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 나는 갑작스럽게 배가 고파졌기에, 근처의 맛있는 음식점이 없나 두리번거리던 중, 꽤 고풍스럽게 생긴 레스토랑을 발견하였다.

'오늘 점심은 저기서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채, 기대를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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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든가"

...? 내가 잘못 들은 걸까? 뭔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저래..?

무언가 따지고 싶었지만, 꽤 무섭게 생긴 인상의 직원을 보곤, 그런 마음이 쏙 달아나 버렸다.

다른 곳에 가서 음식을 먹을까 생각했지만, 이 배고픔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진 않았기에, 적당히 인사를 건넨 후, 아무도 없는 내부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아까 그 직원이 다가와선 메뉴판을 내가 앉은 테이블 위에 툭 던져주었다.


"시킬 거 있으면 벨 누르고, 시킬거 말하쇼."


...참자. 지금 내가 배만 고프지 않았으면, 당장 일어나서 멱살을 잡았을텐데..운 좋은 줄 알아라...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하며 던져 준 메뉴판을 펼쳐보니, 역시 겉으로 보였던 고급 레스토랑의 외관처럼, 식당의 안내서도 같이 동봉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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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cidad Restaurant>

1. 환영합니다, 고객님. 저희 <Feliciada Restaurant>은 '행복'을 의미하는 스페인어 'Feliciada'에서 따온, 이른바 

행복 레스토랑입니다. 저희는 방문해주신 고객님들의 행복한 시간을 위하여, 성심성의껏 노력하겠습니다.

A. 이 글이 보이신다면, 당신은 이 안내문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그 당근 스튜를 시켜주신 분이시겠지요. 우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2. 저희 레스토랑은 항상 엄선된 재료 만을 사용하며, 당일 배송을 통한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듭니다. 

고객님이 원하실 경우, 언제든지 직원에게 요구하여 음식 재료의 배송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B. 저희들의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저희는 억지로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레스토랑의 주인분은 이미 그 놈에게 먹혀버렸고, 저희는 잡혀있습니다.


3. 직원들은 항상 단정한 복장과 함께, 여러분을 친절히 응대할 것입니다. 이 곳에선, 당신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C. 저희가 이 곳에 붙잡힌지 벌써 XX년이 지났습니다. 저희에게 있어서 세월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부디, 저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4. 저희 레스토랑은 육류 전문 레스토랑으로, 다른 식당에서는 맛보기 힘든 최고로 좋은 맛의 경험을 약속드립니다. 

D. 이 레스토랑의 육류는 전부, '사람'고기입니다. 다만, 당신이 저희를 도와주시려면, 반드시 'A. 송아지 정식'을 시켜주셔야 합니다. 다른 메뉴는 안됩니다. 꼭, 'A. 송아지 정식'을 주문해주시길 바랍니다.


5. 다만, 저희 레스토랑은 육류 전문 레스토랑이기에, 채소류의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추천 드리지 않기에, 꼭 필요하신 경우에만 주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E. 음식이 나온 후, 조금은 드셔주시길 바랍니다. 아예 먹지 않는다면, 당근 스튜를 시킨 당신이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당신을 다음 요리 재료로 만들겁니다. 1~2입정도여도 괜찮습니다. 꼭, 적은양이라도 드셔주시길 바랍니다. 이는 반드시 보상하겠습니다.


6. 특별한 날에는 무료 와인과 함께 모든 음식을 20%할인해 드립니다. 특별한 날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업 기념일, 새해, 크리스마스, 예약자 손님의 생일, 추수 감사절, 6월 6일

F. 음식을 몇 입 드시고 멈추신다면, 의아해 하는 주방장이 직접 문제가 있는지 물으러 나올 것입니다. 그 거대한 눈깔이 달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면 

역겨움, 두통, 정신착란 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나, 부디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당신만이 저희를 도울 수 있습니다.


7. 서비스를 제공 받으신 것 중, 마음에 들지 않으시거나 기타 이상한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문의 바랍니다. 저희의 직원들이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G. 당신에게 그 주방장이 충분히 다가 왔을 때, 정식을 시키면서 나온 날카로운 칼로 그 커다란 눈깔을, 찔러 터트려버릴 기세로 강하게 찔러주십시오. 그러면 그 역겨운 자식은 역겨운 액체를 뿜어 대며 고통 받다 죽을 것이고, 저희는 풀려날 수 있을 겁니다.


8. 이 다음 페이지는 메뉴 입니다. 부디, 즐거운 식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H. 당신이 저희를 성공적으로 풀어주신다면, 절대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보상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이 억겁의 굴레 속에서 해방시켜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겠습니다.


 <MENU>

A.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송아지 스테이크 정식'

B. 버터로 풍미를 낸 '양고기 정식'
C. 치즈와 함께 곁들여 먹는 '연어 카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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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당근 스튜'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제발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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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불친절했던 태도와는 달리, 레스토랑의 안내문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저 직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메뉴 가격들도 굉장히 저렴했기에, 이대로 팔아서 남는 게 있을지 걱정될 수준이었다.

메뉴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문득, 아까 본 안내문이 생각났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없기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임에도 야채류를 추천 하지 않는걸까? 

나는 원래부터 이런 궁금한 건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벨을 눌러 아까 그 직원을 부른 후, 당근 스튜를 시켰다.

왜 인지 직원이 흠칫 놀라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이내 서둘러서 주문을 전달하러 달려갔다.


잠시 후, 내가 시킨 당근 스튜는..정말 처참했다.

이게 스튜가 맞긴 한 건지..그냥 물에다가 당근을 얹어 놓은 정도로 보였으니까.

생긴 것만 이렇겠지..라고 생각하며 당근과 함께 한 입 먹자, 욕지거리가 자동으로 나왔다.

그 길로 바로 종을 눌러, 아까 그 직원을 불렀다.


"아니 이봐요!! 이런 음식을 돈 받고 파는 겁니까!? 정도가 어느정도여야지..!"

평소에 이런 진상짓을 하지는 않지만.. 아까 그 직원의 태도도 화가 났었기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말하였다.

허나, 내 말을 들은 직원은, 어째서인지 기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아니, 우리 레스토랑은 야채 잘 못한다고 써 놓았잖아. 정 그러면 딴 거 시켜. 그건 내가 지불 하면 되잖아. 아, 그래도 

당근 먹었으니까, 눈은 좋아지겠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팠고, 없던 주문으로 쳐준다는데..어쩌겠는가..

씩씩 거리면서 나는 다시금 메뉴판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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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본 후, 나는 긴장된 몸짓으로 다시금 호출벨을 눌렀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웨이터를 바라보면서, 나는 주문을 하였다.

"...A세트."