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사 면접을 위해 한 빌딩으로 들어왔다.

프론트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건네받은 뒤 몇 가지 안내 사항을 들었다.


하나,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이용 절대 금지.

요즘 에너지 절감한다고, 보통은 계단을 이용하라고 하지 않나? 그래도 이용하지 말라고 하니까 뭐, 오케이.


하나, 반드시 6층에서 내릴 것.

다른 층에 잠깐 멈출 수 있는데, 실수로 내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물긴 한데 만약에라도 6층 도착하기 전에 문이 열리면 문 밖을 보지 말라는 말도 했다.


하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면 반드시 탑승할 것.

노빠꾸라는 건가?


솔직히, 이것까지 안내 받으면서 생각했다.

나 아직 면접장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합격한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요구 사항이 많아?


아마, 취업 준비생 초기의 나라면 아!버스에 폰을 두고 왔어요! 같은 핑계라도 대면서 뛰쳐나갔을 거다.

하지만, 오랜 취업 준비 기간으로 지친 나는 이번 면접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전과 달랐다.

내가 이걸 이번에 끝내고 만다!!!


아,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면접관들에게 인사 한 번 하는 거 잊지 말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이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프린트물을 한 장 챙겨줬다.

면접에서 자주 묻는 질문 같은 것을 모아둔 족보 같은 건가보다 하고 일단 받았다.

이 데스크 근무자도 이 족보 사용해서 붙은 건가? 일단 챙겨주니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데스크를 지나 로비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올라가는 스위치를 눌렀다.

밖에서 볼 때는 15층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엘리베이터 40층에 있었다.


그런데, 건물이 새로 지은 듯이 번듯해서 엘리베이터도 고속일 줄 알았는데, 내려오는 속도가 느리다.

하 정말. 이제 35층이네.


뭐, 이렇게 된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한 번 훑어봐야겠다.

아까 건네받을 때는 자세히 안 봤는데, 출력한 지 꽤 오래된 듯 종이가 약간 노란 끼가 돈다.

글씨도 부분부분 흐릿하다. 이거 다 읽으면 도착 하겠는데?





은 아다, 애러분! 귀분 좋은 하루 시작하셨요?

세울을 포함서 전국에 화한 날씨가 이고 있요.

샘 추가 온 지역도 있다고 하지만, 내름 따듯한 날씨 아닌가요?

갸엾은 저는 아침부터 이렇게 일 하고 있지만 말이죠, 하하!

하지만 여분과 함께 하루를 하니 기쁩다!

신의 하루가 아답기를 기원며, 오의 방송 지금 당쟁시작하겠니다.

널 고정해주세요!


아직 엘베 안 왔지? 지금이 기회야, 얼른 튀어! 여기서 나가!



응?

뭐야 이거, 면접관에게 날씨 예보를 하라는 거야?


이런 내용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달해준 게 이해가 안 되어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데스크 근무자가 그새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 가셨나?


프린트에 다른 글씨가 있을까 싶어서 다시 한 번 읽어보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아직 데스크 근무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로 읽고 있던 중,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걸로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채널 구경만 하다가 처음 써봤어.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