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야기는 梨작가의 '캥테상스'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미리 알립니다.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지만, 말하고 시작하는 것이 낫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괴담을 가장 좋아하나요?

  

  아니, 이렇게 묻는 편이 낫겠네요. 어떤 괴담을 가장 무서워하나요?

  

  저는, 어릴때 부터 겁쟁이여서, 온갖 괴담은 다 무서워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건 역시, 어느 순간 제가 당사자가 되어있는 괴담이었지요.

  

  사실 그렇죠. 괴담을, 굳이 괴담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야기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이입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야기 속의 사람이라면, 내가 여기 이 인물이라면, 내가 이 규칙서를 받아 든 사람이라면, 내가 어느 식당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받아 든 바로 그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 순간 나와 이야기는 분리되고, 이야기는 이야기로 남은 채, 나는 즐거움과 여운, 어쩌면 약간의 안도감을 가지고 나와 다시 현실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이 사이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홍대에는 라틴파론이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홍대거리로 들어가, 오른편 편의점과 케밥집 사이 골목을 죽 따라가면 있었던, 작은 식당입니다. 아마 이렇게 적힌, 약간 옛날 느낌의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라틴파론'

  

  들어가면 웨이터가 맞이해줍니다. '어서 오세요,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라틴파론에.' 인사말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약간 일본풍이 섞인 유러피안 디자인입니다. 일본식 스파게티를 파는 가게로는 안성맞춤이겠지요. 그리고 대표 메뉴는 역시 나폴리탄 스파게티. 그 외에는 간장 스파게티, 명란 스파게티 등 '일본식 스파게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네. 지금 그 자리에는 라틴파론이 없습니다. 케밥집도 츄러스집으로 바뀌어 버렸지요.

  

  라틴파론은,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손님이 있었죠. 나쁘지 않은 인테리어, 나쁘지 않은 음식, 이상한 웨이터, 친절한 사장님. 괜찮은 로컬 맛집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주 멋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 오밀조밀하고 귀여우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드는 실내와, 깔끔하고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까지. 아마 요즘이었으면 인스타 맛집으로 이름을 날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축하해요. 정답이에요.

    

    

  그랬던 그곳은, 어느 날 영업 정지를 당하고는, 그대로 문을 닫았습니다.

  

  사유는 식품위생법 위반이었습니다. 단골들 말을 들어보면, 언제부턴가 맛이 좀 묘했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별로 이상해할 것 없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기이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한 달쯤 전,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친구가 대뜸

  

  '나 지난주에 라틴파론 가서, 나폴리탄을 먹었어.'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 저는 물었죠.

  

  그랬더니 친구는, 제게 라틴파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 주었습니다.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편의점과, 지금은 츄러스집이 되어버린 케밥집 사이 골목. 일본풍 유러피안 인테리어. 괴상한 웨이터. 메뉴. 영업정지와 폐업까지, 전부.

  

  네. 분명 폐업이 되었던 그 가게를, 친구는 다시 방문했습니다.

  

  말하길, 폐업 전부터 종종 갔던 가게였는데, 어째선지 간판이 있어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마 재개장했겠거니-생각을 했지만, 들어가 보니,

  

  '거기 분명 폐업 전 그 가게 그대로였어.'

  

  친구는 말했습니다.

  

  인테리어, 소름 끼치는 웨이터, 사장님, 인사말, 메뉴판부터 내부에 흐르던 은은한 재즈, 심지어 묘한 맛까지. 폐업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그때와, 너무나 똑같았다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묘하다니, 이상했던 거야?' 저는 물었습니다.

  

  '아니, 맛있는데, 분명 맛있는데, 뭔가 묘했어.' 친구는 답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다음 날 사라졌습니다. 친구네 가족은 실종 신고를 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확실히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애매하기도 하죠.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한 사람도 분명 있을겁니다.

  

  

  미안해요. 미리 사과할게요.

  

  

  다시 시작할까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일주일 전, 친구는 라틴파론에 가지 않았습니다.

  

  홍대 AK플라자 5층 요멘야 고에몬에서, 저는 나폴리탄을, 그 친구는 포크 멘타이코를, 멘치까스와 곁들여 먹었습니다.

  

  친구는, 라틴파론에 가 본 적 없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그날, 한 달 일주일 전, 그 식당에서, 제가 저의 단골집이었던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라틴파론 이야기를 했을 때,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너무 늦어버렸어요. 이미 여기까지 읽어버렸는걸요.

  

  

  좀 더 다시 시작할까요?

  

  홍대에는 라틴파론이라는 식당이 없습니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라틴파론에 방문한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약간 옛날 느낌의, 장식이 많이 들어간 간판. 인사말. 일본풍 유러피안 인테리어. 끔찍한 웨이터. 대표 메뉴는 나폴리탄. 묘한 맛이 나는 나폴리탄. 가격은 9,000원.

  

  그리고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절대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웨이터

  

  

  조그맣게 걸려있는 원산지 표시판에 적힌, '소시지: 당신'. 소시지에 출처 불명의 고기가 섞여 영업 정지를 당했다는 사실. 그곳에 갔다 왔다고 말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일. 라틴파론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라틴파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

  

  사실, 이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라틴파론에 들어간 당신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웨이터가 건내주는 메뉴판을 받고, 이렇게 말합니다.

  

  '늘 먹던 나폴리탄으로 주세요'

  

  그럼 웨이터는, 당신에게 나폴리탄을 줍니다. 묘하지만, 맛있는 맛.

  

  

  지금, 예전에, 훗날, 웨이터는 당신을 찾아가겠지요.  

  

  

  그럼,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저는, 어릴때 부터 겁쟁이여서, 온갖 괴담은 다 무서워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건 역시, 어느 순간 제가 당사자가 되어있는 괴담이었지요.

  

  그런 괴담에 출구는 없습니다. 현실과 이야기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현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현실이 됩니다. 현실은 괴담이 됩니다. 당신은 만족감도, 여운도, 안도감도 가지지 못합니다. 당신에게 출구는 없습니다. 이곳에 갇혀버렸으니. 축하합니다. 그리고, 저의 온 마음을 다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는, 새하얗고 하얀 미소로, 당신을 맞아주겠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어서 오세요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

  

  라틴파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