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가장 중요해요'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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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 너희는 감시당하고 있어. 지금 이 건물에 너 혼자 들어와있다는 걸 알아. 이 자리에서 전부 읽어. 넌 어쩌다보니 낡아빠진 종이쪼가리를 주웠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네가 주운 게 아니라 우리가 정확히 너한테 전달한 거야.

간단히 말하지. 너희 무리는 위험에 처해있어. 너희들 중 하나는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어떤 놈을 조심해야 하는지 직접 알려줄 수는 없어. 지금 이 종이로 누가 기계인지 밝혀버리면 놈은 네 얼굴만 보고도 정체가 간파당했다는 걸 눈치챌 거야. 그 다음에는 학살극이 펼쳐질 거고.

놈은 인체의 아주 미약한 생리 신호 따위도 포착해서 네 감정이나 의도를 추론할 수 있어. 거짓말을 알아채는 건 놈에게 일도 아니야. 그러니 너한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지. 우리가 너희를 도울 수 있을 때까지 놈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것. 생각하는 바를 다 드러내라는 게 아니야. 거짓말을 하는 것과 속내를 전부 다 털어놓지 않는 건 아주 다르거든.

걱정할 필요 없어. 뭘 해야 할지 알려줄게.


1. 아무도 믿지 마.

놈이 누구든 네가 기계일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절대 아닐 테니까. 그리고 생각해봐. 네가 최소한 어떤 사람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사형선고를 받는 셈이야. 네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나마 달라졌다는 걸 놈이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넌 감정이나 기분을 잘 감추는 사람이 아니야. 신뢰하는 사람 순위 같은 걸 만들지는 마. 전부 다 살리고 싶다면 전부 다 공평하게 불신으로 대하도록 해.


2. 아무도 의심하지 마.

앞의 말과 상충되는 게 아니야. 넌 믿어서도, 의심해서도 안 돼. 놈은 이런 게임에 아주 능하거든. 너는 리더가 아니지만, 이 무리가 결속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야. 넌 너희 무리의 머리가 아니지만, 심장이라고. 너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받지 못 해. 놈도 그걸 잘 알아. 그렇기에 이상하게도 너한테는 동료들의 무능, 이기심, 미성숙함 같은 부덕이 있는 그대로 보일 거야. 놈이 너한테 보여주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까

명심해. 놈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람은 너의 불신을 살 거야. 이상하게도 일이 그렇게 흘러갈 거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품고 있는 의견이 조금씩 변할 거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넌 한 번 거리를 두기 시작한 사람에게 다시 다가가진 않겠지.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거나 추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네가 나설 걸 안다. 넌 절대로 피를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니까. 계속 그렇게만, 네가 평소에 하던대로만 행동해.


3. 절대 덫을 놓지는 마.

다시 말하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마. 놈이 누군지 네가 혼자 알아내려고 하지 말라고. 너만큼 유도신문에 젬병인 사람도 없거든. 괜히 어설프게 놈을 낚아보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낚이는 건 네가 될 거다. 놈의 정체도, 의도도, 전부 일단은 생각 저편에 묻어두고 궁금해하지 마.

네가 상대하는 건 순전히 기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첩보용 기계야. 사람처럼 생겼어도 은밀한 부위에 충전기 연결하는 잭이 있다거나, 목 뒤에 전원 버튼이 달려있다거나 하는 허술한 물건이 아니라고. 놈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넌 승산이 전혀 없어.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네 팔다리가 16등분 될 거야.

우리를 믿고 기다려.


4.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그게 뭔지 일일이 말해주진 않을 거야. 네가 무슨 수로 다가올 위협을 미리 알고 있었고, 대처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거짓말 없이 설명하기 매우 힘들 테니까. 달리 말하면, 대부분의 위협들은 충고 없이 너 혼자서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어.

반면, 너와 너희 무리를 확실히 파멸로 몰고갈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개입할 거야. 그게 네가 이걸 읽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부디 우리가 하는 말들을 무시하지 마.


5. 뭘 발견했는지 솔직하게 말해.

