


"인터넷에서요."


"흐음...그렇습니까?"



내 말을 들은 가게 주인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내게 손짓을 했다.



"보여드릴테니 따라오세요. 단, 얼마를 주던 간에 구입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것만 알아두세요."



서점 주인은 안쪽에 숨겨진 비밀 공간으로 다른 손님들 몰래 나를 안내했다.


비밀 공간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고시원보다 조금 큰 크기의 방이 전부였고 거기에 페이퍼백 형식으로 재본된 책이 악보 거치대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었을 뿐이다.


책의 제목은 커뮤니티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 읽기만 해도 빛으로 이끄는 책. )



그 책을 목도한 나는 원하던 책을 찾았다는 기쁨과 함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을 졸였다.


물론 커뮤니티에서 보던 그게 과장되게 말했을 뿐이고 사실은 그저 좋은 내용이 적혀있을 뿐인 책일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자, 한번 읽어보세요. 제한 시간은 40분 입니다. 그 이후로는 얼마나 읽으셨든 보실 수 없습니다."



그런 말을 하며 가게 주인은 나와 책만을 두고 비밀 공간 밖으로 나갔다.


40분. 


그다지 긴 시간이라고는 못하지만 이런 책 한권을 흩어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이게 그 책이란 거지."



드디어 커뮤니티 글 속의 책을 마주한 나는 두번 정도 심호흡을 하고선 대충 책의 중간 부분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아...이런 내용이구나.


책에 적혀있는 내용은 커뮤니티에 적혀있던 글 처럼 사람을 빛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40분이 지나 서점 주인의 손에 이끌려 서점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