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당에게 오랜 고민을 털어놓았다.


...


1x년전, 여름 방학, 친구네에 놀러 간 날이었습니다. 친구는 시골에 살았고 반딧불이를 잡는 재주가 좋았습니다. 왁자지껄 떠들다 보니 해는 잔디밭 너머로 꺼지고,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친구의 난데없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나 곧 샤워할 건데 같이 들어가 줄 수 있냐?"


잠시 뇌가 정지한 것 같았습니다.


"아니 무슨 다 큰 사내 둘이서 같이 샤워를..."


"이유가 있어... 이게 설명하긴 복잡한데 말이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친구는 자기를 이상한 눈으로 보진 말아 달라고 하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오늘은 초록색의 날이야. 초록색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 있고, 나도 그중 한 명이거든. 그래서 내가 혼자 들어가면 위험할 거야."


바람은 잔잔한데 나무들이 유독 요란하게 흔들리는 것 같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설득당하지 않자, 친구는 이내 포기하고 혼자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붉은색 양동이를 챙겨 가더군요. 붉은색이 초록색의 보색(반대 색)이란 걸 알게 된 건 먼 후일의 일이었습니다.


1시간쯤 기다렸을까요. 친구가 나타나지 않자 저는 샤워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습니다. 손잡이에 왠지 초록빛이 감도는 것 같았거든요. 녹은 아닌데 말이죠.


문을 열었을 때 온 바닥과 벽면에는"잠깐, 잠깐만... 잘 알겠으니까, 말을 멈춰보세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이런! 대꾸할 틈도 없이, 무당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붉은색 립스틱을 챙겨 점집 내부의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5분 정도 후에 그는 한쪽 손으로 코를 움켜쥔 채로 돌아왔다. 반대쪽 손에는 음료가 들려 있었다. 




익숙한 액체다.


"당신 뭐야?!", 나는 소리친다. 


큰일이야. 고개를 들어보니, 역시 이미 무당은 초롷다. 지금이라도 난 도망칠까?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때 앗,


.


.


.


- 여기서부터 바람이 분다.

- 공기가 초록색으로 가득 칠해진다. 사람들은 무릎 꿇고 초롷다. 

- 온도시가초롷다. 

- 이젠 눈마저 초래진까.

    - 숲 소리는 사실 반딧불이 소리다. 그리고 반딧불이는 초롷다.

- 양동이에 담긴다. 붉은 것들만 빼고.


초라한 잔디밭 아래로 가라앉은 것만 같았던 그때, 


그리웠던 얼굴이 나타난다.


이젠 잘 들리지도 않는다. 


친구는 말한다"너도 초록색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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