혹시라도 동료들이 여기서 뭘 발견했는지 묻는다면 대충 얼버무리지 마. 쪽지를 발견했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해. 무슨 내용이었는지 묻는다면 다른 생존자가 누군가에게 남긴 쪽지였고, 다른 사람에게 구구절절 전해주고 싶을 만큼 유쾌한 내용은 아니라고 말해. 걱정하지 마. 여기까지는 전부 사실이니 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야.

경고하는데, 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반드시 놈인 건 아니야. 너와 다른 사람의 대화를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게 놈일 수도 있지. 너와 아주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고,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어. 짜증난다는 것 안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주는 순간, 넌 나름의 결정을 내릴 거고, 놈은 네 안에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챌 거야. 그걸 오히려 이용하려고 하겠지.

아무도 믿지 말고, 아무도 의심하지 마.


6. 쇼핑몰 수색에 참가해.

북쪽 저지대에 있는 물에 잠긴 쇼핑몰에 반드시 가야 돼. 식량과 무기, 피복이 풍족할 거라고 말해. 네가 평소에 생각하던 거고, 실제로도 그러니까. 너무 위험해서 안되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우겨서라도 가든가, 아니면 혼자서라도 몰래 가.

쇼핑몰에서 네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어. 3층 동쪽 승강기 근처에 빨간 리본을 달고 있는 녹슨 쇼핑카트가 있어. 그 안에 책이 있을 거야. 여러가지 매듭을 묶고 푸는 방법에 관한 책인데, 최소 두 명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그걸 읽고 기술을 연마해야 돼. 나중에 사람들이 함정 해체하는 법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어보면 쇼핑몰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읽은 덕에 알았다고 대답해.

어떻게 해야 네 동료들이 찹스테이크가 되는 걸 막을 수 있는지 그냥 이 종이에 써줄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나중에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매듭에 대해 설명하기가 매우 힘들 거야.


7. 바이스라벤 드론에는 백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게 맞아.

네가 의심하던 대로야. 하지만 물증이 없어서 어쩌지 못했겠지. 방법이 있다. 다음 번에 너희 정찰병이 바이스라벤 드론을 내보냈다가 귀환시킬 때, 냅다 총으로 쏴버려. 그리고 야생 드론인줄 알았다고 해.

당연히 아무도 안 믿겠지. 그게 핵심이야. 넌 지난 몇 주 간 계속 너희 드론이 정찰하는 걸 근처에 있는 인공지능이 같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징징댔지. 그러니 네가 드론을 쏴서 떨어뜨린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다들 결국은 네가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겠지. 놈이 보기에도, 야생 드론인줄 알았다는 거짓말은 너무 뻔해서 다른 수상한 점들까지 죄다 감춰버릴 거야. 네가 백도어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다들 집중하지 않을 거고.

물론 넌 벌을 받겠지. 사고 치고 하루 이틀 굶는 건 익숙하잖아. 안 그래?


8. 수혈용 혈액팩 중에 나노봇에 감염된 물건들이 있어.

안타깝게도 구분할 방법이 없지. 혈액팩을 전부 버리거나, 누군가 감염된 혈액팩을 수혈받고 염산을 뒤집어쓴 것처럼 녹아내리길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야. 너희 무리가 혈액팩을 너무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하려고 하면 놈이 외부로부터 관찰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거야. 네가 어떻게든 혈액팩을 전부 제거해야 돼.

시간이 많진 않을 거야. 행운을 빈다.


9. 인터넷에 접속하려 하지 마.

네가 수색 중에 마주치는 단말기란 단말기는 죄다 켜서 다른 정착지와 접촉하려 했는데도 무사히 살아남은 건, 그때마다 우리가 너한테 달려가는 야생 드론들을 격추했기 때문이야. 폐기장 조명 장치에 잠복해있던 인공지능 때문에 네 다리가 분쇄기에 잘려나갈 뻔했던 건 경고였어. 그것도 충분히 막아줄 수 있었지만, 네가 교훈을 얻길 바랐지.

