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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녹음 되는건가
녹음 되든 안되든 한번 지껄여 보지 뭐. 들을 사람도 없을 거 같은데.
이건 나와 영겁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함께했던 부하이자 전우들에 대한 고별사다.
제군들, 그대들은 행복하게 죽어서 다행이다.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 나와는 달리
제군들은 행복하게 죽어서 다행이다.
종종 옆에 쌓인 제군들의 표정을 보면 섬뜩할 정도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으니까.
애초에 여기를 왜 오겠다고 객기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문자 그대로 몇억번이나 후회한 것 같다. 몇억번이나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빌었던 것 같다.
가장 화나는 것은, 이곳의 꽃들은 그럴만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왜 내가 선택받았을까?
왜 나 혼자만 변하는 것일까?
전우들을 기억해야 한다.
들어오자마자 양분이 되었던 진호
들어온지 10분만에 포자에게 둘러싸였던 석현이
주마등 마저 간섭당한다고 울부짖으며 죽었던 유환이
...너가 제일 불쌍한 줄 알았지만 며칠 전에 너를 발견했더니 너도 웃고 있더라.
고통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던 웅이 등등
셀 수도 없는 나의 전우들이여.
이 녹음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하는 곳에서 기억해 달라고 치는 발버둥이다.
녹음기는 내 옆에 평생 그대로 있을 것이고, 내 옆엔 아무도 오지 않겠지.
아니면 내가 제일 행복할 수도 있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평생 볼 수 있으니.
아니다 씨발. 나 눈 없어지는구나.
정신의 죽음이 다가온다.
내 말하는 혀는 멈춰가고
움직일 수 없는 다리는 뿌리를 내린다.
제군들이여. 그동안 즐거웠네.
혹시 꽃들이 듣고 있다면
내가 죽은 후의 나는 소멸되지만 않는다면 전우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네.
그 과정까지 몇천년이 또 걸리겠지만.
손에 힘이 안들어 가는군.
아
아름답다
무심코 또 봐버린 저 영원히 지지않는 수평선의 땅거미
영원히 반복되는 노을
그 밑에 심겨진 셀수 없는 송이의 튤립
아름답다
선택 받기를 잘한 것 같다
나 모두 잊고 그에게 나가리
꽃으로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