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객이 어떤 마을에 잠시 들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몹시 배가 고파져 먹을 것을 구하는데, 인심이 야박해 그 누구도 여행객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꾀를 내어, 마을의 중앙에 서서 큰 소리로 돌과 조금의 물만 있으면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큰 냄비를 자신에게 빌려주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수프를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 냄비에 돌과 물을 조금 넣고 한참을 끓이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났을 무렵


여행객은 이내 수프를 한 입 맛보고는




'양파가 조금만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렇게 중얼거리자 지켜보던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집에 있던 양파를 나누어 주었다.


그 후에도 여행객은 수프를 한 입씩 맛보면서 몇 가지 재료를 혼잣말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 몇몇은 각자 집에 있는 재료를 여행객에게 주기도 하였으나


이내 눈치를 챈 마을 사람들의 관심도 끊어져 마을 중앙엔 큰 냄비와 여행객만 남게 되었다.




날은 어두워져 밤이 되고 그 밤이 지나 다음 날이 되어 해가 뜰 무렵


여행객은 이내 사라진 채 그곳엔 큰 냄비만 남게 되었다.


큰 냄비 안에는 수프가 완성되어 있었지만, 선뜻 누구 하나 나서 먹는 것을 꺼려하였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의 거지 하나가 수프를 맛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머리를 수프로 파묻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 역시 이에 홀린 듯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냄비에 머리를 파묻기 시작했고


이내 큰 냄비 안에 있던 수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후 마을 사람들 모두 오랫동안 그 수프의 맛을 잊지 못 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 수프를 맛 본 이후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결국 굶어죽기도 하였고


다른 이는 그 여행객을 찾아 또 다른 여행객이 되어 마을을 벗어나 떠돌기 시작했다.


또, 어떤 이들은 그 수프의 맛을 내보려 시도하였지만 그 누구도 같은 맛을 내지 못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