그 이후로 잠시 전자기기는 멀리하다가 요즘 다시 옛날 스마트폰 따위에 관심을 갖던데. 부디 그만해라. 네가 인터넷 통신이라도 복구하는 날에는 무리에 잠입한 기계 따위는 걱정거리도 아니게 될 거야. 제우스가 너희를 주시하기 시작할 테니까.

그래. 너희들끼리 제멋대로 허구라고 결론 지은 그 제우스 맞아. 앞으로 별똥별을 볼 때는 소원을 빌기보다는 사람들을 애도하라고.


10. 적십자 낙하산은 보급품 상자가 아니야.

그동안 보급품이 낙하한 곳에 네가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항상 허탕만 쳤지. 그것 또한 너희가 살아남도록 우리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야. 그 상자에 들어있는 것들은 땅에 닿자마자 튀어나와서 목표 지점으로 가도록 프로그램 된 것들이거든. 뭔지는 묻지마. 앞으로 낙하산은 뭐가 되었든 쫓아가지 말고.

네 태도가 바뀐 이유가 뭔지 누군가 묻는다면, 적십자 낙하산은 한 번도 제 때 따라잡은 적이 없다고 대답해. 차라리 그 시간에 숲이나 폐허를 수색하는 게 더 낫다고 덧붙이는 것도 좋아. 너도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해봤을 테니 거짓말이 아니잖아.


11. 책벌레에게서 구입해야 할 책이 있어.

책벌레에게 '버섯도감'이라는 제목을 단 책이 딱 한 권 있어. 내일이나 모레 사이에 책벌레에게 그걸 팔아야할 이유가 생길 거야. 다음 번 교환회가 열릴 때 진열대에서 그걸 골라. 5장과 6장을 아주 주의 깊게 읽어. 그 안의 지식을 써먹어야 할 일이 생길 거다. 일이 잘 마무리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냐고 너한테 물어볼 거야. 책벌레에게 산 버섯도감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 거짓말이 아니니까.

물론, 정확히 어떤 일이 닥칠지 여기서 말해주진 않을 거야. 아는 게 많을수록 네가 거짓말하기는 더 힘들어질 테니.


12. 배터리가 필요한 기기를 믿지 마.

너처럼 베개 밑에 대거를 두고 자는 건 좋은 습관이야. 하지만 그 단검이라는 게 충전이 필요한 진동날 없인 짧은 막대기에 불과한데다, 블루투스나 레드투스 같은 근거리 인터넷으로 외부에 연결될 수 있는 물건이라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거다. 전기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무기를 항상 가지고 있는 게 좋아.

이렇게 생각하라고. 놈이 너를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면, 분명 대리인을 보낼 거야. 그 대리인은 핵전쟁 전에 만들어진 최첨단 무기가 없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인간이겠지. 반면에 놈이 직접 너를 해하려고 한다면 추적탄약이 장전된 레일건을 손에 쥐고 있어도 놈을 막지 못할 거다.


13. 행상인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

테마파크 드래곤 한 마리가 주기적으로 너희 정착지에 방문해서 물건을 사고 팔던데. 너희들이 불뿜이라고 부르는 친구 말이야. 인간도 기계도 아니니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졌든, 전자공학으로 만들어졌든, 인간의 피조물들은 인간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거든.

그리고 불뿜이도 너희 정착지에 인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남의 사업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상인적인 감각으로 잘 알고 있기에 여태껏 침묵했던 거지. 설령 그 드래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생각해봐. 동물원에 전시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닭이 국가와 체제를 전복시키도록 설계된 기계 첩보원을 상대로 뭘 할 수 있겠어.

넌 불뿜이가 가져오는 감자칩을 사먹지 않던데, 앞으로도 사먹지 마. 감자칩 아니야.


14. 네 바이크는 저주 받은 게 아니야.

너희 엔지니어가 진단한 것처럼 연산회로가 노후되어 오작동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너 이전에 그 바이크를 탔던 라이더들이 불행한 사고로 목이 부러지거나 연료 노즐 화재로 숯덩이가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지. 네가 거지 같이 주차해놔도 언제나 차고에 들어가 있는 것 또한 다른 사람이 옮겨줘서가 아니야.

