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2번 구역, 고통과 희망 구역을 선택하셨군요. 고통스러운 인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다면 이곳에 발을 들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고통은 감수해야만 합니다.


 먼저 해당 구역에 입장하시면 아무것도 없는 넓은 방이 보일 겁니다. 벽을 짚고 두드리면서 뭔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드시면 해당 부분을 부숴버리세요.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벽이 부서지며 통로가 드러날 겁니다.


 통로로 들어가 걷다 보면 검은 가시덩굴로 가득한 어두운 정원이 보일 것입니다. 정원을 걸으면서 정원사를 찾으십시오. 고통스럽겠지만 절대 비명을 지르거나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머리가 지푸라기 인형으로 되어 있는 정원사를 찾으면 악수를 청하세요. 친절히 악수를 받아주시겠지만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어느새 한 화가의 방 안에 있게 되실 겁니다. 침대에는 병든 채 누워있는 여성 화가가 있고, 커튼이 없는 창문 너머에는 마지막 잎새만 남긴 담쟁이 덩굴이 달라붙은 벽이 보일 것입니다.


 곧 바람과 함께 마지막 잎새가 떨어져 날아갈 텐데 무슨 수를 써서든 화가가 담쟁이 덩굴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져나간 것을 알지 못하게 하세요. 화가의 방에 남아있는 미술 용품으로 벽에 잎새 그림을 그리든, 창문을 색칠해서 창문 너머를 볼 수 없게 만들든,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큰 소음을 내거나 화가에게 위해를 입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무튼 이 과정이 끝나면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화가의 방 문이 열리면 나가셔도 됩니다. 이때 나가기 전에 조심히 문 잘 닫아 놓는 걸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리고나서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완전한 암흑 속에 있게 될 것입니다. 암흑 속에서 무언가 당신을 찌르는 느낌이 든다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그것들은 당신을 죽일 수 없습니다.


 고통을 감수하면서 계속 걸으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작은 빛이 보일 겁니다. 그러면 이제 빛을 따라 걸으세요. 절대 뛰지 말고요.


 빛은 도무지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걸으셔야 합니다. 눈앞이 섬광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텅 빈 하얀 방이 보일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 말입니다.


 계속, 계속 기다리세요. 지루해 죽겠지만 계속 기다리셔야 합니다. 천장에서 사다리가 내려올 때까지 말입니다. 사다리가 내려오면 올라가세요. 그럼 당신은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간단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자, 어서 입장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