너에게 배정된 아르테미스급 바이크에는 네메시스-IV 구획형 전술전략 통제 인공지능이 잠복하고 있어. 네비게이션 바이오스 업데이트 때 숨어든 독립 지능인데, 세상을 멸망시킨 것들하고는 다른 녀석이야. 적어도 네 바이크 때문에 너희 정착지에 야생 드론 무리나 호버킬러 같은 게 찾아올 일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네 바이크가 비정한 살인마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라고. 모든 인공지능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야. 너희 무리에서 네가 가장 경쟁력 있는 라이더라고 판단해서 너를 살려두는 것 같은데, 다른 말로, 너를 대체할 누군가가 나타나는 순간 너 또한 희한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15. 앞으로 굳이 목소리를 숨길 필요는 없어.

놈은 진작에 너희 무리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부 수집했을 거다. 괜히 새삼스럽게 실내에서까지 침묵하면서 눈총을 사지는 마.

다만 꼭 해야할 일이 있어. 네 목소리를 녹음해서 재생해봐. 네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알면 최소한 한 번은 곤경을 피할 수 있을 거야.


16. 관계를 파괴하지 마.

다시 한 번 당부하지. 아무도 믿지 말고, 아무도 의심하지 마. 때가 오기 전까지 네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처럼 살아가는 것뿐이야. 친구는 친구로 대하고, 멘토는 멘토로 대해. 네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연민을 베풀고, 얄밉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계속 알게 모르게 무시해. 그리고 밤마다 사랑에 빠진 한 쌍의 대왕문어처럼 서로 엉겨붙는 사이인 그 친구하고도 계속 가깝게 지내도록 해.

누가 기계일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관계가 끝날 때까지 유대관계를 계속 즐겨. 나중에 전부 거짓된 추억이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오염되는 건 단 한 사람하고의 관계야.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들이 맞아.

이게 네가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이고, 놈을 속일 유일한 계책이야.


17. 비밀을 하나 만들어.

이걸 읽기 시작한 순간 넌 영원히 달라진 거야. 이제 예전의 단순했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이곳의 수색을 마치고 사람들과 합류하면 놈도 분명히 그걸 눈치챌 거야. 그러니 넌 연막으로 쓸 비밀을 하나 만들어야 돼. 네가 다른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불안감을 느껴야 할 만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뭘지 잘 생각해봐. 너희 무리 중 한 명이 사실 인간으로 위장한 살인기계라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어야 할 거야.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네가 부엌에서 배급량 외에 빵 두 덩이를 더 훔쳤다는 사실이나, 기관총에 직접 만든 총알을 넣고 쏴서 총열 터뜨려놓고는 장비 노후화 핑계를 댔던 건 그리 충격적이지 않아. 네가 불침번 근무를 서던 중에 연인이랑 선보였던 그 과감한 체위도 엄청난 비밀이라 할 만한 건 아니야. 너희들만 하는 것도 아니거든.

어쨌건 너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비밀이 하나 있어야 할 거야. 잘 생각해보라고.


18. 6층 우측복도 3번째 방에 질소포장 된 과자들이 있어.

이걸 읽느라 시간을 많이 날렸으니 뭐라도 찾아서 돌아가야 사람들이 널 계속 존중하겠지. 이제는 굳이 이런 말까지 해줄 필요도 없겠지만, 사람들이 어디서 찾았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해. 6층에서 찾았다고. 거짓말 아니니까.


19. 자책하지 마.

네가 가질 고민과 번뇌는 너무 뻔해. 스스로가 조금만 더 거짓말에 능했더라면 구체적으로 누구를 속여야하는지 내가 그냥 말해주지 않았을까 싶겠지. 아니. 정반대야. 네가 기계를 속여넘길 수 있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거짓말쟁이였다면 우리는 널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거다. 우린 사이코패스를 살리는 데는 관심 없거든. 우린 이유가 있어서 너를 택했고, 네가 무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명심해. 놈을 속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실만을 말하되, 전부 다 털어놓지는 않는 거야. 아무도 믿지 말고, 아무도 의심하지 마.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